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는 중국이 꼭 읽어야 할 '김치 국제표준'의 진실

문지연 2020. 11. 30.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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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자국 김치 제조법을 국제표준화기구(ISO) 규정에 맞춰 제정하면서 "종주국 대한민국의 굴욕"이라고 자화자찬했지만 이 역시 중국의 과장된 억지 주장으로 드러났다.

중국 환구시보는 29일 중국 시장 관리·감독 사안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중국시장감관보'를 인용해 "ISO 기준에 맞는 김치산업 6개 식품 표준을 인가받았다"며 "이번 국제표준은 중국이 주도해 제정한 것으로 쓰촨성 메이산시 시장감독관리국이 책임지고 해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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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김치. 오른쪽은 중국의 절임 음식 파오차이. 게티이미지뱅크, 환구시보


중국이 자국 김치 제조법을 국제표준화기구(ISO) 규정에 맞춰 제정하면서 “종주국 대한민국의 굴욕”이라고 자화자찬했지만 이 역시 중국의 과장된 억지 주장으로 드러났다.

중국 환구시보는 29일 중국 시장 관리·감독 사안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중국시장감관보’를 인용해 “ISO 기준에 맞는 김치산업 6개 식품 표준을 인가받았다”며 “이번 국제표준은 중국이 주도해 제정한 것으로 쓰촨성 메이산시 시장감독관리국이 책임지고 해냈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의 김치산업은 이번 인가를 통해 국제 김치시장에서 기준이 됐다. 우리의 김치 국제표준은 세계의 인정을 받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한국 전문가는 참여하지 않았으며 굴욕당한 한국 매체들도 결과에 분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파오차이' 국제표준 관련 문서 발췌본. 연합뉴스


그러나 이같은 중국 측 입장에는 명확한 오류가 존재한다. 이번에 제정된 ISO 안건 문서에는 김치(Kimchi)가 아닌 중국 쓰촨의 염장 채소를 일컫는 파오차이(paocai) 관련 사항이 담겨 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해당 식품 규격이 김치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내용도 분명히 명시돼 있다.

김치와 파오차이는 만드는 방법부터 모양, 섭취 시 얻을 수 있는 영양소까지 다르다. 파오차이는 배추나 무를 소금물에 절인 뒤 고온에서 끓여 식힌 바이주, 산초, 팔각, 매운 고추, 생강, 설탕 등의 혼합물을 부어 절여뒀다가 2~3일 후 먹는다. 유산균이 거의 없어 김치보다는 피클에 가깝다.

또 농림축산식품부 설명자료에 따르면 한국 김치에 관한 식품 규격은 2001년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 이미 국제표준으로 인정받았다. 한마디로 중국이 다시 불붙인 ‘원조’ 논란은 이미 19년 전 끝난 사안인 것이다. 심지어 중국이 파오차이 국제표준화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한참 뒤인 지난해 6월부터다.

CODEX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보건기구(WHO)가 공동 운영하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AC)의 공식 국제 식품 규격이다. 여기에서 인정받으면 각국에서 식품을 관리할 때 일종의 지침으로 적용할 것을 권장하며 최근에는 국제 간 공통 적용되는 식품 규정으로 발전하고 있다. 한국 김치가 세계적으로 공신력을 얻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중국의 파오차이. 연합뉴스


반면 ISO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국제 교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1947년 만들어져 165개 회원국이 있지만 공식 관습 기구는 아니다. 게다가 중국은 ISO 상임이사국이다. 이번 제정에는 중국과 터키, 세르비아, 인도, 이란 등 5개국이 참여했다. 만약 진짜 김치의 국제 표준을 정하는 과정이었다면 중국의 말대로 ‘김치 종주국’인 한국이 참여하지 않았을 이유가 없다.

현지 식품업계 전문가들도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중국 식품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배제된 상태에서 제정된 김치의 표준이 얼마나 공신력을 얻겠느냐”고 반문했고 또 다른 식품 전문가 역시 “쓰촨 김치는 염장 채소이긴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한국 김치와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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