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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라던 朴도 이러진 않았다"..불통보다 더한 文의 침묵

오현석 입력 2020. 11. 30. 05:01 수정 2020. 11. 30.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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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보고서 없이 인사강행 23명
박 정부 때 10명보다 2배 많아
박근혜 사드 등 적극 해명과 달리
문 대통령, 월성·윤석열 사태 침묵
기자회견도 박 5번 문 6번 비슷
"적폐청산 요란, 뭐가 달라졌나"
2017년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취임사를 하는 모습. 이날 "군림하고 통치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대화하고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던 문 대통령은 최근 '불통' 논란에 휩싸이며 일각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교하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오종택 기자

“박근혜 대통령님, 미안합니다.”
지난 27일 서울대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 올라온 글의 제목이다. “두 집 살림한다고 채동욱 잘랐을 때 욕했었는데, 이번엔 사찰했다고 윤석열 찍어내는 거 보니 그건 욕할 것도 아니었다는 걸 알았다”고 시작한 이 글은 “박근혜 정부가 최악의 정부라고 욕해서 미안하다. 그때는 이렇게까지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이 올 줄 몰랐다”는 내용으로 끝맺었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새로운 모범이 되겠다”고 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적폐라던 박근혜 정부와 비교해 뭐가 달라졌나”는 질문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여권이 스크럼을 짜 노골적으로 '윤석열 찍어내기’에 돌입하면서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가 아니라 박근혜 정부와 너무나 비슷하다”(원희룡 제주지사)는 비판도 나온다.

이와 관련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28일 "문재인 정권이 온갖 못된 짓과 못난 짓을 하면서도 ‘그래도 박근혜 정권보다는 낫다’는 자의식 하나로 버텨왔는데, 이제 그 비교우위마저 흔들리는 처지로 전락한 듯하다”고 지적했다.


‘소통’ 공약했지만…성적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질문을 위해 손을 든 기자를 지목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6차례 기자회견을 했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보다 1회 많은 수치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과거 박 전 대통령의 ‘불통’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2016년 8월 트위터에 “‘정치는 말’이라는 게 노무현 소통법이었다. 통하지 않고 꽉 막혀 숨 막히는 박근혜 정권”이라고 적었다. 취임사에선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3년 6개월간 문 대통령의 공식 기자회견은 6차례에 불과했다. 취임 초 첫 달엔 국무총리, 헌법재판소장 등의 인선 배경 등은 직접 설명했지만, 그 이후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의혹에 휩싸인 인물을 중용하면서도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이를 반영하듯 현 정부에서 국회 청문 보고서 없이 강행된 장관급 인사는 23명으로, 박근혜 정부(10명)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3년 9개월 동안 5차례 기자회견을 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차례 기자회견을 했다.

대신 문 대통령은 ‘해외 순방’에 주력했다. 북핵 폐기와 북미 정상회담 등 한반도 평화라는 현안과 맞물려서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 2년 반 동안(코로나19로 올해 순방 취소) 124일을 해외에서 보냈다. 코로나가 없었으면 해외 순방 기간은 많이 늘어났을 것이다. 반면 박 전 대통령은 비슷한 기간 88일을 해외에서 보냈다. 박 전 대통령 순방을 두고 과거 민주당은 “화려한 해외 순방으로 공약 파기, 경제 파탄, 민주주의 파탄이라는 내치 실패를 덮을 수 없다”(2013년 11월 4일, 전병헌 원내대표)라고 비판했다.


불리한 이슈엔 철저히 침묵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2050 탄소중립 범부처 전략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발표 전 관련 보고를 받았으나,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특히 각종 현안에 모르쇠로 일관해 논란을 증폭시켰다. 오거돈·박원순 성 추문 때도 문 대통령의 입은 굳게 닫혔다. 이에 CNN이 “페미니스트를 자처했던 문 대통령이 성 추문에 침묵해 국민적 분노를 일으켰다”고 꼬집을 정도였다.

울산시장 하명 수사, 유재수 감찰 무마, 라임·옵티머스 사건, 윤미향 사태 등 현 정부에 불리한 이슈가 터질 때마다 문 대통령은 침묵하거나 원론적 입장 표명에 그쳤다. 집권 초 기무사 계엄 논란 문건은 물론 "장자연-김학의-버닝썬 사건을 낱낱이 수사하라"고 직접 지시한 것과 천양지차다. 최근에도 문 대통령은 월성 1호기 청와대 개입 의혹, 김해신공항 백지화, 윤석열 직무배제 등에 대해 한 달 넘게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야권에서 “노 대통령 같으면 자존심이 상해서라도 그렇게 (침묵)하지 않았을 것이다. 비겁하다"(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적폐 청산 내건 문 정부, 박 정부와 비교.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반면 ‘불통의 아이콘’이라던 박 전 대통령은 그나마 직접 설명하곤 했다. 2015년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일자 국회 시정연설(2015년 10월 27일)에서 “국정화로 역사 왜곡, 미화가 있을 거라고 우려하는 걸 안다. 하지만 그런 교과서가 나오는 건 저부터 좌시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대 여론이 강했을 때는 3당 대표 회동(2016년 9월 12일)을 통해 “북한의 반발에 대한 대비태세를 확고하게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게 사드”라고 설득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채동욱 찍어내기’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채 총장은 사표 대신 의혹 해소에 협력해야 한다. 사표는 아직 수리하지 않겠다”고 말했고, 대선 공약인 ‘기초노령연금 지급’이 무산됐을 때는 “어르신들 모두에게 기초연금 20만원을 지급하지 못한 결과가 발생해 죄송한 마음”(2013년 9월 26일 국무회의)이라고 사과했다.


부동산 상승 이명박·박근혜 때보다 4.5배

현 정부의 또 다른 아킬레스건은 부동산 문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문제는 자신있다고 장담하고 싶다”고 했으나, 부동산값 폭등에 이어 최근엔 전세난도 심각하다.

지난 11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발표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3년간 서울 아파트값은 평당 평균 2625만원→4156만원으로 1531만원(58%) 올랐다. 경실련은 “이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간 상승액인 344만원(2281만원→2625만원)의 4.5배”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을 뒷받침하는 민주당의 태도도 비교되고 있다. 새누리당 친박계의 ‘호위무사 정치’를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과거 박 전 대통령은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015년 4월 교섭단체 연설을 통해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하자,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이 심판해 주셔야 한다”(2015년 6월 국무회의)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친박계는 유 전 의원의 원내대표 사퇴를 촉구하며 거들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새누리당에 대해 “유 원내대표는 그간 새누리당을 건강하게 만들어왔는데, 지금 새누리당이 그 정도도 용납하지 못하는 건 안타까운 현실이다.”(2015년 7월 8일), “친박, 진박, 원조친박, 종박 등 세상에 무슨 ‘박’이 그리 많으냐. 이런 당을 공당이라 할 수 있느냐”(2016년 3월 30일)고 비판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민주당 의원 상당수는 연일 ‘윤석열 찍어내기’의 선봉에 나서고 있다. 29일 윤 총장에 대해 “역사의 법정에서 대역 죄인으로 다스려야 마땅하다”(황운하 의원), “파고 파도 죄가 나오지 않으면 판사를 사찰하는 전두환급 발상을 한 것”(김두관 의원)이라고 비난했다.

오현석·손국희·정진우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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