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법 출신이지만 합리적..이게 바로 사찰"..판사들 한목소리

김규빈 기자,이장호 기자 입력 2020. 11. 27. 16:24 수정 2020. 11. 27.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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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분석 문건'에 "秋-尹 갈등 빼고 보면 적정성 여부 명확해"
"'물의야기법관' 압색 자료라면 심각..尹집행정지 소송 쟁점될것"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이장호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정지 사유 중 하나로 언급하며 처음으로 제기된 '재판부 사찰' 의혹을 두고 판사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윤 총장 측은 전날(26일) 9페이지 분량의 문건을 공개하면서 반격에 나섰다. 공소유지를 위한 정보일 뿐 위법성이 없다는 자신감을 보인 것이다.

문건의 대상인 판사들의 생각은 어떨까. 판사들은 법무부와 검찰의 싸움에 법원이 휘말릴 것을 걱정해 말을 아끼면서도 검찰이 판사의 세평 및 개인정보를 수집한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세평 조회 개인정보 수집 "문제 있어…특정 연구회 출신 분류도 '사찰'"

윤 총장 측이 공개한 해당 문건에는 판사 37명의 출신 고교, 주요 판결, 세평 등이 적혀있다.

구체적으로 '우리법 연구회 출신이나, 합리적이라는 평가', '검찰에 적대적이지는 않으나, 증거채부결정 등에 있어 변호인의 주장을 많이 들어주는 편' 등의 내용이 서술되어 있다.

한 부장판사는 "세평을 수집하는 것은 인사를 담당하는 사람이 하는 것이지 수사하는 사람의 역할이 아니다"며 "국가기관인 검찰이 단순히 인터넷에 검색했을 때 나오는 정보 등을 수집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도 "재판부의 주요 재판 판결, 무죄율 등등의 정보라면 검찰에서도 관리를 할 수 있지만, 개인적 정보, 물의야기 법관 등등의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매우 문제가 많은 것"이라며 "(알려진 정보라고 하더라도) 검찰이 하나의 의도와 방향성을 갖고 정보를 모아놨다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도 "우리법 연구회 출신이지만, 합리적인지 등을 분류하는 것이 바로 '사찰'"이라며 "반대로 말하면 우리법연구회는 합리적이지 않다는 평가를 한 것 아니냐. 그런 평가가 왜 공판유지를 위한 정보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 고법판사도 "윤석열과 추미애, 법무부와 검찰, 정치권 등등을 빼놓고 보면 이게 적절한지 아닌지는 명확하게 보일 것"이라며 해당 문건의 정보가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물의야기 법관 문건, 별건 수사에 활용했다면 "심각한 위법"

해당 문건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물의야기 법관'의 경우는 세평에 '행정처 16년도 물의야기법관 리스트 포함'이라는 기재와 함께 해당 판사가 문제를 일으켰던 내용의 언론보도 내용이 부각되어 있다.

이에 대해 판사들은 검찰이 대법원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양승태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물의야기 법관' 문건을 이용해 해당 문건을 만들었다면 중차대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방의 한 부장판사는 "'물의야기 법관' 문건이 사용됐다면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와 직권남용 권리방사방해 등 혐의가 적용 될 수 있다"며 "(사법농단 의혹 수사 당시)법원행정처 PC를 압수수색해 갔을 때, 검찰이 PC에서 나온 증거를 추후 차곡차곡 꺼내서 쓰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사에 의해 획득한 자료를 다른데 유용하지 않고, 수사가 끝나면 폐기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덧붙였다.

수도권 지역의 한 판사도 "압수수색에서 나온 정보를 별건의 수사에 활용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해당 정보가 검사의 공소유지, 쟁정에 쓰였다면, 그 과정에 참여한 검사들은 처벌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재판에서 이미 '물의야기 법관' 일부가 공개된 바 있어 문건을 작성한 검사가 공판에서 공개된 정보를 보고 작성했을 가능성도 있다.

지방의 한 고법판사는 "대검 감찰부가 압수수색에 들어갔으니 이 부분은 금방 밝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윤 총장 직무배제 두고선 의견 엇갈려

윤 총장의 직무배제 사유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판사들 내부에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한 부장판사는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연루된 판사들이 재판을 맡는 것이 합당한지 논란이 있었고, 당시 대법원장이 재판 업무에서 배제하지 않았느냐"며 "'판사 사찰'이라는 위법 행위가 해명될 때까지 윤 총장의 직무를 배제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지방지역의 한 판사는 "기소된 사람은 감찰만 하고 직무집행을 하면서, 기소가 되지 않은 사람은 직무집행을 하는 것은 난센스"라며 "감찰 절차에 따르지 않았다고, 징계혐의가 있다는 것만으로 총장의 직무를 정지하는 적법절차 원칙에 어긋날 소지가 크다"고 답했다.

다만 수도권 지역의 한 판사는 "문건 전체의 내용을 본 후 판단해봐야 할 것 같다"며 "자신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적나라하게 공개한 것은 기분이 나쁘지만, 직무배제의 사유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젊은 판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고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나 '재판부 사찰'이 집행정지 사건의 주요 쟁점이 될 것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었다.

이번 재판부 사찰과 관련해 대법원도 신중한 입장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법관 사찰이 언급되는 현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수사나 징계 등 진행되고 있는 절차를 주시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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