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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 믿었다가..용주골로 팔려간 지적장애 여성들

이홍근 입력 2020. 11. 29. 11:02 수정 2020. 11. 29.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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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폭력배들이 지적장애인을 납치해 성매매 업소 집결지인 파주 용주골에 팔아넘겨 온 사실이 드러났다.

29일 법조계와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남지역에서 활동하는 조직폭력배 일당이 지적장애 여성들을 유인해 파주 용주골에 돈을 받고 넘긴 사건이 발생했다.

조직폭력배인 이들은 보스 격인 A씨의 지시를 받고 지적장애인을 물색한 뒤, 렌터카에 피해자들을 태워 400㎞가 떨어진 파주 용주골로 가 포주에게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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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폭력배들이 지적장애인을 납치해 성매매 업소 집결지인 파주 용주골에 팔아넘겨 온 사실이 드러났다.

29일 법조계와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남지역에서 활동하는 조직폭력배 일당이 지적장애 여성들을 유인해 파주 용주골에 돈을 받고 넘긴 사건이 발생했다. 수사기관에서 확인한 피해 여성은 3명으로, 이들은 지난해 4·6·7월 세 차례에 걸쳐 성매매 업소로 넘겨졌다.

피의자들은 지적장애인들을 꾀어내기 위해 ‘연애 작업’이라는 수법을 썼다. 피해 여성과 먼저 교제를 해 신뢰를 쌓은 뒤 ‘돈을 많이 벌게 해 주겠다’며 집결지에 팔아넘긴 것이다. 결과적으로 피해자들은 남자친구를 믿었다가 봉변을 당한 것이다.

이렇게 용주골로 넘겨진 여성들은 선불금에 메여 착취당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피의자들의 범죄는 조직적이었다. 조직폭력배인 이들은 보스 격인 A씨의 지시를 받고 지적장애인을 물색한 뒤, 렌터카에 피해자들을 태워 400㎞가 떨어진 파주 용주골로 가 포주에게 넘겼다. 이 대가로 피의자들은 수백만원에 달하는 소개비를 받았다. 또 경비 명목으로 한 사람당 50만원씩을 챙기기도 했다.

현재 수사기관에서 검거한 피의자 최소 10여명이 성매매 유인 등의 혐의로 구속되거나 불구속 입건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부는 이미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21세기형 인신매매’ 사건이라고 볼 수 있는 이번 사건에 대해 형법 제288조(추행 등 목적 약취, 유인 등)의 2항 등이 적용됐다. 288조의 2항은 노동력 착취, 성매매와 성적 착취, 장기 적출을 목적으로 사람을 약취 또는 유인한 사람은 2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다만 정확한 검거·송치 인원 등은 수사기관에서 공개하지 않고 있다. 경기북부경찰청 광역수사대 관계자는 “본청(경찰청)에서 이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하라는 지침이 있었다”면서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방식으로 용주골로 팔려간 지적장애 피해자들의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확보된 3명을 포함해 총 10여명 정도의 지적장애인이 업소에서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피해 여성 대부분이 수사에 비협조적이라 경찰이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의자들이 자신의 남자친구 또는 지인들이다 보니 피해자들이 증언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용주골 사건’의 피해자들을 전담 지원하는 인권단체도 없어 경기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서 지원에 나서려고 했으나 이마저도 피해자들은 원치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소장인 최정규 변호사는 “가해자 처벌에도 관심을 못 두고 지원도 거부하고 있는 피해자들의 상황에 마음이 무겁다”며 “왜 지적장애 여성들이 제도 바깥에 방치되고 있는지, 그런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건 아닌지 우리 사회가 깊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염전 노예 사건 때도 학대 현장에서 분리된 장애인 중 일부가 다시 염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었다”면서 “오히려 학대 현장이 차별이라는 외부의 폭력적 시선이 닿지 않았던 유일한 곳은 아니었을까”하고 반문했다.

이홍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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