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팬덤, 역사적 진보에 기여" "맹목적 지지로 증오만 양산"

이윤식 2020. 11. 29.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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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ECIAL REPORT : 팬덤 전성시대, 빛과 그림자 / ① 쓴소리 금지 외치는 정치팬덤 ◆

올 한 해 이른바 '조국 백서'(검찰개혁과 촛불시민)와 '조국 흑서'(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가 서점가를 달궜다. 두 책은 지난해 '조국 사태'를 두고 "무차별적 수사와 보도"와 "무너진 정의·공정"이라는 서로 다른 진단을 내놨다.

매일경제는 두 책의 공동 저자들에게 '문재인 대통령 팬덤, 문파(문팬)는 무엇인가'를 각각 서면으로 물었고 이를 지상 대담으로 구성했다. 조국 흑서의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는 이성적 지지가 아닌 맹목적 지지로 '증오의 정치'의 발판이 됐다고 진단했다. 조국 백서의 김민웅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민주주의 역사를 발전시키려는 열정적 기대의 결과물로 봤다.

―정치 팬덤,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김민웅 교수=강력한 충성도를 가진 지지층이다. 무조건적 추종자로 여겨 지적·이성적 기반이 취약한 계층처럼 묘사되기도 한다. 오류다. 중요한 기준은 역사 의식이다. 이 점을 놓치면 정치 팬덤이 비이성적 군중집단으로 매도될 수 있다. 촛불시민혁명 과정에서 등장한 정치 팬덤은 역사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인물에 대한 열정적 기대와 수호가 그 중심에 있다.

▷서민 교수=언제든 자신을 믿고 지지해주는 팬덤의 존재는 해당 정치인에게 큰 자산일 수 있다. 하지만 '팬질'하는 지지자가 어떤 외부 비판도 허용하지 않거나 팬덤의 대상이 되는 정치 권력이 클수록 문제는 커진다.

―문 대통령이 강력한 팬덤을 갖게 된 이유는.

▷김 교수='촛불시민'들은 문 대통령에게서 역사의 미래를 발견했다. 적폐세력은 여전히 문재인정부를 포위·압박하고 있다. 따라서 문 대통령을 엄호하는 것은 민주주의 역사 자체를 엄호하는 것과 동일해졌다.

▷서 교수=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가 결정적이다. 폐족이 됐어야 할 친노세력이 부활하고 증오의 정치가 형성됐다.

―노사모와 문파, 같은 점과 다른 점은.

▷김 교수=노사모는 주류세력이 배제했던 노 전 대통령의 돌파력에 매료된 이들이다. 노 전 대통령의 역사의식과 함께한 이들이다. 문파는 노사모의 계승과 함께 미완의 민주주의를 완성시키고자 하는 의지를 담고 있다.

▷서 교수=노사모는 상대를 설득하고 타협하려 했다. 2002년 대선 새천년민주당 경선 때 노사모는 한 명당 대의원 세 명에게 '노무현을 뽑아달라'고 읍소하는 손편지를 썼다. 그러나 문파는 숫자로 밀어붙여 설득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한 번 밀리기 시작하면 노무현 꼴이 난다'는 태도다.

―정치의 팬덤화 현상을 어떻게 보나.

▷김 교수=정치 팬덤이 존재하지 않는 지도자는 없다. 외형적 현상이 아니라 그 안에서 작동하는 의지의 역사적 진보성을 놓고 평가해야 한다. 진보성이 결여된 정치 팬덤은 대중 파시즘의 잔재일 뿐이다.

▷서 교수=한국 정치를 망가뜨리는 요인이다. 가수도 팬덤이 만들어지면 라이벌 가수 공격 같은 부작용이 나타난다. 또 팬덤의 존재는 해당 정치인에게 정치를 막 해도 된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아무리 엉망이어도 지지율이 40%라면 하고 싶은 거 다 하지 않겠나. 민간인 최서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 연설문을 쓴 일이 이 정권에서 반복돼도 탄핵은 없을 거다. 오히려 '월급도 안 받고 연설문 써 줬다'며 의인 취급할 거다.

―문파가 상대와 이견을 용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김 교수=역사 발전에 요구되는 권력투쟁의 한 형식이다. 당연하다. 전선의 분열과 교란을 용납하는 혁명 조직은 없다. '집단행동으로 억압한다'는 지적 이전에 왜 그런 강력한 비판을 자초했는지 먼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 교수=문파들로 인해 어지간한 멘탈이 아니고선 바른말을 할 수가 없게 됐다. 중국 문화혁명 시대와 판박이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가 국민의힘 성폭력대책특위에 들어갔을 때도, 정성호 국회 예결위원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정도껏 하라"라고 한마디했을 때도 공격을 받았지 않았나.

―정치 팬덤의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려면.

▷김 교수=무엇이 부정적인 영향이고, 그 기준은 뭔가. 역사의식이 거꾸로 가고 있는 정치인이 있다면 그에 대한 집단적인 비판은 당연하다. 그 집단성을 부정적으로 본다면 정치 팬덤에 대한 이해 자체가 잘못됐다. 부정적이라면 대중 파시즘에 기여하는 퇴행적 역사의식 집단에서 나올 뿐이다.

▷서 교수=팬덤을 거느린 문 대통령이나 김어준 같은 이들이 '그러지 말라'고 말려야 한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니까. 그런데 그저 이용할 뿐 말릴 마음이 없다. 국민 수준 문제이기도 하다. 가덕도공항도 선거 때문에 갑자기 이슈가 됐다. 그만 속을 때도 됐는데 이번에도 난리다.

―정치 팬덤의 미래는 어떻게 전망하나.

▷김 교수=팬덤 결집의 철학적 기반, 역사의식의 내용은 점점 더 진화하게 될 것이다. 그때 우리는 아마 다른 용어로 이를 설명하게 될 것이다. 추종세력 팬덤이 아니라 도리어 이끌고 나가는 주체로서 말이다.

▷서 교수=문 대통령이 퇴임해도 문파는 새 먹잇감을 찾을 거다. 학계와 언론이 '문 정권이 팬덤 때문에 망했다'는 점을 계속 다뤄야 한다. 그러다 보면 팬덤도 시나브로 줄어들지 않겠나.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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