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한 거리 기부손길 드문드문 "다들 힘들어서인지.." 안타까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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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때문에 다들 힘들어서인지 각박해졌지만, 이거라도 도움 됐으면 해요. 다 잘 살자고 기부하는 거예요." 서울 중구 명동에서 33년째 일하고 있는 홍태억(65)씨는 파란색 원통형 철제 저금통을 빨간색 자선냄비 위에 내려놨다.
1일 낮 12시35분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 앞 사거리에서 올해 첫 구세군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예술극장 앞 사거리에 놓인 자선냄비는 구세군 거리모금의 상징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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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코로나탓 모금 더욱 안 좋아져
"온정 나누기 관심 가져주길"
“코로나 때문에 다들 힘들어서인지 각박해졌지만, 이거라도 도움 됐으면 해요. 다 잘 살자고 기부하는 거예요.” 서울 중구 명동에서 33년째 일하고 있는 홍태억(65)씨는 파란색 원통형 철제 저금통을 빨간색 자선냄비 위에 내려놨다.
1일 낮 12시35분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 앞 사거리에서 올해 첫 구세군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예술극장 앞 사거리에 놓인 자선냄비는 구세군 거리모금의 상징과도 같다. 구세군은 한국전쟁 기간을 제외하고 1928년부터 매년 12월1일부터 연말까지 이곳에서 모금 활동을 이어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경제 불황과 기부 방식 변화 등으로 거리모금액은 줄어드는 추세다. 전국에 설치된 자선냄비 거리모금액은 2016년 40억4200여만원에서 2017년 39억3600여만원, 2018년 34억9700여만원, 2019년 29억4500여만원으로 줄어들었다. 게다가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자선냄비는 더욱 추운 겨울을 보낼 분위기다.
연말을 맞아 외국인들과 내국인들로 붐비던 명동 거리는 옛이야기다. 점심을 먹으러 나온 직장인들로 거리에 온기가 도는가 싶다가도 그때뿐이었다. 텅 빈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크리스마스 캐럴 소리만이 거리를 메웠다. “3년 전만 해도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는데 지금은 명동 가게 70%가 문 닫았어요.” 10년째 명동 자선냄비에 저금통을 기부해온 홍씨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점심시간(낮 12시35분~오후 2시) 동안 시민 13명이 예술극장 앞 자선냄비를 찾았다. 200m 떨어진 자선냄비에는 같은 시간 2명만이 기부에 참여했다. 자선냄비를 지키는 자원봉사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작년에는 한 사람이 냄비에 돈을 넣으면 그 기운이 주변으로 싹 퍼지면서 너도나도 넣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올해는 코로나 때문인지 썰렁한 느낌이에요. 건너편 목도리 노점 사장님이 ‘드디어 오늘 하나 팔았다’면서 기부하고 가시는데 마음이….”(자원봉사자 ㄱ씨) “이 정도일 줄 몰랐어요. 한 시간 동안 한 건의 기부도 얻지 못했는데 다들 힘들겠지만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어요.”(자원봉사자 ㄴ씨)
코로나19 확산세가 연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자 구세군은 올해 자선냄비와 자원봉사자 규모를 축소했다. 구세군은 이날 저녁 6시 사상 처음으로 온라인 시종식을 열고 서울 명동을 포함해 전국 328곳에서 자선냄비 거리모금 활동을 12월 한 달 동안 진행한다. 온라인 등을 활용한 비대면 디지털 모금도 도입했다. 거리두기 3단계가 되면 자선냄비는 무인으로 운영된다.
“그래도 사람들이 자선냄비를 알아봐 주시고 신뢰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온정을) 나누려는 마음이 더 커질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자선냄비 곁을 지키며 온종일 종을 흔든 구세군 사관학생 황아무개(32)씨는 저녁 8시 냄비를 챙겨 ‘퇴근’했다. “사람이 없어서 힘이 좀 빠졌는데 내일은 더 나아질 거라고 희망을 가져볼래요.”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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