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센카쿠는 중국땅' 메시지..일본 정치권 격앙
[경향신문]
중국과 일본이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대해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중국 영토’라는 메시지를 던지면서 일본 정치권이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27일 요미우리(讀賣)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왕 외교부장은 지난 24일 일본을 방문해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 공동으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일본 어선이 댜오위다오의 민감한 수역에 들어오는 사태가 발생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필요한 반응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센카쿠열도가 사실상 중국 영토라는 메시지가 함축된 것이었다.
전날 열린 일본 집권 자민당 외교부회에서는 왕 외교부장이 센카쿠 열도가 중국 영토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반론해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센카쿠 열도를 실효 지배하고 있는 일본 측은 일련의 사건을 “중국 당국 선박이 연일 일본 영해를 침범하고 있다”고 규정해왔다. 왕 외교부장이 양국 공동 기자회견에서 중국 일대가 중국의 주권 영역이라는 주장을 전제로 언급한 것에 대해 일본 측이 회견 당시 즉시 반박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은 공동 기자회견 당시 센카쿠 문제에 관해 “일본의 입장을 설명하고 중국 측의 긍정적인 행동을 요구한다”고 에둘러 언급했는데 이후에 왕 외교부장이 중국의 주장을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도발했다. 모테기 외무상이 왕 외교부장의 발언을 부드러운 표정으로 듣는 영상까지 공개돼 인터넷에도 비판이 쇄도했다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전했다.
모테기 외무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왕 외교부장의 센카쿠 영유권 주장에 대해 공동 기자회견이 끝난 뒤 재개된 회담에서 반론을 폈다고 해명했다. 모테기 외무상은 “(회담에서 센카쿠에 대한) 우리나라의 입장과 사고방식을 재차 강조했다”며 “(센카쿠는) 우리나라의 고유 영토로 현재 유효하게 지배하고 있으며, 해결해야 할 영유권 문제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왕 외교부장은 25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를 면담한 직후 총리관저에서도 기자들에게 비슷한 취지로 발언을 이어갔다.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갈등은 중·일 간 다른 정치 교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일본 정부 내부에서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을 미루는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일본 측에서는 중·일 수교 50주년인 2022년으로 미루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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