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밀어붙였는데, 지지율은 왜 야당이 오르지? '가덕도 미스터리'

손덕호 기자 입력 2020. 11. 28. 07:10 수정 2020. 11. 28. 10:2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與지지율, 김해신공항 백지화 전 30.1% 후 30.2%
野지지율, 같은 기간 29.3%에서 34.2%로 올라
18년된 해묵은 이슈여서 시민들 '피로감' 느껴
선거 때마다 나왔던 공약이어서 '불신'도
4년 전 조사, '김해신공항'에 10명 중 6명이 찬성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시도민의 오랜 염원인 가덕도 신공항 가능성이 열렸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국무총리실 산하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은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발표하자마자 회의를 열고 한 말이다. 당시 야당은 '내년 선거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4개월여 앞두고 유리한 고지에 오르기 위해 가덕도 신공항 카드를 던졌다는 것이었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과 부산·울산·경남 지역 의원들이 지난 26일 국회 의안과에 '가덕도 신공항 건설 촉진 특별법'을 제출한 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예상을 깨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이 속전속결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까지 발의했지만, 이 지역에서 당 지지율은 답보상태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지난 1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PK 지역 민주당 지지율은 30.1%였고, 지난 26일 조사에서는 30.2%로 0.1%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오히려 같은 기간 국민의힘 지지율은 29.3%에서 34.2%로 3.9%포인트 상승하며 민주당 지지율을 웃돌았다(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그 이유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가덕도 신공항이 18년 된 오래된 이슈여서 부산 유권자들이 피로감을 느끼고, 과연 문재인 정부가 사업을 제대로 추진할 것인지 불신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가덕도냐 밀양이냐'였던 과거와 달리, '김해신공항'이라는 대안이 이미 4년 전 제시된 것도 부산시민들이 가덕도 신공항에 시큰둥하게 만들었다는 관측도 있다.

지난 16일 오후 부산 강서구 가덕도동 대항항 전망대에서 항공기 모형이 설치 돼 있다. /연합뉴스

◇18년 된 이슈, 다시 불 붙이기 어려워

부산에서 신공항 필요성이 대두된 것은 2002년 중국 국제항공 추락사고 이후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던 2003년 1월 부울경 상공인 간담회에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건의 받고 "전문가들에게 시켜 적당한 위치를 찾도록 하겠다"고 했다. 2006년 12월에는 건설교통부에 신공항 검토를 지시했다.

그 뒤 이명박 정부에서 타당성 조사 결과 경제성이 낮아 백지화됐다. 2012년 대선 때 박근혜·문재인 후보 모두 공약으로 내걸며 다시 부활했다가, 2016년 기존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김해신공항' 계획이 확정되며 다시 백지화됐다. 끝난 줄 알았던 가덕도 신공항은 2017년 지난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를 거치며 재부상했고, 그 결과로 나온 것이 '김해신공항, 근본적 재검토 필요'라는 검증 결과다.

부산 지역 국민의힘 한 의원은 "가덕도 신공항은 선거 때만 되면 나오는 이슈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관심이 없다"며 "가덕도든 김해든 공항을 빨리 만들라는 게 다수 여론"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다른 의원은 "가덕도 신공항을 지금까지 정치권에서 너무 자주 선거에 활용했다"며 "유권자들이 피로한 상태여서, 보궐선거에 결정적 영향은 주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6년 6월 9일 부산 가덕도를 방문해 신공항 유치를 결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5명만 당선시켜 주면" 후 지켜지지 않은 공약

문재인 정부가 아직 확실히 가덕도 신공항을 짓겠다는 신뢰를 주고 있지 못해 PK 민심이 민주당에 기울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이미 두 번 백지화됐기 때문에, 세 번째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아직 가덕도 신공항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다.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 김수삼 위원장은 "과학적, 기술적 측면에서 김해신공항 공정성을 검토한 것을 가덕도 등 특정 공항과 연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부산시민들이 가덕도 신공항을 이야기하는 민주당을 믿지 못하는 이유를 문재인 대통령에게서 찾았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의원 5명만 당선시켜 주면 가덕도에 신공항을 세우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실제로 5명이 당선됐지만, 신공항은 지어지지 않았다. 이 의원은 "지방선거나 대선 때 사골 곰국처럼 우려먹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다른 의원은 "부산시민들은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결국 내팽개칠 것이라는 불안감이 있다"며 "차라리 받아 놓은 것(김해신공항)부터 먼저 짓자는 생각을 가진 사람도 많다"고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PK 지역 지지율 상승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실정 때문"이라고 했고, 가덕도 신공항은 내년 보궐선거에 "큰 영향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6년 6월 21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브리핑룸에서 ADPi 장 마리 슈발리에 수석 엔지니어가 김해공항 확장이 최적의 신공항 대안이라고 밝히고 있다. /조선DB

◇가덕도보다 김해공항 확장이 낫다는 의견도

박근혜 정부가 2016년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 용역을 통해 가덕도나 밀양 대신 제시한 김해신공항이라는 대안에 부산시민들이 만족했기 때문에 가덕도 신공항이 여론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신공항 입지로 김해신공항이 발표된 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부산시민 10명 중 6명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2016년 6월 27일 발표된, 부산시가 여론조사업체 포커스컴퍼니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부산시민 63.5%는 김해신공항에 대해 "모든 것을 고려한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답했다.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은 27.8%에 그쳤다. 또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김해신공항에 대해 "결과를 수용하고 지역에 이익이 될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한다"가 68.6%로 나타났다. "입지선정 결과에 불복하고 재검토 요청"은 15.8%, "가덕도 신공항 독자 추진"은 11.2%였다.

부산시민 입장에선 시내에서 가까운 김해공항이 교통이 불편한 가덕도 신공항보다 낫다는 의견도 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지역구 주민 절반 이상이 가덕도가 아닌 김해신공항에 찬성한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에서는 부산시민 사이에 김해공항 확장이 아닌 가덕도에 새 공항이 들어서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전 의원은 "부산에서는 김해공항 확장은 절대 불가하다는 강력한 거부감이 있다"며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서 수도권과 경쟁하려면 24시간 운영할 수 있는 가덕도 신공항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