발길 끊긴 '이명박 기념관'.."지원 중단해야"

글·사진 백경열 기자 2020. 11. 26.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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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 흥해읍 덕실마을 기념전시관 가보니

[경향신문]

경북 포항시 북구 덕실마을에는 전직 대통령 이명박씨의 고향집이 있다(위 사진). 경북도와 포항시가 수십억원을 들여 조성한 기념전시관 ‘덕실관’은 이씨의 치적을 홍보한다. 백경열 기자
생가 복원·생태공원 등 조성
‘덕실관’엔 치적 홍보물 빼곡
매년 운영비 등 5천만원 지원
시민연대 “범죄자 지원 안 돼
시민 위한 시설 활용 논의를”

지난 24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덕실마을에 있는 전직 대통령 이명박씨의 기념전시관 ‘덕실관’. 건물 1층에는 이씨의 학창 시절 생활기록부를 비롯해 서울시장 당선증, 대통령 취임 선서문 등 각종 이력을 담은 사진과 안내문 등이 빼곡히 전시돼 있었다. 2층에서는 대통령 재임 당시 치적을 홍보하는 기록물 등을 상영하고 있었다. 이날 1시간가량 살펴보니 전시관 관리인과 인부들만 주변 경관 등을 정비할 뿐 방문객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전시관 입구에 놓인 방명록에는 오전 9시쯤 1명이 방문한 것으로 적혀 있었다.

전직 대통령이지만 이씨 기념시설에 대한 세금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대법원이 이씨에게 횡령과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17년형의 확정 판결을 내린 만큼, 관련 시설에 예산을 들이는 건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수십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이씨 기념시설을 조성했다. 연면적 411㎡(약 125평) 규모인 덕실관은 2011년 경북도·포항시가 14억원을 들여 이씨의 업적을 홍보하고 기념하기 위해 마련한 2층짜리 전시관이다. 이후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46억원을 들여 덕실관 주변에 이씨 생가를 복원한 고향집을 비롯해 ‘덕실생태공원’(1만1308㎡)을 조성하고 주차장, 쉼터 등 편의시설도 마련했다.

또한 포항시 등은 2017년부터 2년간 덕실관 전시물 보강에 8억원을 쓰는 등 70억원을 들여 덕실마을을 가꿨다. 현재 포항시는 덕실관에 직원 1명을 두고 매년 운영비와 인건비 등으로 5000여만원을 지출하고 있다.

하지만 덕실마을을 찾는 이는 해를 거듭할수록 크게 줄고 있다. 포항시 자료를 보면 이씨가 대통령으로 취임했던 2008년에는 48만1415명이 찾았지만 2012년 9만9302명, 2013년 8만3176명으로 감소했다. 특히 이씨가 구속된 2018년부터 연간 방문객 수는 5만명대 이하로 줄었고, 올해 들어선 코로나19 영향도 있었지만 지난달까지 7352명만 방문하는 데 그쳤다.

포항시민연대는 지난 20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려 이씨 기념시설 지원을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이들은 “혈세를 투입해 범죄자를 기념하는 것은 지역사회의 갈등만 키우는 일이 될 것”이라며 “포항시는 기존 시설을 복지공간이나 교육공간, 역사관 등으로 활용하기 위해 덕실마을 주민과 공무원, 시민단체, 전문가 등이 함께하는 공론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항시는 “내년 역시 올해 규모와 비슷한 수준의 운영비를 편성할 예정”이라며 “기념관 활용 방안 개선 등을 두고 별도 논의가 없었고, 앞으로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이씨는 1941년 12월19일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1945년 광복 이후 자신의 11대조가 터전을 잡은 덕실마을에서 6세 때까지 살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사진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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