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머드 예산①] 코로나에 흔들리는 한국판 뉴딜 21조

유준상 2020. 11. 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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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딜 예산 삭감 놓고서 평행선 달리는 與·野
매몰될 여지 큰 중복예산, 과잉예산 상당수
추경호 "아낄 수 있는 운영비 등 최소화해야"
홍남기 경제부총리(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간사(오른쪽), 박재호 의원 등이 2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를 앞두고 대화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내년도 예산안 국회 처리시한이 한 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막판 삭감, 증액 심의가 한창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본격화한 가운데, 피해 지원을 위한 3차 재난지원금 편성 여부가 중대 변수로 떠올랐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3차 재난지원금을 내년 예산안에 편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역점 사업으로 추진 중인 '한국판 뉴딜 예산' 삭감을 대안으로 내놨다. 3차 재난지원금이 예산안 심사에 중대 복병으로 등장하면서 난항이 예고된다.

與·野, 3차 지원금 필요성 공감했지만
한국판 뉴딜 예산 삭감 놓고선 '평행선'
다가온 내년 예산안 심의 가시밭길 예고

3차 재난지원금 편성에 대해 난색을 표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주장이 거세지자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민주당은 당초 본예산에 넣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입장을 나타냈지만 국민의힘과 정의당이 3차 지원금 찬성 여론에 불을 지피자 하루만에 입장을 번복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25일 "재난피해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마침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하고 있으니, 취약계층 지원책을 예산안에 반영하는 방안을 정부와 함께 찾고, 야당과도 협의하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다만 여당은 '한국판 뉴딜 예산'을 대폭 삭감해 충당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내년도 본예산에 맞춤형 지원예산을 담는 것을 검토한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다시 한번 재정이 적극적 역할을 해야한다"면서도 "대신 한국판 뉴딜 예산을 삭감하라는 야당의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내년 본예산에서 한국판 뉴딜 사업에 편성된 예산은 21조3000억원이다. 국민의힘은 이중 불필요한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3조6000억원 규모 재난지원금을 편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피력하고 있다.


이미 한국판 뉴딜 밑그림을 촘촘히 그려온 여당과 정부 입장에선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한국판 뉴딜은 정부·여당 역점 사업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한국판 뉴딜 추진을 위한 전략회의를 월 1~2회 직접 주재하고 있다. 정부 역시 홍남기 부총리 주재로 매주 한국판 뉴딜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직접 챙기는 등 공들이는 흔적이 적잖다.


"한국판 뉴딜 예산은 대한민국 미래를 바꿀 국가 대전환 종잣돈이고, 국민의힘의 주장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자는 말과 다를 바 없다"는 김태년 원내대표의 말은 이러한 실정을 잘 드러낸다. 이렇게 한국판 뉴딜 예산 삭감에 대한 여야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재난지원금 논의와 시간이 촉박한 예산안 심의에 가시밭길을 예고하고 있다.

불필요한 뉴딜 예산 삭감 필요성 대두
매몰될 여지 큰 중복·과잉예산 상당수
"아낄 수 있는 운영·경상비 최소화해야"

정책형 뉴딜펀드와 스마트 대한민국 펀드를 비교한 '2021년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 ⓒ국회예산정책처

한국판 뉴딜 예산 21조원 중 불요불급한 예산, 유사 중복 예산은 과감히 삭감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대두된다. 지출의 일부는 오래전부터 해왔던 사업에 이중 예산을 들이거나 경제성 근간이 되는 생산성을 담보할 수 없는 죽은 예산으로 채워져 있어서다.


대표적으로 정부는 한국판 뉴딜을 재정으로 뒷받침하는 '뉴딜 펀드'를 새로 조성해 1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중 6000억원은 정책형 뉴딜펀드로, 나머지 4000억원은 스마트 대한민국 펀드로 내년 예산에 반영했다.


국회예산정책처 '2021년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정무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정책형 뉴딜 펀드와 스마트 대한민국 펀드 투자 대상이 중복된다. 두 펀드 투자 대상이 비대면, 바이오, 그린뉴딜 분야 창업·벤처기업(스타트업)과 중견기업으로 겹친다.


뉴딜펀드 투자처는 뉴딜 관련 민자 사업(그린 스마트 스쿨, 수소충전소 구축), 민자사업 외 뉴딜 인프라(디지털 SOC), 수소, 전기차 개발 프로젝트, 뉴딜 관련 창업 스타트업과 중견기업 등이다. 스마트 대한민국 펀드 역시 비대면, 바이오, 그린 뉴딜 분야 기업에 투자하도록 돼있는 실정이다.


이를 두고 국회예산정책처는 "정책형 뉴딜펀드는 금융위원회가, 스마트 대한민국 펀드는 중소기업벤처부가 소관 부처"라며 "소관 부처는 다르지만 투자 대상은 뉴딜 분야 창업·벤처기업(스타트업)로 중복돼 있다"고 지적했다.


'지능형교통체계(ITS) 사업' 예산은 과도하게 편성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첨단도로교통체계 구축사업에 올해 예산(2112억) 대비 170% 증액된 5785억원을 뉴딜 예산을 통해 편성했고, 그 일환으로 ITS 사업에 3334억원을 들이기로 했다.


문제는 ITS 사업 진행이 걸음마 단계라는 것이다. 내년에 정부가 ITS를 설치하겠다는 도로 구간은 총 2478㎞로, 지난 20년 연평균 구축길이의 14.5배에 달하는 구간을 단 1년 만에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설치 물량이 너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현재 C-ITS 구축과 관련 국제기술표준에 대한 논쟁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조급하게 추진했다간 사업 변경 등으로 천문학적 매몰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진단도 따른다.


뉴딜 운영비 역시 과도하게 편성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딜 예산에는 한국판 뉴딜 홍보 차원에서 전국 지자체, 읍면에 교육장을 1000여 개소를 지어 교육 홍보를 하기 위한 745억원이 반영돼 있다.


이에 대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인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한국판 뉴딜이라는 이름으로 21조원이 편성돼 있는데 이중 일부 사업은 새로운 사업이 아니고 과거부터 해오고 실효성이 없는 사업들이 중복으로 들어와 있는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추 의원은 이어 "코로나가 재확산 중인 지금은 전시에 준하는 상황으로 비상한 각오로 대비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 공공부문이 아낄 수 있는 운영비, 경상비 등을 최소한 10% 이상 삭감해서 민생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방향으로 솔선수범 하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데일리안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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