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총탄 맞고 인육 먹고..그곳은 지옥이었다"

정영민 2020. 12. 1.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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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일제 강제 동원으로 태평양의 작은 섬으로 끌려간 이들의 피해는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대부분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태평양 전쟁 때 그곳에서 숨진 탓입니다.

MBC가 오랜 추적 끝에 남 태평양으로 강제 동원됐다 돌아온 피해 할머니 한 분을 만났습니다.

그 생생하고 끔찍한 증언을 정영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올해 92살인 경남 창녕의 안옥순 할머니는 태평양 전쟁이 발발한 1941년, 남태평양의 작은 섬, 팔라우에 강제 동원됐습니다.

불과 12살의 나이에 끌려온 안 할머니는 연합군의 공습을 피해 일본군의 식량을 실어나르고 파괴된 군사시설도 보수해야 했습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함께 끌려간 어머니는 고향땅을 밟지도 못한 채 유명을 달리해야 했습니다.

[안옥순/생존자(92살, 팔라우 강제동원 피해자)] "(어머니가) 거기(팔라우)에서 죽었으니까 화장해 가지고 나올 때 들고 나와서, 부산 바다에 던져 버렸어 (우리 아버지가…)"

당시 끌려온 우리나라 사람들은 매일 가혹한 중노동에 혹사당하면서도, 음식조차 제대로 배급받을 수 없었습니다.

[안옥순/생존자(92살, 팔라우 강제동원 피해자)] "군인도 굶어 죽은 사람 많아요. 고생은 말도 못해요. 거기는 농사도 안 지으니까. 굶다시피 굶고, 이렇게 살아 나왔습니다."

하루하루는 처절한 '지옥의 삶', 그 자체였습니다.

[안옥순/생존자] "비행기에서 때리지, 폭탄을 떨어뜨리지…말도 못하지…양식이 있어? 밥을 어떻게 얻어 먹나?"

[최동환/故 최상룡 씨 아들(경남 하동)] "기관단총으로 막 다다다닥 쏘고 지나가면 불이 파바박 하고 일어나고, 배 선창에서 그런 걸 모르고 있던 사람들이 맞으면 피가 막 (배)밑으로…"

[이영수/故 이재문 씨 아들(경남 산청)] "(고기를)구워 먹는데 맛도 이상하고 냄새도 이상해서 한참 먹다 보니까 고기 가져온 사람이 '인육'을 가져왔다. 우리가 먹는 게 인육이다."

너무 큰 고통 때문에 간신히 살아 돌아온 사람들의 삶도 비참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김영안/故 김성봉 씨 아들(경남 함안)] "그 전쟁 속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고 자기 (아버지)도 총탄을 맞고…"

당시 끌려간 사람들에 대한 우리 정부의 정확한 기록은 없고, 다만 일본 후생노동성은 자신들의 자료를 통해 9천 4백 명 정도가 노무자로 갔다가 돌아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역사 연구자들은 당시 태평양의 섬들로 끌려간 우리나라 사람의 60% 정도가 전쟁 피해로 숨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혜경 연구위원/일제강제동원 평화연구회] "(태평양 섬들은) 공습이 심했던 지역이니까 다른 지역에 비해서는 사망을 했거나 또는 부상을 입었을 비율이 상당히 (높습니다.)"

하지만 태평양 지역에서만 전몰자 7만 4천여 구를 수습한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에선 유해 수습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이에 대한 준비작업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MBC뉴스 정영민입니다.

(영상취재 : 강건구(경남) / 영상편집 : 강숙희(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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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민 기자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0/nwdesk/article/6003497_3252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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