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인공태양' 상용화 큰 걸음..韓기술력이 돌파구 뚫었다

이새봄 입력 2020. 11. 27. 17:06 수정 2020. 11. 27.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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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KSTAR '1억도 초고온 플라스마' 세계최초 20초달성 의미는..
차세대 에너지 핵융합 핵심은
태양 중심부 환경 만드는 것
1억도 연속운전 300초 달성땐
인공태양 24시간 발전 가능해
핵융합硏 "5년이내 도달목표"
무한·청정·안전 에너지 향한
장구한 여정 올해로 70년째
2050년 상용화 꿈이 보인다
1950년대 과학자들은 무한한 태양에너지를 창출하는 근원인 핵융합 반응을 지구에서도 구현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웠다. 이후 60여 년 만에 태양이 빛과 열 에너지를 만드는 원리인 '핵융합' 현상을 인위적으로 발생시켜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무한 에너지를 생산해내는 인공태양 건설에 한 발짝 더 다가서는 사건(?)이 국내에서 벌어졌다.

지난 24일 한국의 인공태양인 KSTAR(케이스타)가 세계 최초로 1억도의 초고온 플라스마를 20초간 유지하는 데 성공한것. KSTAR는 2018년 약 1.5초간 플라스마 이온온도 1억도를 유지하는 데 성공한 데 이어 지난해에 그 시간을 8초로 늘린 뒤 이번에 두 자릿수로 만들었다. 유석재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장은 "20초라는 시간이 굉장히 짧아 보일 수 있지만 1950년 핵융합에너지를 평화적으로 이용하겠다고 밝힌 이래 인류 연구개발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우리 인류가 경험해 보지 못한 수준의 성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렇다면 1억도의 온도를 더 오랜 시간 유지하는 게 인공태양 건설과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일까. 이 관계를 파악하려면 일단 태양에서 분출되는 막대한 에너지가 어떻게 생성되는지부터 파악하는 게 필요하다.

섭씨 1500만도, 2000억기압에 달하는 태양의 중심부에서 물질들은 고체, 기체, 액체의 형태로 존재하지 못하고 '제4의 물질'인 플라스마 형태로 존재한다. 플라스마 상태에서 물질들은 전자와 이온이 분리된다. 이 상태에서 수소 원자 두 개의 원자핵이 결합하는 핵융합 반응으로 헬륨 원자가 만들어지고, 이 과정에서 생기는 에너지는 빛과 열의 형태로 우주공간에 끊임없이 방출된다. 지구에서 이러한 핵융합 반응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태양 중심부와 같은 환경을 만드는 게 우선이다. 태양과 동일한 환경을 만들면 가장 좋겠지만 지구상에서 2000억기압에 달하는 압력을 만들어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압력의 도움을 받지 않고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려면 태양 표면온도보다도 7배 이상 뜨거운 1억도 이상의 열이 필요하다. 인공태양을 현실화시키는 데 1억도의 온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한 이유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자연상태에서 1억도의 온도가 존재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인위적으로 1억도 이상이라는 초고온 상태를 달성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진공용기에 중수소, 삼중수소 등 핵융합 연료를 채운 후 열을 가해 플라스마로 만드는 방식을 고안해냈다. 한국 KSTAR는 속이 빈 도넛 모양의 공간에 원료를 넣고 거대한 초전도 자석으로 이를 통제해 빠르고 뜨겁게 가속·가열하는 '토카막'형 핵융합 장비다. 이론상으로는 초고온의 뜨거운 플라스마는 초전도 자석의 자기장으로 인해 도넛 형태의 토카막에 닿지 않은 채 움직일 수 있다.
핵융합을 위해서는 초고온 플라스마를 오랜 시간 꾸준히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플라스마는 압력 변화 등의 아주 미세한 외부 자극에도 불안정해진다. 특히 핵융합로에 갇혀 있는 초고온 플라스마는 바깥 부분과의 큰 압력·온도 차로 불안정한 특성을 지닌다. 토카막형 플라스마 경계면의 미세한 압력 변화 때문에 플라스마가 안정적으로 자기장을 따라 움직이지 않고 요동치는 '플라스마 경계면 불안정모드(ELM)'가 발생하는 이유다. ELM이 발생하면 1억도의 초고온 플라스마가 토카막 벽을 때려 경계면이 훼손되고 플라스마가 새어나가 효율이 떨어진다. 이런 현상 때문에 초고온 플라스마를 오랜 시간 유지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KSTAR는 플라스마 중심부 온도는 높으면서도, 플라스마 가장자리 온도는 낮춰 '에너지장벽'을 형성하는 식으로 고온의 플라스마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 이 문제를 상당 부분 개선했다. 윤시우 KSTAR 연구센터장은 "플라스마 현상 제어 기술 등을 통해 짧은 유지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렸다"며 "장시간 고성능 플라스마 운전 기술 확보를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설명했다.

핵융합발전을 상용화하려면 24시간 연속 운전이 가능해야 한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은 1억도 온도를 유지하면서 300초 이상 연속 운전이 성공할 경우, 인공태양을 24시간 돌려도 무리가 없다고 보고 있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은 2025년 300초 운전을 달성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내년 30초, 2023년 50초, 2024년 100초라는 기록을 달성해야 한다.

다만 300초 연속 운전을 달성한다고 해서 핵융합발전소가 바로 상용화되는 것은 아니다. KSTAR가 개발하고 있는 기술은 고성능 플라스마를 장시간 유지하는 기술이다. 즉 고온 핵융합 반응이 가능한 '상태'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초고온 플라스마에서는 허리케인보다도 더 복잡하고 이해할 수 없는 난류들이 발생해 핵융합을 방해한다. 핵융합이 잘 되는 조건의 플라스마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러한 난류를 이해하고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세계가 공동으로 핵융합 상용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건설은 2025년 완공된다. ITER가 완공되면 본격적인 실험을 통해 핵융합 실험에 필요한 공학기술 검증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후 2040년대에는 핵융합 상용 여부를 검증할 핵융합실증로를 건설하고, 2050년에 핵융합을 이용한 전기 생산까지 실증하게 되면 상용로 건설이 가능해진다. 계획이 일부 연기될 수는 있지만 명확한 '시간표'가 나온 것이다. 윤 센터장은 "1950년대 핵융합 연구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상용화에 걸리는 시간을 약 30년이라고 잡았지만, 10년 후, 20년 후에도 계속 '30년 남았다'는 이야기를 되풀이해 왔다"며 "이제는 과거와 얘기가 전혀 달라졌다. 정말로 '30년' 안에 인공태양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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