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나중에 수사대상 되나"..윤석열 직무정지 '위법' 논란[서초동 야단법석]

손구민 기자 입력 2020. 11. 28. 12:51 수정 2020. 11. 28.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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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내 반발 "감찰 과정 절차 안 따라 헌법 위배"
'적법절차' 강조한 헌법12조.."尹에 알리지도 않아"
추미애 "적법절차 따랐다"..구체적 설명은 피해
지난 17일 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정지 조치는 위법하다는 지적이 검찰 내에서 커지고 있다. 추 장관이 “기본적인 헌법부터 무시했다”라는 비판도 있다. 향후 추 장관은 직권남용 등 혐의로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추 장관은 직무정지를 결정하는 데 필요한 조사를 충분히 진행하지 않았다는 점, 또 윤 총장에게 징계에 대한 통지를 제대로 하지 않아 윤 총장의 방어권을 보장하지 않은 점 등이 위법하다고 지적되고 있다.

"총장 잘못했으면 당연히 처벌...적법절차 안 따른 게 문제"
추 장관은 지난 24일 윤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 및 징계청구를 하겠다며 전격 발표하고, 이같은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여섯 가지 사유를 나열했다. 여섯 가지 사유 중 특히 논란이 되는 ‘판사 불법사찰’ 의혹은 법무부 감찰관실에서 충분한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의혹 진상조사에 필요한 관계인 진술 등부터 파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판사들의 성향 및 기본정보를 정리한 문건을 작성한 담당 검사인 성상욱 당시 수사정보2담당관은 “법무부를 비롯한 누구도 문건 작성 책임자인 내게 문건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거나 문의한 사실이 없다”며 “정상적인 업무수행이었다”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무엇보다 의혹 당사자인 윤석열 총장에 대해선 조사를 아예 진행하지 않은 점도 위법하다는 지적이 있다. 물론 추 장관은 윤 총장에 대한 감찰 대면조사를 진행하기 위해 대검찰청을 찾아갔다가 윤 총장 거부로 조사가 불발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윤 총장은 ‘서면으로 조사를 받겠다’고 답했고, 법무부는 그 후 서면조사 등은 더 시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윤 총장 측에 따르면 법무부는 24일 직무정지 및 징계청구를 하게 된 사유 등을 윤 총장에 통지하지 않았다. 윤 총장 변호인인 이완규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전날 입장문을 공개하고 “(2일 예정된 법무부 징계위원회 관련) 징계기록 열람등사 신청을 하고 법무부 회신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어떤 진술이나 자료를 토대로 직무정지 및 징계청구를 하게 됐는지 사유와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걸린 검사선서 앞으로 관계자들이 지나가고 있다. 전국 최대 규모인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들과 평검사들은 윤 총장의 직무집행 정지가 “위법·부당하다”며 내부 통신망에 성명을 올렸다. /연합뉴스
검찰 측은 이런 일련의 상황들을 종합하면 추 장관은 헌법 12조부터 어겼다고 판단하고 있다. 헌법 12조 1항은 “누구든지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않고는 처벌받지 않는다”고 돼 있다. 즉 ‘적법절차’를 말하는 것인데, 수사나 감찰 등 당사자에게 불이익이 갈 수 있는 절차는 적법성이 의무여야 한다는 얘기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최고 상위법인 헌법 12조가 명시한 적법절차에 맞게 하위법인 검사징계법 등을 적용해야 하는데, 추 장관의 조사 과정을 보면 그 적법절차를 전혀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총장이 잘못한 게 있으면 당연히 처벌받아야 한다. 하지만 처벌은 법에 맞게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데 전혀 그러지 못했다”며 “다른 장관도 아니고 법을 수호하기 위해 있는 법무부 장관이 법을 어겨가며 총장을 직무정지 시킨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헌법 13조도 어긋난다는 분석도 있다. 헌법 13조 1항은 “모든 국민은 범죄를 구성하지 않은 행위로 소추되지 않는다”고 돼 있다. 즉 범죄가 아닌 행위, 또는 범죄로 아직 증명되지 않은 행위 때문에 소추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소추는 ‘공무원의 탄핵’ 등도 포함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넓게 봐선 윤 총장의 직무정지 및 향후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해임 처분은 소추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성명서 소용없지만, 선례 남겨선 안돼 목소리"
그동안 검찰 내에선 추 장관의 조치를 재고해달라는 성명서를 연달아 냈다. 고검장, 일선 검사장, 18개 검찰청 검사들, 전직 검사장 34명까지 모두 직무정지 조치는 부당하고 위법하다는 지적은 이런 배경을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성명서를 쏟아 내봤자 추 장관은 듣지 않을 것을 당연히 알지만, 절차에 맞지 않게 검찰총장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은 선례로 남아선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의견전달이 안 돼도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에 따른 검사징계법 위반 등을 비롯해, 추 장관은 검찰청법을 어겼다는 주장도 있다. 이전에도 채널A 사건 때문에 논란이 됐던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문제가 다시 떠오른 것이다. 검찰청법 8조는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명시했다. 그런데 추 장관은 윤 총장 비위 의혹이라는 구체적 사건을 수사지휘 했다는 것이다.

"2년후 추미애 '직권남용' 수사하면 증거확보 될것"
국정농단 사건과 삼성 그룹 경영권 부정승계 사건 등을 수사한 이복현 부장검사는 전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이같이 주장했다. 이 부장검사는 “수사의뢰건, 고발이건, 그 이외 것들로 포장하더라도, 결국 검찰 개별사건에 대한 장관의 의견 표명 및 지시는 결국 본질이 수사지휘이므로, 법에 따르지 않은 수사지휘는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장검사의 지적은 대검 감찰부가 추 장관의 직무정지 조치 발표 다음 날인 25일, 사찰 문제를 일으킨 문건을 만든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을 압수수색 했는데, 이에 대해 추 장관이 “추가적인 사찰 등 비위는 없는지 더 감찰하라”고 지시한 것이 검찰청법 8조 위반이라는 것이다. 추 장관은 표면상 감찰을 지시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감찰부가 압수수색이라는 강제수사 방식을 동원한 이상 해당 감찰은 수사로 전환된 것이므로 사실상 장관의 개별 사건 수사지휘라는 해석이다. 대검 내 수사권을 가진 부서는 감찰부가 유일하다.

이복현 부장검사. /연합뉴스
이 부장검사는 그러면서 “삽질을 하고 그냥 가만있어야 하는데, 그걸 ‘만회’하려고 후속 삽질을 하다가 수사의 단서를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혹여 2년 뒤에 누가 수사를 하게 되면 대충 증거확보는 될 듯하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자신의 직무정지 및 징계청구가 절차상 법에 위반될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추 장관은 전날 입장문을 내고 “이번 조치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충분한 진상 확인과 감찰 조사 기간을 거쳤다”며 “징계청구에 이를 정도로 구체적인 명백한 진술과 방대한 근거자료를 수집해 이뤄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아직 그 구체적 진술과 근거자료들이 무엇인지 추가적인 설명을 법무부 측은 제시하지 않았다. 법무부 관계자는 “그동안 공개 입장을 낸 것 외에는 더 설명할 게 없다”고 밝혔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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