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미뤄졌으면" 수능 사흘 앞두고 여전한 확산세..수험생 '한숨'

김수완 2020. 11. 30.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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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에 수능 당일 감염 '우려'
수능 방역 대책에 학생 의견 청취 부족했다는 지적도
전문가 "수험생, 감독관 안전 위해 방역에 만전 기해야"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12월3일)을 앞두고 대구지역 수험생들의 마지막 학력평가가 실시된 지난 18일 오전 대구중앙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에 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수완 기자]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시험일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수험생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일 평균 확진자 수가 400명이 넘는 등 여전히 여러 경로를 통해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어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시험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걱정된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이렇다 보니 안전을 위해 아예 수능 시험을 미뤄달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교육당국은 수능을 전후로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수능 전날 수험생 진단검사를 실시하는 등 추가 방역 조치에 나섰다. 전문가는 수험생들의 불안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방역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입시 커뮤니티인 '수만휘'(수능날만점시험지를휘날리자), '오르비' 등에 따르면 수험생들은 "수능이 3일 남았는데 확진자가 너무 많이 나와서 불안하다", "시험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제라도 수능을 연기해달라" 등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수능 당일 무증상 감염자와 함께 시험을 볼지도 모르는 상황이므로 수능을 강행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수험생은 "수능 연기의 주목적은 수능을 무기한 연기해서 종식 후 보자는 게 아닌,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최소한의 피해가 나올 수 있도록 대책을 세운 후 보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현재 수능 방역이라고 교육부에서 나온 대책에는 시험장 인원 4명 감축, 가림막 설치, 점심시간 환기하면서 식사, 자가격리 및 확진자 별도 수능장 마련과 같은 실효성도 없는 것들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능만 바라보고 달려온 고3 학생으로서 최소 1~2주 연장 후, 거리두기 격상을 통해 사태가 진전되면 학생들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치러졌으면 좋겠다"라고 촉구했다.

시험 이후 확진자가 폭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다른 수험생은 "시험 당일도 걱정이지만 수능 이후 적성, 논술, 면접고사가 남아있어 코로나에 걸릴 확률이 더 높아졌다"며 "수능 시험장에서 걸린 사람들이 논술이나 면접 보러 가서 퍼뜨리고 다닐 수 있지 않냐"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만약 코로나에 걸려 격리되면 자동 면접 탈락인데 괜히 수능 보러 갔다가 옆자리에 앉아있는 확진자 때문에 피해를 보는 상황을 생각하면 너무 끔찍하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2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수능 연기 해야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도 '수능 연기 해야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인은 "국가가 학생들을 코로나에 가장 취약한 곳으로 내몰려고 한다. 아무리 방역을 하고 주의를 시킨다고 해도 모든 학생을 통제할 수 없다"며 "적어도 2주는 미루고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 이 나라는 학생들의 건강보다 학업이 더 중요한 나라냐. 수능 연기를 강력히 주장한다"라고 촉구했다. 해당 글은 30일 9시 기준 5531명의 동의를 받았다.

앞서 정부는 지난 19일부터 수능일까지 15일간을 '수능 특별 방역' 기간으로 지정, 집중 점검을 강화한 바 있다.

또한, 교육부는 최근 마스크 착용 의무화와 책상 가림막, 체온 체크 등 방역 조치로 수험장에서의 집단 감염 사태를 예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수능 전날에는 의심증상이 있는 수험생들은 보건소에서만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하고, 당일에 바로 결과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6일 오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질 대구 시내 한 시험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특별방역이 실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조치에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수능 방역 대책에 당사자인 학생들의 의견을 청취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학생들은 시험장에서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때 거리 두기 유지가 쉽지 않은 상황인 데다 날씨가 추워져 장시간 환기도 어렵기 때문에 수능 강행에 강한 우려를 드러냈다.

여기에 서울 강남구 대치동과 양천구 목동의 입시학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28일 강남구에 따르면 대치동의 한 입시학원 수강생 1명이 27일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학생은 이번 수능을 볼 예정으로 알려졌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해당 학생은 가족 중 한 명이 지난 26일 확진된 뒤 밀접접촉자로 분류됐다. 이 학생이 수강한 수업은 지난 26일 종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당국은 역학 조사를 진행하고 학원 수강생 85명과 강사 3명을 코로나 검사 대상자로 분류했다. 학원은 학생들에게 28일 등원하지 말고 집에서 자습할 것을 당부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강남구에 이어 양천구 목동의 학원가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했다. 확진 경로는 강서구 에어로빅 학원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에어로빅 학원 관련 확진자의 자녀 1명이 목동에 있는 학원에 다닌 것으로 파악됐다. 이 자녀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반면 수능을 연기해도 이 같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수능 연기로 인한 실익이 없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수능 연기는 사실상 현실적으로 어렵고, 수능을 미룬 이후 확진자가 폭증할 수도 있어 결과적으로 수험생들의 응시 기회를 박탈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는 수능 당일 상황에 우려를 내비치면서도 방역에 힘쓴다면 안전하게 수능을 치를 수 있다고 제언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까지 코로나19로 인해 수능이 여러 차례 미뤄진 바 있어 수험생들이 예민해진 상태"라면서 "또 코로나 상황이 계속 악화하고 있어 철저한 방역과 환경을 만들어야 학생들, 감독관 모두가 안전하게 시험을 진행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이어 "필수적인 마스크 착용, 대화 금지, 거리두기, 환기 실시 등 방역 수칙이 지켜져 수험생들이 안전하게 수능을 치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김수완 기자 su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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