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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정신과 의사 ⑭] 조장원 원장의 '직장인 스트레스' 이야기

이해나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0. 11. 27. 16:23 수정 2020. 11. 27.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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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없는 직장인이 있을까? 정도 차이만 있을 뿐 누구나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안고 산다.

조장원 원장에 따르면 직장인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원인은 5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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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장원 민트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스트레스 없는 직장인이 있을까? 정도 차이만 있을 뿐 누구나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안고 산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극도로 심해졌을 때는 '위기'에서 나를 보살피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그래야 앞으로의 직장생활을 더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다. 지난 5월 시청역 바로 옆에 '직장인들의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병원 문을 연 정신과 의사가 있다. 민트정신건강의학과 조장원 원장이다. 현재 병원을 찾는 환자의 90%가 직장인이다.

"직장인은 눈 떠 있는 시간의 반 이상을 직장에서 보내죠. 그런데 막상 '직장인 정신건강'에 관심을 두는 사람은 드물어요.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어 누군가에게 토로하면 '너만 힘든 게 아니다' '직장은 다 힘들다' '네가 견뎌야 한다'는 얘기를 주로 들어요. 결국 모든 게 자기 잘못인 것처럼 여겨집니다. 이런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고자 직장인이 많은 시청역에 병원을 차렸어요"

병원 로비가 굉장히 넓었다. 이유를 물었더니 환자를 비롯, 일반인을 위한 정신건강 강의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증상이 있어서 병원을 찾는 사람뿐 아니라 정신건강에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한 강의를 할 계획입니다. 제가 직접 하기도 하고, 다른 연자분들도 모실 계획이에요"

조장원 민트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조장원 원장에 따르면 직장인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원인은 5가지다.

첫째는 '~해야 한다'는 당위적 사고를 많이 한다는 것. "직장인들은 '당연히' 해야 한다고 여기는 게 너무 많아요. 일을 잘해야 하고, 직장 내 관계도 잘 맺어야 하고, 토익 시험도 잘 봐야 하는 식이죠. 이를 위해서 업무가 끝난 뒤에도 잘 쉬지 못하고 주말까지 활용해서 자기 계발을 시간을 가져요. 사실 이 모든 것들은 해야 하는 게 아니고, '하고 싶은 것'이에요.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면, 목표를 이루고도 행복하지 않아요. 그게 당연한 거니까요. 내가 당위적 사고를 할 때 이를 인식하고 '희망적 사고'로 바꿔야 합니다" 살 빼야 한다, 토익 시험을 잘 봐야 한다가 아니라, 살 빼고 싶다, 토익 시험을 잘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는 말이다. '감사일기' 쓰기도 추천했다. 하루에 다섯 가지씩 감사한 일을 떠올리며 적어보면 된다. '희망적 사고' '감사 일기'를 연습하면 당연한 줄 알았던 것이 당연한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두 번째는 미래만 바라보기 때문이다. "40~50대 환자들이 오면 이런 말을 많이 해요. 지금만 바라보고 살아왔고, 원하는 결과를 이뤘는데 행복하지 않다고요. 실제 고3 수험생들은 대학만 가면 행복해지겠지, 대학생들은 취업만 하면, 직장인들은 결혼하면 행복할 거라고 미래를 그리며 살죠. 하지만 정신과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개념은 지금 그리고 여기, 'Here & Now' 예요. 지금의 행복을 'There & Future'로 미룰 수는 없어요. 의도적으로 행복감을 느끼기 위한 행동을 실천하세요. 평일에도 한 가지 이상 행복감을 경험하는 게 좋아요. 주말에만 행복하려 하지 말고 평일도 행복하세요. 중요한 건 그러기 위한 수단과 방법이 여럿 있어야 된다는 거예요. 거창한 게 아니어도 돼요. 맛있는 것 사 먹기, 친구 만나기, 유튜브 보기, 웹툰 보기도 충분히 좋아요. 나를 위한 선물을 사는 것도 효과가 좋습니다"

