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동수, 상부 결재없이 11월23일 尹 '성명불상자' 입건

정유진 2020. 12. 2.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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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뉴시스·연합뉴스]

대검찰청 감찰부가 지난달 23일 윤석열 검찰총장을 '성명불상자'로 형사 입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누구의 결재도 받지 않았으며, 검찰 내부에 노출될 것을 우려해 총장 실명이 아닌 '성명불상자'로 입건했다고 한다.

2일 검찰에 따르면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은 지난달 23일 윤 총장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해 형사입건했다. 직무정지된 윤 총장을 대행하고 있던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에 보고하지 않고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에 접속해 내용을 입력한 뒤 사건을 감찰부에 직접 배당한 셈이다. 일선 검사들은 킥스에 윤 총장의 실명을 입력할 경우 검찰 내부에 새나갈 것을 우려한 것으로 봤다.


규정 어기고 입건했으나 압수수색 '허탕'

윤석열 검찰총장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검 위임전결 규정은 중요 사건이 검찰 수사로 전환될 때 검찰총장에게 사전 보고하게 돼 있다. 당시는 조 차장이 총장 직무 대행을 맡고 있었다. 대검 감찰부는 이를 조 차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규정 위반이다. 조 차장은 한 감찰부장이 윤 총장을 입건한 것을 입건 이틀 후인 25일쯤 인지했다고 한다. 조 차장이한 감찰부장을 질책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규정을 위반한 입건 직후 대검 감찰부는 '판사 문건' 외에도 추 장관이 주장한 윤 총장의 언론사 사주와의 접촉, 채널A 사건 감찰 방해 등 모두 6가지 비위 '혐의'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판사 문건' 외에 나머지는 모두 기각했다고 한다. 이때가 24일 오후 8시쯤이다.

발부된 영장으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 직무정지'를 발표한 지 하루 만인 25일 오전 9시 30분쯤부터 '판사 문건'을 작성한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을 압수수색했지만 결과는 허탕이었다. 유사한 문건이 더 있을 것이라고 보고 컴퓨터 6~7대에 '판사' '재판장' '우리법(연구회)' 등의 키워드를 검색하는 방식으로 포렌식(복구) 했으나 다른 문건은 확보하지 못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무리수를 두다 '똥볼'을 찼다"는 비판이 나왔다.


압수수색 위법 여부 역조사 받는 감찰부

윤석열 검찰총장을 대신해 총장 직무를 수행 중인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가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규정을 어긴 입건과 압수수색으로 대검 감찰부는 대검 인권정책관실의 조사를 받게 됐다. 감찰부가 인권을 침해하고 수사절차를 위반했다는 의혹을 밝혀달라는 취지의 진정이 1일 오전 대검에 접수된 것이다. 조 차장은 해당 진정서를 검토한 뒤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윤 총장이 직무에 복귀하기 전 사건을 배당했다.

대검 인권정책관실은 진상 조사 과정에서 대검 감찰부의 위법행위가 확인되면 일선 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할 수 있다. 감찰부가 윤 총장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인 만큼 윤 총장이 이에 '맞불'을 놓을 카드를 획득했다고 볼 수 있다.

한 감찰부장이 규정을 어기고 상부 허가 없이 수사를 진행한 점 등을 문제 삼을 수 있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대검 감찰부 소속 관계자가 법무부 감찰관실 관계자에게 전화를 거는 등의 장면이 목격된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감찰부는 "법무부 장관을 수신자로 해 인지사실, 대상자, 범죄사실 등 간단한 내용으로 사건 발생보고를 하였고, 그 보고를 받은 법무부 관계자들이 허정수 대검 감찰3과장에게 구체적인 상황을 물어보는 연락이 와서 이를 설명하는 과정이었다"고 반박했다.

조 차장이 사건을 인권정책관실에 배당한 것이 '반격'이라는 해석도 있다. 한 감찰부장은 윤 총장 변호인이 직무정지 취소 소송 등을 준비하면서 대검 지침 등 관련 자료를 공식 요청한 데 대검이 응한 것을 놓고 조 차장에게 강하게 항의했다고 한다.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 고경순 대검 공판송무부장도 한 감찰부장에 동참했다. 이들이 윤 총장 측 변호인의 요청에 따라 자료를 내준 전무곤 대검 정책기획과장을 감찰해야 한다고 강하게 반발한 것이다. 한 감찰부장 등은 전 과장이 자료를 내준 과정을 승인해준 조 차장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검찰간부는 "조 차장이 대검 간부들의 폭주를 제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유진·강광우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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