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아동 쓰레기 더미에 장기 방치.."지속적인 심리치료 중요"

장시간 열악한 환경 노출..전문가 "성장 후 2차 충격 우려돼 예방적 접근 필요"

(여수=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전남 여수에서 어머니의 방임으로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한 아동들이 오랫동안 쓰레기 더미 속에서 생활한 것으로 드러나 지속적인 심리 치료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쓰레기로 가득찬 집 내부 [여수시 제공.재판매 및 DB금지]

2일 여수시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여수의 한 아파트 냉장고에서 태어난 지 2개월 된 남자아기가 2년여 만에 숨진 채 발견돼 충격을 줬다.

어머니 A(43)씨는 사체 유기 혐의 등으로 구속됐으며, 아들(7)과 숨진 남자 아기의 쌍둥이 남매(2)는 아동보호쉼터에서 보호를 받고 있다.

A씨는 아들만 출생신고를 하고 쌍둥이는 집에서 분만한 뒤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동사무소는 물론, 주변에서조차 쌍둥이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이웃 주민의 신고로 아동 학대 사실이 알려졌지만, A씨는 "아는 언니의 아이"라며 거짓말로 일관했다.

지난달 25일 여수시가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함께 A씨의 집을 확인해보니 집안에는 쓰레기 더미로 가득했다.

거실과 방은 물론, 가족들이 머물렀을 것으로 추정되는 침대 위까지 온갖 쓰레기로 덮여 있었다.

여수시가 이날 수거한 쓰레기만 5t에 달했다.

여수시는 과자 봉지나 음식물 포장지 등에 적힌 제조연월일로 2년 가까이 쓰레기가 쌓인 것으로 추정했다.

요리를 한 흔적도 보이지 않았고 주로 배달 음식을 시켜 해결한 것으로 여수시는 판단했다.

A씨는 오후 6시에 일을 하기 위해 외출했으며 새벽 2∼3시에 귀가해 아이들은 쓰레기 더미 속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었다.

아동 학대 사실을 확인한 여수시와 보호전문기관은 지난달 20일 A씨와 아이들을 분리 조치했다.

자녀들은 학대피해아동 쉼터에서 심리 치료를 받고 있다.

아동 쉼터에서는 2개월까지 생활할 수 있고 이후에는 가정 위탁이나 보육시설로 가야 한다.

전문가들은 피해 아동들이 오랜 시간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한 만큼 지속적인 심리 치료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완정 인하대 아동심리학과 교수는 "피해 아동들이 장시간 적절한 양육과 보호를 받지 못했고 물리적인 환경도 열악한 점으로 미뤄 신체 발달은 물론, 심리적 피해가 있을 것"이라며 "보호쉼터에서 두 달간 집중적으로 심리 치료를 받겠지만, 이후에도 지속적인 심리 치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어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인터넷 등을 통해 관련 기록을 보게 되면 2차 충격이 심할 수도 있어 예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아이들의 신상 정보를 극도로 보호해야 하고, 주변 성인들도 심리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minu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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