민트정신건강의학과의원/사진=민트정신건강의학과

세 번째는 목표는 있는데 목적이 없는 경우다. 목표가 같아도 목적이 무엇인지에 따라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 다양하다. 예를 들어, 제주도행 비행기를 탄 사람들의 공통 목표는 제주도 가기다. 하지만 목적이 여행인지, 업무인지, 집에 가기인지에 따라 느끼는 기분은 제각각. "일을 하는 목적도 나의 '행복'과 관련돼야 합니다. 그래야 일이 힘들지만은 않아요. 모든 사람이 처음에는 목적을 세워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를 잊고 목표만 좇게되죠. 힘들 때는 내가 직장에 왜 입사했는지, 입사할 때 20~30년 뒤 내 모습을 어떻게 그렸는지 등을 떠올리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어요"

네 번째는 반복되는 실패 경험이다. "직장인은 이루기 힘든 목표를 너무 많이 세워두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실패를 반복합니다. 그러다 보면 무기력감이 생기고, 무기력감을 반복적으로 느끼게 되면서 우울감으로 이어져요. 학계에서 우울증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모델이 '학습된 무기력함'이에요. 즉, 직장인들은 이루기 힘든 목표를 과도하게 많이 세워놓고 실패만 경험해서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반대로 성취감을 학습해야 합니다. 성공을 반복해서 경험해야 하는 거죠. 중요한 것은 정말 간단하고 성공 가능한 일부터 시작해야 해요. 책을 매일 한 시간씩 읽자가 아니라 하루 5분만 읽자. 운동을 매일 5분씩 하자 같이 간단한 거요. 무조건 하기 쉬운 것부터 시작하세요"

다섯 번째는 인간관계 문제다. 실제 병원을 찾는 직장인 환자의 99%가 인간관계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한다. "쇼펜하우어가 책에서 쓴 것 같이 '고슴도치'에 비유할 수 있어요. 혼자 떨어져 있으면 외롭지만, 그렇다고 가까이 붙으면 서로의 가시게 찔리게 되는 상황이요. 남에게도 가시가 있지만 내게도 있어요. 가시가 없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죠. 다른 사람과는 적정 거리를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연인관계나 친구 관계에서는 적정 거리 유지하기가 비교적 쉬워요. 자기 의지로 관계를 정리할 수도 있고, 거리를 유지할 수 있으니까요. 문제는 직장 상사랑 의도적으로 말을 하지 않는 기간을 가질 수는 없다는 거죠. 이때는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을 만나세요" 힘들 때일수록 모든 사람이 나를 이해 못 한다는 생각에 마음을 닫아버리기 쉽다. 그럼에도 내가 편하게 느끼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 마음의 문을 여는 게 도움이 된다.

조장원 민트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조장원 원장의 진료철학은 '존중'이다. "존중이라는 건 나와 상대방이 다른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요. 환자를 대할 때 그의 감정이 어땠을까 최대한 자세히 여쭙고 제 입장에서 상대를 바라보는 게 아니라 환자의 입장에서 환자를 바라보고 이야기하려고 노력합니다"

아직 정신과를 꺼리는 사람들에게도 한 마디 부탁했다. "불안, 우울, 불면을 겪는 것은 내 몸과 마음이 보내는 일종의 위기 신호예요. 더 이상 상태를 방치하면 안 된다고 알람을 주는 거죠. 하지만 주변에서 나를 안 좋게 볼까봐, 혹은 남들이 그 정도는 참아야 한다고 하니까 병원을 찾지 않는 것은 내 안에서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는 거죠. 내 감정의 주인공은 나예요. 내가 내 감정을 제일 잘 알아요. 힘들면 바로 정신과를 찾으셔도 됩니다. 그게 내가 보내는 사인이기 때문이죠"

마지막으로 조 원장은 정신건강을 지키기 위해 가장 기본적인 세 가지를 실천하라고 강조했다. 규칙적인 수면, 운동, 식사다. "정말 힘들 때도 쓰러지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이 세 가지를 유지하고 있어요.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나를 아끼는 행위를 잃지 않는 거죠. 이것이 나에게 숨 돌릴 틈이 될 수도 있고요. 다만, 평소부터 이 세 가지가 단련되는 게 가장 좋아요. 너무 기본적인 대답이라 안 좋아하실 수도 있는데, 정말입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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