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내 재앙" 손정의 위기감 퍼졌다, 5대그룹은 현금 영끌중

이소아 2020. 12. 2. 05: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터널의 끝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 가운데 국내 5대 그룹이 각종 수단을 동원해 현금을 늘리는 방향으로 급선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중앙일보와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올 3분기 삼성·현대차·SK·LG·롯데 등 5대 그룹 내 34개 상장 계열사의 ‘재무활동 현금흐름’을 분석한 결과 총 2조9000억원으로 플러스(유입)로 돌아섰다.


현금 8조 유출서 3조 유입으로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기업이 자본을 조달하고 갚는 과정에서 현금이 들고 나는 것을 뜻한다. 특정 기간 기업이 빌린 돈을 갚거나 주주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면 마이너스(-)가 되고, 돈이 부족해 자금을 빌리거나 자금 조달을 위해 유상증자를 하고 회사채를 발행하면 플러스(+)가 된다.

5대 그룹 재무활동 현금흐름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올 2분기(4~6월)까지만 해도 5대 그룹의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7조8000억원으로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그러다 올 3분기(7~9월) 2조9000억원을 기록해 현금 확보에 나서는 모양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한편, 전기차·배터리 등 신성장 분야에 투자하기 위한 실탄을 마련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지난11월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주최 콘퍼런스에서 CNBC와 인터뷰를 진행하는 모습. CNBC 방송 캡처



장사는 어렵고, 투자는 해야겠고…
투자 업계의 ‘큰 손’으로 꼽히는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지난 11월 미국 뉴욕타임스 콘퍼런스에서 “백신이 개발되고 있다지만 코로나19 재유행으로 앞으로 두세 달 안에 재앙이 일어날 수 있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공격적으로 자산을 매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반도체 설계회사인 암홀딩스(ARM) 등 자산 매각을 통해 현재 600억 달러(약 66조원) 규모의 현금을 손에 쥔 상태다.

실제 세계적인 코로나 사태 악화에 따라 5대그룹 34개 주요 계열사가 영업으로 현금을 창출해 내는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3분기 15조7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33%,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4% 줄었다.

그 와중에도 미래 성장을 위해 자산을 사들이고 설비투자에 돈을 쓰는 ‘투자 활동 현금흐름’은 19조6000억원으로 2분기보다 75.1%,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9% 늘었다. 결국 기존 사업만으로 현금 창출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미래 시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 차입이든 자산·지분 매각이든 사채 발행이든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로 현금을 마련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SK·롯데 등 “현금 모으라”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현대·기아자동차 등 전 계열사에 현금성 자산 확보 지침을 내렸다. 코로나 위기로 인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현대차는 이미 올 상반기 6000억원의 회사채를 포함해 내년 초까지 4000억원의 회사채를 추가로 발행해 자금을 확보할 예정이다.

신동빈(가운데) 롯데 회장이 지난 18일 오후 롯데정밀화학 울산공장을 방문해 배기가스 정화용 자동차 세라믹 필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롯데

주력인 유통업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롯데그룹도 전방위적으로 자금을 모으는 중이다. 롯데지주는 지난 4월 2000억원에 이어 8~9월간 2800억원, 롯데케미칼도 7월 3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롯데칠성음료은 최근 현금 확보를 위해 414억원에 이르는 자기주식을 매각했는데, 이를 롯데지주가 받아주면서 백기사 역할을 하기도 했다. 롯데는 최근 백화점·마트·아울렛 등을 롯데리츠에 매각해 약 7300억원 규모의 현금을 마련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로 언택트(비대면) 사업이 뜨는데 롯데는 사실상 전부 ‘택트(오프라인 매장 사업)’다. 확보한 현금으로 이커머스, 물류센터 등에 투자하려는 갈증이 크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 계열사인 롯데정밀화학이 배터리 핵심소재 업체인 두산솔루스에 출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분매각·IPO 등 이어질 듯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0월23일 ‘2020 CEO세미나’에서 파이낸셜 스토리 실행력을 강화해 기업가치를 제고해 나가자고 강조하고 있다. 사진 SK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모든 자원을 동원해 현금을 마련하라. 현금이 없으면 적당한 매물이 나와도 대응할 수 없다”고 강조한 상태다.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지난 10월 인텔의 낸드사업 부문을 인수한 SK하이닉스가 좋은 예다. SK이노베이션은 9월 4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고, 자회사인 SK루브리컨츠 지분 일부 매각을 추진 중이다. SK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배터리 사업에 더욱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위해서인데, SK이노베이션은 내년 초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IET) 기업공개(IPO)도 준비 중이다.

홍성일 한경연 경제정책팀장은 “주요 기업들이 코로나19 이후 시장을 대비해 투자를 재개하고 있지만, 코로나19가 더 길어질 경우 기업 수익성이 떨어지고 투자 여력도 점차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 확보한 현금을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설비투자, 연구개발에 쓸 수 있도록 각종 규제개선, 연구개발 세액공제 등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