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쇄기에 숨진 장애인..사람이 죽었는데 벌금은 800만 원

홍진아 2020. 12. 2.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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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KBS는 올 한해 '일하다 죽지 않게'라는 이름의 연속보도로 일터에서 다치거나 숨지는 산업재해 문제를 지속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장애인 노동자들 이야기입니다.

장애인 노동자들은 비장애인들에 비해 더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홍진아 기자가 재활용 처리업체에서 일하다 숨진 장애인 노동자와 그 유가족의 이야기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5월, 광주의 한 재활용 처리업체에서 파쇄기 위에 올라가 일하다 숨진 26살 지적장애인 김재순 씨.

[김OO/故 김재순 씨 아버지 : "올라가서 이물질 제거하고 있는 과정이고, 여기서 이제 빨려 들어가는..."]

사업주는 업무상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하지만 유족은 또다시 길 위로 나왔습니다.

["엄벌하라, 엄벌하라."]

6년 전에도 이 업체에서 60대 노동자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진 사고가 있었는데, 사업주는 벌금 8백만 원의 처벌만 받고 여전히 업체를 운영 중이기 때문입니다.

[고미경/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부지부장 : "벌금 몇백만 원으로 끝난다면 다른 김재순의 죽음, 또 다른 사업주의 책임 회피는 계속될 겁니다."]

취재진은 당시 산업안전공단에서 작성한 재해조사 의견서와 공소장을 입수했습니다.

사고 일주일 전에도 김 씨는 작동 중인 파쇄기 위에서 파쇄 날에 걸린 이물질 제거 작업을 했습니다.

작업자가 쥐고 있어야 할 비상 정지 리모컨은 사무실에 있었습니다.

제대로 된 안전교육도 없었고, 파쇄기 덮개도 갖추지 않는 등 법 위반 사항이 13가지에 달합니다.

[이철갑/조선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 "(지적 장애 3급은) 일반적으로 초등학교 고학년 수준이라고 그래요. 밑에서 쓰레기 정리 작업은 얼마든지 할 수 있겠지만, 그 기계를 조작하고 가동하고 하는 작업은 부적절했던 것 같아요."]

김 씨는 지난해 일을 그만뒀다가 석 달 만에 다시 일터로 돌아왔다 사고를 당했습니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였습니다.

장애인의 경우 일용근로자 비율이 전체 임금 근로자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높습니다.

[권오산/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노동안전보건부장 : "(중간에) 건설 일용 노동자 생활을 좀 했었고요. 사측도 필요에 의해서 다시 와서 일하라고 했던 것 같고..."]

첫 재판에서 혐의를 인정한 사업주는 취재진에게는 할 말이 없다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김 씨가 희생되고 나서야 김 씨가 일했던 파쇄기에는 뒤늦게 안전장치가 설치됐습니다.

KBS 뉴스 홍진아입니다.

촬영기자:최원석/영상편집:김형기/그래픽제작:김지혜

홍진아 기자 (gin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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