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외교' 조급증에 무리수 두는 중국

모종혁 중국 통신원 2020. 11. 29.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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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 단계 거치지 않은 백신들 일반인에 접종..여기저기서 부작용 나타나

(시사저널=모종혁 중국 통신원)

미국 제약회사인 화이자와 모더나가 코로나19 백신의 3상 임상시험 중간 결과를 발표한 직후인 11월19일, 중국 언론은 자국의 백신 개발 상황을 일제히 보도했다. 특히 민간업체인 시노백(科興中維)이 개발한 '코로나백'이 터키에서 실시한 3상 임상시험에서 진전을 보였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백은 9월 중순부터 터키 의료진 중 지원자 638명에게 접종됐다. 이 중 150명이 331건의 부작용을 보였으나 심각한 사례는 없었다. 그동안 코로나백은 브라질과 인도네시아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에 유럽 국가인 터키에서도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현재 중국에서 3상 임상시험에 돌입한 업체는 시노백만이 아니다. 시노팜(中國醫藥)·캔시노(康希諾)·우한생명과학연구소 등도 3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이들 기업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미미한 중국을 벗어나 아랍에미리트·파키스탄·페루 등지에서 시험하고 있다. 여기에 방글라데시·칠레 등이 추가돼 10여 국가로 늘어났다. 현재 중국에선 1상과 2상 시험이 진행 중인 코로나19 백신까지 포함하면 13종이 개발되고 있다.

중국이 개발하는 백신은 모두 불활성화 백신이다. 코로나19 백신은 기반 기술에 따라 핵산·합성항원·전달체·불활성화 등으로 나뉜다.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은 핵산 백신으로, 바이러스의 DNA·RNA 등 핵산을 사람 체내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백신을 반드시 일정한 온도에서 보관해야 한다. 화이자는 영하 70도 안팎에, 모더나는 영하 20도에 백신을 두어야 장기간 저장할 수 있다. 그에 반해 불활성화 백신은 가정집 냉장고에서도 보관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다. 따라서 화이자나 모더나의 백신보다 신속한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운반과 관리가 용이하다는 것이다.

9월24일 베이징 시노백 본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 개발 현황 발표회'에서 인웨이둥 시노백 대표가 외신 기자들에게 현황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상시험 중인 백신을 돈 받고 접종

최근 중국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양상은 마치 브레이크 없이 과속하는 자동차와 같다. 아직 3상 임상시험이 끝나지 않은 백신을 자국민에게 접종하고 있기 때문이다. 11월24일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 발행되는 '화서도시보'는 "코로나19 백신의 접종이 10월20일부터 시작돼 11월11일 끝났다"고 보도했다. '화서도시보'는 쓰촨대학 호흡기질병의학과 량쭝안 주임과의 인터뷰를 통해 "대상자는 자원한 의료진·방역요원·출입국 직원 등이었고, 두 차례로 나눠 한 번에 200위안(약 3만4000원)을 받고 백신을 투약했다"고 전했다.

이는 중국 내에서 두 번째로 알려진 코로나19 백신의 상업적인 접종 사례다. 10월까지만 해도 저장(浙江)성 자싱(嘉興)·이우(義烏)에서만 자원자에게 백신을 접종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쓰촨에서도 실시된 것으로 드러나, 중국 전역에서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중국인들 사이에서 일어났다. 저장은 동부 연해 지방이고, 쓰촨은 내륙 서남부 지역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11월20일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발언이 나왔다. 류징전 시노팜 회장이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사가 개발한 백신을 약 100만 명에게 긴급 접종했다"고 밝힌 것이다.

류 회장은 "아직 심각한 부작용은 1건도 보고되지 않았다"며 "시노팜 백신은 연구·개발, 임상시험, 생산 등 각 방면에서 글로벌 선두"라고 자신만만해했다. 그러나 중국 업체들이 개발하는 백신은 아직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현 상황에서 임상시험 중인 백신을 일반인들에게 돈을 받고 접종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10월29일 브라질에서는 코로나백이 부작용을 일으켜 임상시험이 중단된 바 있다. 코로나백은 저장과 쓰촨에서 투약되었던 백신이다. 또한 11월9일에는 브라질에서 접종한 자원자 중 한 명이 사망하는 일도 발생했다.

물론 브라질 보건 당국이 부작용은 그리 큰 위험이 아니라고 판단했고, 사망한 자원자도 자살로 판명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중국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국민에게 백신의 상업적 접종을 지속했던 사실이 량쭝안 주임의 인터뷰로 확인된 것이다. 저장성에서는 브라질에서의 부작용 발생 이후 중단됐던 백신 접종이 11월16일부터 재개됐다. 대상자는 의료진·방역요원 등으로 제한했던 이전과 달리 해외로 나갈 노동자·비즈니스맨·유학생 등으로 확대됐다. 접종을 원하는 사람은 예약해야 하고 병원에 출국을 증명할 수 있는 개인정보, 여행국 비자, 항공권 등을 제시해야 한다.

현재 중국에서는 3상 임상시험이 채 끝나지 않은 코로나19 백신의 접종을 강행하는 것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다. 코로나19 확산을 예방하는 주무기관인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 가오푸 주임은 11월19일 온라인 세미나에서 "중국 백신이 매우 효과적이다. 믿어 달라"고 말했다. 그는 7월에 자진해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 가오 주임은 "대중에게 백신에 대한 믿음을 주기 위해 백신을 접종했다"고 밝혔다. 17일 미국 뉴욕타임스는 "저장성에서 백신 접종을 재개하자 일반인들이 너도나도 맞았다"면서 "일부는 웃돈을 내고 백신 접종을 예약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자국 백신에 불신을 드러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충칭(重慶)에 사는 여성 은행원 장이도 그중 하나다. 장이는 필자에게 "해외여행을 하고픈 마음이 굴뚝같지만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은 백신을 맞고 출국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 친구나 직장 동료도 같은 생각"이라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국내에 머무르며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길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해외에서도 중국산 백신이 배척당하고 있다. 11월19일 시노백의 백신 12만 회분이 브라질에 도착했다. 이에 수백 명의 상파울루 시민이 거리로 나서 중국 백신 도입을 결정한 당국을 비난했다.

백신 앞세워 외교·경제적 역량 강화 시도

그렇다면 중국은 왜 논란을 낳으며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혈안이 됐을까. 일각에서는 하루빨리 대외 이미지를 개선하고 새로이 재편되는 국제 질서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라고 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에 대한 전 세계인의 반감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 중국이 코로나19의 발원지인 데다, 초기 대응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은 백신을 해외에 공급해 추락한 국가 이미지를 제고하고 외교력을 강화하려는 포석을 하고 있다. 11월21일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기증·무상원조 등의 방식으로 백신을 개발도상국에 우선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백신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나라가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주요 협력국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현재 전 세계는 코로나19 사태로 심각한 경기 침체에 빠져 있다. 그에 반해 중국은 9월 '코로나 승리'를 선언했고, 3분기 경제성장률은 4.9%로 V자 회복세를 보였다. 따라서 중국은 이런 여력을 바탕으로 일대일로 협력국에 경제 지원과 물품 수출을 늘려 영향력을 더욱 공고히 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인도네시아·파키스탄 등과는 최저가에 백신을 공급하기로 이미 계약을 맺었다. 따라서 향후 백신을 앞세운 중국의 보폭이 국제무대에서 더욱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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