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파이낸셜뉴스

"꽃뱀 피하자" 성관계 몰래녹음 처벌 타당할까

김성호 입력 2020. 11. 27. 11:36

기사 도구 모음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7일 성폭력법 개정안 뜨거운 관심
"성관계 녹취 몰카처럼 처벌해달라"
일각에선 "무죄입증 어렵다" 우려도

[파이낸셜뉴스] 성관계 중 몰래 녹음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성폭력특별법 개정안이 이달 발의돼 논란이 일고 있다.

현행법이 성관계를 불법 촬영해 유포하는 것만 금지하고 있어 녹취는 금지되지 않은 것에 착안한 법안이다. 상대의 의사에 반한 녹음 역시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켜 불법이 돼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가운데, 소위 ‘꽃뱀’으로부터 남성이 자신을 보호할 유일한 수단이 사라지게 된다는 우려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서울시경이 압수한 몰카 및 녹음기, 성관계 중 몰카는 불법으로 처벌되지만 몰래녹음은 처벌되지 않는다. fnDB

■몰카만 불법? 몰래녹음도 처벌해야
27일 국회에 따르면 강선우 더불어민주당이 이달 발의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 입법예고에 3만명을 훌쩍 넘는 시민들이 의견을 냈다. 이달 발의된 법안 중 독보적인 참여율이다.

해당 법안은 성관계 음성을 동의 없이 녹음하거나 유포하는 행위를 처벌한다. 처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영리를 목적으로 녹취본을 배포할 경우 더 중한 형을 부과한다. 녹취를 이용해 상대방을 협박하는 행위도 1년 이하 징역으로 처벌하도록 했다.

입법예고에 달린 의견은 찬성이 우세하다. 상대방 동의 없이 성관계를 녹취했다면 영상과 달리 볼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불법사이트를 통해 암암리에 여성의 성관계 중 목소리가 담긴 파일이 유통되는 상황에서 이를 처벌하지 않는 게 부당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현재도 우회경로를 통해 접속가능한 불법사이트에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여성들의 성관계 중 목소리가 적나라하게 담긴 음성파일이 올라와 있는 상태다.

성관계 녹음을 가지고 상대방을 협박하는 사례도 있다. 지난해 5월 대법원이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남성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사건에서도 가해자가 성관계 녹음파일로 협박을 했다. 현행법상 불법이 아니기에 정확한 통계가 잡히지 않지만 다수 수사기관 관계자도 성관계 녹음파일로 협박을 당한 사례를 다룬 적이 있다고 언급했다.

한 일선 경찰관은 “법이 없어서 녹음 자체로는 건이 안 되지만 불법촬영처럼 불법녹음을 하고 협박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며 “협박죄가 있다곤 하지만 검찰에 송치해도 기소가 안 돼 현실적으로 법이 정비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무고죄 불기소율이 치솟는 상황에서 녹음마저 불법화되면 성범죄로 입건된 남성이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fnDB

■변심 후 무고··· 녹음 없으면 어떻게 방어하나
문제는 녹음이 비정상적 욕구나 불법유통 목적으로만 이뤄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여성의 일관된 진술만으로 성범죄 유죄가 인정되는 사례가 늘어나며 일종의 안전장치 성격으로 녹음을 하는 남성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성범죄자로 몰렸다가 녹음 때문에 구사일생한 사례도 여럿이다. 최근 가수 포티(32·본명 김한준)가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포티는 지난 2018년 자신의 음악학원에 면접을 보러온 여성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 진술이 일관됐고 검찰은 포티를 벌금 1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포티는 합의하에 이뤄진 키스였다며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입맞춤 당시 웃음을 보이는 등 묵시적 동의를 했고 이후 포티가 자신을 멀리하자 변심했다고 봐 고소했다고 판단했다. 포티 측이 제출한 녹음이 결정적 근거가 됐다.

성폭행 사건에서도 녹음으로 유죄판결을 뒤집는 사례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반면 녹음이 없을 경우엔 일관된 진술을 증거로 남성들이 유죄판결을 받는 경우가 많다. 남녀가 자의로 호텔 객실로 함께 들어가 술을 마시다 성행위를 한 뒤 강간 또는 강간미수로 처벌받는 사례가 속출하자 블랙박스처럼 녹음을 통해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이 같은 사례에서 유포가 목적이 아님에도 법으로 처벌하는 건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의견이 적지 않다. 사후에 합의를 철회하고 고소를 하는 사건에서 남성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