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피하다가 문 닫는 동네병원들.. 3차 유행에 감염 위험·경영난 이중고 가중

장윤서 기자 2020. 11. 27.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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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발발한 1분기부터 병원 내원일수 줄어, 소아청소년과 27.5% 감소로 1위
최대집 의협 회장 "백신 조기도입으로 정상화해야… 내년 병원 폐업 도미노 우려"
정부, 폐쇄·업무정지된 의료기관·약국·일반영업장 2641곳 자금 지원 심의 의결

서울 용산구 지역의 동네의원들이 입주한 빌딩./장윤서 기자

"코로나 피하려다 굶어죽게 생겼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에요. 감염 위험에도 노출되고 인건비는 나가고 힘들어요."

서울 구로구에서 소아과 의원을 운영하던 의사 A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경영난으로 얼마 전 병원문을 닫았다. 서울 구로구에 내과 의원을 운영하는 의사 B씨는 "내 주위에도 코로나 여파로 소아과 의원 3곳을 포함해 5곳이나 폐업을 했다"면서 "코로나 감염 위험에도 진료를 봐야 하는 현실도 힘들지만, 인건비 등 지출은 늘어나는데 환자는 줄고 건물 임대료는 비싸니 병원 운영에도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3차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양상을 보이면서 그 여파로 동네 소아과, 이비인후과, 내과 등이 또 다시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코로나 발 폐업 위기가 더 커진 것이다.

실제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이 지난 25일 긴급 경영 지원자금을 지원하기로 한 대상을 보면 폐쇄나 업무정지된 의료기관 약국 일반 영업장이 총 2641곳에 이른다.

국내 병원들은 코로나가 발발한 올해 1분기 이미 환자들의내원일수가 크게 줄면서 경영난을 겪기 시작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소아청소년과, 이비인후과, 안과, 정형외과 등 내원일수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7.5%, 11.1%, 10%, 7.8%로 감소했다. 이 외에도 외과, 마취통증의학과, 산부인과 등 대부분 내원일수가 감소했다.

앞으로 1년이 고비가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코로나 사태 지속은 의료기관 운영난을 가속화시켰다. 실제 지난 5월 대한의사협회가 내과, 소아청소년과, 이비인후과 등 진료과 개원의 186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될 경우 의료기관 운영이 가능한 기간에 대해 10명 중 8명꼴인 82%가 ‘1년 이내’라고 응답하기도 했다.

정부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자 코로나 환자 치료 의료기관에는 4월부터, 폐쇄·업무정지 명령을 받은 의료기관이나 일반영업장에 대해서는 8월부터 매월 잠정 손실에 대해 개산급을 지급하고 있다. 개산급은 손실이 최종 확정되기 전 잠정적으로 산정한 손실을 일부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는 이와관련, 지난 25일 손실보상심의위원회 심의의결을 통해 총 1287억원의 손실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감염병전담병원 등 코로나19 환자치료기관 176곳에 1034억 원, 폐쇄·업무정지된 의료기관·약국·일반영업장 총 2641곳에 253억원 개산급을 각각 지급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코로나로 인한 직접적 타격을 입은 병원, 약국 등에 해당된다.

문제는 이 뿐만 아니다. 코로나 확산세로 동네병원은 감염 위험에도 노출돼 있다. 호흡기 질환인 감기, 독감, 코로나 환자를 구분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환자 몸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선 환자를 직접 대면해야 한다. 병원 내에서 또 다른 감염으로 인한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서울 종로구에 개원한 한 의사는 "환자를 많이 돌보면 감염 확률도 덩달아 높아진다"면서 "감염 우려에도 경영난에도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병원을 운영할 할 수 있을지 여부 등 중대한 기로에 놓였다"며 한숨을 쉬었다.

문제는 동네 병원이 줄어들면 결국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아야 하는 고위험군인 고령자, 기저질환자들에게도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코로나 3차 유행 여파로 인해 사회적 거리 두기가 수도권에서 2단계로 격상되면서 환자는 더 급감할 우려가 있어 병원 운영 정상화를 위한 특단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의료기관의 기본적 재정적 구조는 대부분 인건비 지출이 차지한다. 위기의 시기라고 해도 사람을 쉽게 고용하거나 해고할 수도 없다"면서 "지출은 일정한데 환자가 병원에 오지 않아 수입이 줄면 결국 경영난 으로 병원 폐업까지 가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이어 "백신 조기 도입 등으로 내년 상반기 내에는 사회활동 90%가 정상화돼야, 희망이 보이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결국 이 같은 위기 상황이라면 당장 내년에 줄줄이 폐업 위기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 2022년 상반기나 되어서야 그나마 정상화될 수도 있다"는 경고도 했다.

코로나발 병원 위기는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에서도 코로나에 따른 경기 침체에 병원 방문을 기피하는 경향마저 이어지면서 문을 닫는 개업의들이 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비영리단체인 의사재단이 지난 7월 미국 내 의사 3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8%는 수개월 사이에 이미 병원 문을 닫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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