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공원"..가격 묶은 민간 땅, 가격 튀긴 서울시 땅 '돌려막기'

허남설 기자 2020. 11. 30.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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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대한항공이 소유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전경. 연합뉴스


| 송현동·성수동 잇따라 공원화 ‘잡음’

| 민간 땅은 공원, 서울시 땅은 종상향

| “나쁜 예” 비판엔 “대안 없다” 반론

서울시의 ‘공원 프로젝트’가 잇따라 논란이 되고 있다. 공원화 대상인 민간 땅 매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시유지를 매각하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아 잡음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대한항공 소유 종로구 송현동 부지 공원화는 사실상 맞바꿀 대상인 마포구 상암동 서부면허시험장 인근 주민 반발에 부딪혔다. 성동구 성수동 삼표레미콘 공장 부지를 사들이기 위해 시유지인 서울숲 주차장 부지를 매각하는 방식에 대해선 “나쁜 선례”라고 지적한다.

30일 서울시와 대한항공의 송현동 부지 매각 협의 상황을 보면, 당초 11월까지 국민권익위원회 중재 아래 합의안을 도출하기로 했던 계획은 결국 무산됐다. 지난 26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대한항공의 송현동 땅을 매입하면 서울시가 이를 시유지와 다시 맞바꾸는 ‘3자 매각’ 방식에 관한 합의안을 체결하려고 했지만, 서울시가 “계약 날짜를 특정하지 말자”고 하면서 잠정 결렬됐다. 합의서 초안엔 계약일이 2021년 4월30일로 명시됐다. 하지만 서울시는 서부면허시험장 등을 후보지로 올려놓은 상황인데, 근처 상암동 주민과 마포구, 지역 정치권 반발 때문에 계약 시점을 못 박는 데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대하는 쪽은 매매 방식을 문제점 중 하나로 거론한다. ‘상암동 입주자대표연합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4일 성명서를 내고 “녹지인 서부면허시험장은 3종 주거지역으로 지정해 의도적으로 가치를 올리고, 송현동 부지는 공원용지로 바꿔 의도적으로 가치를 낮춰 3자 매입을 추진하는 행위는 원칙과 주민을 기만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유동균 마포구청장과 지역구 시의원도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인근 삼표레미콘 공장 전경. 연합뉴스


성수동 삼표레미콘 공장 부지 공원화를 추진하는 과정에도 비판이 제기된다. 서울시는 근처 서울숲 주차장 부지를 매각한 자금으로 현대제철이 소유한 이 땅을 매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제는 서울숲 주차장 부지의 용도를 녹지에서 준주거로 바꿔 가치를 키우는 방식을 추진한다는 점이다. 용도변경 후 이 부지 감정가는 152억원에서 4427억원으로 뛰어오른다. 서울시가 필요한 재정을 마련하기 위해 시유지를 ‘자연녹지→준주거’로 일시에 여러 단계 종상향하는 선례를 남기는 게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도계위)에서도 “민간에 6단계씩 종상향을 해준 전례가 있느냐. 도시계획이 무슨 시 재정을 확보하는 수단이냐”(임만균 시의원)는 비판이 나왔지만 서울시는 이 계획을 고수하고 있다. 한 시의원은 통화에서 “시의회가 송현동 부지 공원화 방식도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많이 제시했는데 서울시가 깡그리 무시하고 진행했다”면서 “서울시가 성수동 부지 역시 똑같이 강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만 공공성을 띤 공원화에 필요한 재정을 감당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의견도 있다. 김희걸 도계위 위원장은 이날 “현실적으로 예산에서 재원을 마련할 여지가 크지 않기 때문에 다른 방법이 있는지 계속 찾아본다는 조건을 달고 일단 시유지 종상향 방식을 수용했다”고 밝혔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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