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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尹 직무정지 되자..월성1호 구속영장 요청 5일째 보류

정유진 입력 2020. 11. 30. 01:00 수정 2020. 11. 30.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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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반부패부, 법 적용 문제삼아
대전지검 영장 보완에도 계속 보류
검찰 내부 "윤석열 총장 부재 때문"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0월 29일 오후 대전고검 정문에 도착, 마중나온 측근으로 분류되는 강남일 대전고검장(가운데), 이두봉 대전지검장(오른쪽)과 차례로 악수한 뒤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월성 원전 사건을 수사 중인 대전지검이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요청했으나 계속 묵살되고 있어 그 배경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대전지검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무집행정지되기 1주일 전 신성식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에게 영장 청구를 요청했지만 수차례 보완지시만 내려졌다. 보완을 거쳐 대전지검은 지난 24일 최종적으로 영장 청구를 보고했으나 5일째 승인이 나지 않고 있다. 일선 검사들은 윤 총장의 책임 하에 속도를 내고 있던 원전 수사가 윤 총장의 부재로 무력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비친다. 윤 총장의 직무정지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원전 수사 때문에 결정된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24일 최종 보고받고 5일째 '반대'

신성식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29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전지검 형사5부(이상현 부장검사)가 대검 반부패부에 산업부 공무원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보고를 처음으로 한 시기는 11월 셋째 주다. 대전지검은 감사원 감사가 한창이던 지난해 12월 1일 심야에 세종시 산업부 청사로 들어가 월성 원전 관련 파일 444개를 삭제한 데 관여한 산업부 공무원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고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를 발표하기 1주일 전쯤이다. 신성식 반부패부장은 대전지검의 구속영장 청구를 반대했고 신 부장의 반대 의견을 포함해 윤 총장에게 보고가 됐다. 윤 총장은 신 부장의 의견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대전지검에 영장 보완을 지시했다고 한다.

대전지검은 영장을 보완했고 23일 대검 반부패부에 최종 보고서를 올리겠다고 구두 보고 했다. 공교롭게도 윤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가 결정되기 하루 전이었다. 대전지검은 24일 오후 늦게 보완한 최종 보고서를 대검 반부패부에 제출했다. 대전지검의 최종 보고가 이뤄진 직후인 같은 날 오후 6시 5분 추 장관은 윤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를 발표했다. 윤 총장은 대전지검의 최종 보고를 받지 못한 채 직무정지를 당한 것이다. 이후 대검은 이날까지 대전지검에 영장 청구를 승인하지 않고 있다.


"영장 발부 가능성 작고, 본류 수사부터 해야"
대검 반부패부가 5일째 영장 청구를 승인하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다. 파일 삭제에 관계된 공무원들에 감사방해 혐의만을 적용할 경우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했다. 감사방해의 법정형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낮다는 것이다. 이에 대전지검은 감사방해보다 법정형이 높은 혐의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영장을 보완했지만 대검은 승인하지 않았다. 반부패부의 이 같은 문제의식에는 윤 총장도 공감했다고 주장했다.

또 반부패부는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등 본류 수사가 우선이고 파일 삭제 수사는 그 이후에 하는 것이 맞다고 봤다. 하지만 일선 검사들은 증거를 인멸한 산업부 공무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시급성을 다투는 문제로 만약 반부패부의 지시대로 본류 수사 마무리 후 파일 삭제 관련자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지방의 한 차장검사는 "본류 수사가 다 마무리된 상태면 증거를 인멸한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영장 자체가 필요가 없다. 수사 의지가 있다면 증거 인멸한 공무원들을 구속하고 본류 수사에 속도를 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간부는 "수사 방향은 현장의 지검장이 정하는 것이지 반부패부가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다"며 "앞뒤가 맞지 않는 말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한 부장검사는 "감사방해 법정형이 낮아 영장 기각 사유가 된다는 게 어느 나라 논리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구속영장 청구 보고 1주일 후 직무정지된 尹, 우연인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청구와 직무배제' 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김민상 기자

일각에서는 대전지검이 원전수사에 속도를 내자 윤 총장이 직무정지됐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대전지검이 지난 5일 산업부 압수수색 등 원전 수사를 본격화한 직후부터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정책에 대한 권한 남용"이라며 윤 총장에 대한 비판의 날을 세웠다. 실제 압수수색이 윤 총장이 대전고검·대전지검을 방문한 직후 이뤄졌고 대전지검장이 윤 총장 측근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윤 총장이 직무정지된 다음날 산업부를 찾아 국정 과제인 탈원전을 수사하다 공무원들이 검찰 조사까지 받게 된 상황이 안타깝다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정유진·강광우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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