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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친 등산객 1시간 업은 계룡산 수퍼맨, 알고보니 비번 소방관

전익진 입력 2020. 12. 02. 13:39 수정 2020. 12. 02.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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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호기 소방교가 지난달 15일 충남 공주시 계룡산에서 부상당한 등산객을 업고 내려가는 모습.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20대 소방관이 휴무일에 계룡산에 갔다가 산악사고를 당한 등산객을 구조해 혼자 업고 내려왔다.

2일 경기 고양소방서에 따르면 119구조대원 순호기(29) 소방교는 지난달 15일 오후 혼자 충남 공주시 계룡산 산행에 나섰다고 한다. 순 소방교는 해발 600m쯤 되는 계룡산의 관음봉 부근에서 발목 부상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앉아 있는 A씨(27)를 발견했다. A씨는 발목을 접질려 염좌 증상으로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순 소방교는 즉시 등산객이 무릎에 차고 있던 보호대를 이용해 발목을 압박붕대 형태로 묶어 고정하는 응급처치를 했다. 당시 A씨는 친구 2명과 함께 산행 중이었다.


헬기장까지 산길 1시간 업고 내려와
순 소방교는 순찰 중이던 계룡산국립공원 직원을 통해 충남소방본부 119상황실로 구조 요청을 했다. 순 소방교는 119상황실과 통화에서 “사고 현장은 험한 산악지역이어서 헬기로 구조작업을 할 수 없는 여건이다. 헬기가 착륙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해야 하고 공주소방서 구조대가 도착하려면 1시간 30분 정도 걸릴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고양소방서 119구조대원 순호기 소방교.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순 소방교는 당시 바람이 많이 불고, 날씨가 추워 구조를 지체하면 등산객이 체온 저하로 위험한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즉시 등산객을 둘러업고 험한 산길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체중 90㎏인 순 소방교는 체중 79㎏인 부상 등산객을 업고 가파른 산길 1㎞ 구간을 1시간 동안 걸어 산악헬기장으로 내려왔다. 이곳에서 공주소방서 119구조대에 안전하게 등산객을 인계했다. 이 등산객은 이후 병원으로 바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건강을 회복했다.


“평소 헬스와 등산으로 체력 길러”
순 소방교는 “배낭을 활용하는 ‘업기법’ 방식으로 부상 등산객을 보다 수월하게 업고 내려올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쉬는 날이었지만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소방관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라며 “평소 비번 날이면 헬스와 등산을 통해 체력단련에 부단히 힘썼던 것이 도움됐다”고 말했다.

김기태 고양소방서 생활안전팀장은 “비번 날에도 지체 없이 인명 구조에 나선 것이 자랑스럽다”며 “순 소방교는 지난해 8월엔 고양시 토당동 다가구 주택화재 화재 당시 화마 속에서 인명을 구조한 공로로 ‘라이프 세이버’에 선정되는 등 119구조대원으로서 평소 모범을 보여 왔다”고 말했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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