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보내온 청구서..세계의 빚이 불어나고 있다

이윤정 기자 입력 2020. 12. 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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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미국 워싱턴에 있는 세계은행. 위키피디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 세계 각국 부채가 급증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30일(현지시간) “미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들의 부채가 크게 늘고 있다”면서 “특히 신흥국들의 부채 증가는 금융위기 위험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금융연구소(IIF)는 올해 9월까지 전 세계 부채가 지난해 동기간 대비 15조달러 증가한 272조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또 연말까지는 277조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총합(83조달러)의 3배이상에 달하는 수치다. 코로나19 대유행이 가져온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 정부와 기업이 빚을 끌어다쓰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최다 확진국인 미국에서도 부채가 크게 증가했다. 올초부터 지난달 26일까지 정부와 기업이 발행한 채권과 기타 부채를 합하면 올해 사상 최대인 9조7000억달러에 달한다고 금융리서치 그룹 리피니티브는 추산했다. 이미 지난해 부채 수준을 넘어섰다. 특히 투자 신용등급이 있는 미국 기업들이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한 1조4000억달러 이상의 부채를 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 중에는 코로나19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은 애플 같은 기업도 포함돼 있다. 사실상 금융 금리가 0%대인데다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등의 긴급지원이 늘면서 기업들이 빠르게 빚 규모를 늘리고 있는 것이다.

대출을 받아 위험 자산에 투자하는 기업과 개인도 늘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토드 슈베르트 싱가포르은행 고정수입연구본부장은 “투자자들은 경제가 곧 회복할 것으로 기대해 해당 기업들의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면서 “하지만 저금리가 이어지는 상황이 더 많은 사람들을 위험한 투자로 내몰고 있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대출자들이 더 저렴한 금리로 새로운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 점도 금융 취약성을 높이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당장은 빚을 갚을 걱정 없이 새로운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언젠가는 갚아야 할 빚과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낙관적인 관측도 있다. 영국 타워허드슨리서치의 벤 라이들러 최고 경영자는 “전세계 기업들이 올해 늘린 부채의 절반가량은 예방 차원의 조치를 위한 것이었다”면서 “(코로나19 위기가 사라지면) 기업들은 빨리 차입을 줄이고 기업경영을 정상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진국들과 달리 신흥국들의 부채 급증은 금융위기 위험성을 더 높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신흥국들의 부채가 올해 GDP의 61% 수준으로, 전년대비 10%포인트 가까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1980년대 후반 이후 1년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한 것이다. 아이한 코세 세계은행 전망담당 국장은 “아직도 신흥국은 외화차입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고, 선진국보다 자금출처가 독립된 중앙은행이 부족한 경우가 대다수”라면서 “이들 나라에서 코로나19 이후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경고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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