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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윤석열 대면조사 요청했던 평검사가 '감찰 절차 위법' 폭로

강광우 입력 2020. 11. 30. 00:03 수정 2020. 11. 30.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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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검사, 검찰 내부망에 글 올려
"판사 사찰 의혹, 범죄 성립 어렵다
보고서 냈지만 설명없이 삭제돼
직업적 양심·소신에 따라 공개"
지난 28일 정부과천청사 앞 추미애 법무부 장관 규탄 집회에 ‘근조 민주주의 사망’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두른 꽃상여 차량이 등장했다. [사진 자유연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정화 대전지검 검사(법무부 감찰담당관실 파견)가 29일 이른바 ‘판사 사찰’ 의혹과 관련해 “‘죄가 성립되기 어렵다’는 보고서를 작성했지만 윤 총장 수사 의뢰 과정에서 관련 내용이 삭제됐다”고 폭로했다. 이 검사는 지난 17일 대검을 찾아 윤 총장에 대한 대면 감찰 조사를 요청하는 등 윤 총장 감찰 과정에 직접 참여했던 검사라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 검사는 29일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문건 내용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 관련 다수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죄가 성립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감찰담당관실 내 다른 검사들도 제 결론과 다르지 않아 그대로 기록에 편철했다”고 밝혔다.

이 검사는 이어 “수사 의뢰를 전후해 직권남용죄 성립 여부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거나 (보고서) 내용상 오류가 존재한다는 지적을 받은 적이 없었다”며 “그런 상태에서 보고서 중 수사 의뢰 내용과 양립할 수 없는 부분이 아무런 합리적 설명도 없이 삭제됐다”고 폭로했다.

법무부의 수사 의뢰는 윤 총장이 문건 작성을 지시하는 등 직권남용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에 기반을 두고 있다. 법무부가 수사 의뢰를 강행하기 위해 말 그대로 수사 의뢰 내용과 양립할 수 없었던 보고서 내용을 무단 삭제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이 검사에 따르면 이 사안이 윤 총장 직무집행정지(직무배제) 근거로 사용된 경위도 석연치 않았다. 이 검사는 “사법농단 사건 수사 기록에 등장하는 ‘물의 야기 법관 리스트’ 확보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 24일 문건 작성 경위를 알고 있는 분과 첫 접촉을 시도했다. 그 직후 갑작스럽게 총장님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결정이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기초적인 조사도 안 된 상황에서 이 사안을 윤 총장 직무배제 결정의 핵심 근거로 사용했다는 얘기다.

이 검사는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된 사실과 제가 알고 있는 내용에 비춰볼 때 총장님에 대한 수사 의뢰 결정은 합리적인 법리적 검토 결과를 토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그 절차마저도 위법하다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며 “당초 이 업무를 시작하면서 가졌던 기대, 즉 법률가로서 치우침 없이 제대로 판단하면 그에 근거한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믿음을 더 이상 가질 수 없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많은 고민을 했지만 직업적 양심과 소신에 따라 의견을 밝힐 필요성이 있을 때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결심했다. 저도 올바른 결정과 판단을 내리기 위해 늘 기록과 씨름하는 대다수의 평범한 검사들 중 한 명이기 때문”이라고 ‘양심선언’ 이유를 밝힌 뒤 글을 마무리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보고서의 일부가 누군가에 의해 삭제된 사실이 없다. 파견 검사가 사찰 문건에 관해 최종적으로 작성한 법리검토 보고서는 감찰 기록에 그대로 편철돼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직무 범위를 벗어난 문건 작성 지시 등을 검찰총장 징계 사유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었지만,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만으로 직권남용죄가 성립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견은 있었다”며 “유사한 문건의 추가 존재 가능성 등 신속한 강제 수사 필요성이 있는 만큼 진상을 규명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해 수사 의뢰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광우·정유진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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