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손들어준' 재판부 "회복 어려운 손해 막을 긴급한 필요있다"

박승주 기자 2020. 12. 2.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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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배제는 '해임' 해석.."총장 임기 정한 법 취지 몰각"
공공복리에도 영향 없단 판단.."검찰사무 역시 중요"
윤석열 검찰총장.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의 '집행정지' 사건을 심리한 법원은 윤 총장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막기 위해 직무집행 정지 처분을 잠시 멈춰야 할 '긴급한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2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조미연)는 전날(1일) 윤 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직무집행 정지처분의 효력을 중단해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판결선고 후 30일까지를 집행정지 기간으로 정한다"며 윤 총장의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이에 윤 총장은 본안소송인 직무집행정지 처분 취소소송 1심 결과가 나온 뒤 30일까지 총장직에 머무를 수 있게 됐다.

앞서 추 장관은 지난달 24일 윤 총장에 대해 Δ언론사주 부적절 접촉 Δ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등 주요사건 재판부 불법사찰 Δ채널A·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감찰·수사방해, 감찰정보 유출 Δ검찰총장의 정치적 중립 손상 등 8개 혐의가 있다며 검사징계법을 근거로 징계를 청구하고 직무를 배제했다.

윤 총장은 서울행정법원에 본안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본안 판결까지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집행정지 소송도 같이 냈다. 윤 총장 측은 "직무정지 처분의 토대가 된 징계사유는 현 단계에서 객관적으로 소명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맡은 재판부는 윤 총장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직무집행 정지 처분으로 윤 총장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수 있고, 이를 막기 위한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된다고 봤다. 집행정지 결정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도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 판례에 따르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는 금전 보상으로는 사회관념상 행정처분을 받은 당사자가 참고 견디기가 현저히 곤란한 경우의 유·무형의 손해를 말한다. '긴급한 필요'가 있는지는 처분의 성질과 내용, 처분 상대방이 입는 손해의 성질·내용과 정도, 본안청구의 승소 가능성 정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와 관련해 재판부는 "이번 처분으로 인해 윤 총장은 직무집행 정지기간 검찰총장 및 검사로서의 직무를 더 수행할 수 없게 된다"며 "이는 금전보상이 불가능한 손해일뿐더러 금전보상으로는 참고 견딜 수 없는 유형·무형의 손해에 해당하고, 사후에 윤 총장이 본안 소송에서 이긴다고 하더라도 손해가 회복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이번 처분의 효력이 바로 발생하고, 사실상 중징계 처분과 같은 효과를 가져오는 만큼 '긴급한 필요'도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비위행위에 대한 징벌적 제재라기보다는 징계의결 시까지의 예방적·잠정적 조치라 하더라도, 처분의 효과는 윤 총장의 검찰총장 및 검사로서의 직무수행 권한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으로써 사실상 해임·정직 등의 중징계처분과 동일한 효과를 가져온다"며 "처분의 효력정지를 구할 긴급한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추 장관 측은 "조만간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열리고 징계처분 또한 이뤄질 예정인데, 징계처분이 이뤄지면 윤 총장이 소송이나 집행정지를 구할 이익이 없어진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징계처분이 예정됐다 하더라도 징계절차가 최종적으로 언제 종결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러한 사유만으로 집행정지 필요성을 부정한다면 이는 윤 총장의 법적 지위를 불확정적인 상태에 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집행정지 결정으로 인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거나, 그러한 공공복리가 윤 총장이 입을 손해보다 중대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행정청에 재량이 있다 하더라도 일정한 한계를 가진다"며 "검찰총장의 지위,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관계에 비춰볼 때 직무집행 정지 권한 행사의 대상이 '검찰총장'인 경우 재량권 행사는 더욱 예외적으로, 보다 엄격한 요건 하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검찰총장이 대통령에 의해 임명되고 임명 과정에서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통해 검증이 이뤄지는 것을 고려하면, 추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인사권으로까지 전횡되지 않도록 그 필요성이 더욱 엄격하게 숙고돼야 한다"고 밝혔다.

임기 만료일인 내년 7월까지인 윤 총장을 직무에서 배제하는 것은 사실상 해임하는 것이고, 이는 검찰의 독립성·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검찰총장의 임기를 2년 단임으로 정한 검찰청법 등의 취지를 몰각하는 것이라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특히 "윤 총장에 대한 직무집행 정지가 이뤄질 경우 검찰사무 전체의 운영과 검찰공무원의 업무 수행에 지장과 혼란이 발생할 우려 또한 존재한다"며 "이 역시 중요한 공공복리"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또 "적어도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는 방어권 부여 등의 절차를 거쳐 충분한 심리 뒤에 이뤄지는 것이 합당하다"며 "그것이 헌법이 정한 적법절차원칙에도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 위원을 지냈던 김한규 변호사는 "재판을 누가 맡더라도, 신청인이 윤 총장이 아니었더라도 유사한 결론이 나왔을 성격의 사건"이라며 "다만 집행정지 요건만 검토하면 되는데 총장에 대한 임기 보장과 법무부 장관의 인사 문제까지 담은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고 평가했다.

par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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