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견도 알아요..자신 때문에 거절당한걸"

이강준 기자 2020. 12. 2.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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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넘게 안내견 '세찬이'와 함께 생활한 시각장애인 박정훈씨(33)는 요즘도 새로운 식당을 들어갈 때면 '반반'이라고 마음속으로 되뇐다.

세찬이와 함께 식당에 들어갈 수 있는 확률이 절반 정도이기 때문에 마음속에 '거절당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박씨의 안내견 세찬이도 산책을 하면서 식당에 가기까지 들떠있고 신나는 걸음걸이를 하다가도 박씨가 거절당하면 '터벅터벅' 발을 내딛는 게 하네스(목줄)를 통해 느껴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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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씨(33)와 그의 안내견 '세찬'이 지하철 역을 걷고 있다./사진제공=박정훈씨


5년 넘게 안내견 '세찬이'와 함께 생활한 시각장애인 박정훈씨(33)는 요즘도 새로운 식당을 들어갈 때면 '반반'이라고 마음속으로 되뇐다. 세찬이와 함께 식당에 들어갈 수 있는 확률이 절반 정도이기 때문에 마음속에 '거절당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2일 머니투데이와 통화에서 박씨는 "안내견 출입거부는 기존에 다니던 곳이 아니면 늘 있는 일"이라며 "롯데마트서 출입을 제지당한 예비 안내견 사건이 흔한 일이기는 하지만 너무 속상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공공장소에서 안내견을 동반한 시각장애인이 제지당하는 게 하루 이틀 일은 아니라고 했다. 늘 다니는 '단골' 집이 아닌 이상 '언제든지 거절당할 수 있다'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뭔가를 먹어야 하는 식당이나 카페에서 주로 출입을 거부한다"며 "혼자 가서 당하면 속상한 마음이 그래도 덜하지만 동료나 지인들과 갔을 때 거부당하면 같이 나와야 해서 곤란했던 적이 꽤 많다"고 말했다.

거부당하면 신났던 걸음걸이도 터벅터벅…"안내견은 장애인의 가족 그 이상"
박정훈씨(33)와 그의 안내견 '세찬'/사진제공=박정훈씨

성견이 된 안내견은 사람 3~4살의 지능을 갖는다. 상황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장애인이 출입을 거부당하면 적어도 '자신 때문에' 가게에 못 들어간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박씨의 안내견 세찬이도 산책을 하면서 식당에 가기까지 들떠있고 신나는 걸음걸이를 하다가도 박씨가 거절당하면 '터벅터벅' 발을 내딛는 게 하네스(목줄)를 통해 느껴질 정도다.

박씨는 "거절당해도 일부러 티 내지 않고 밝은 목소리를 내며 만져줘도 자기 때문에 못 들어간다는 걸 세찬이가 다 알더라"고 털어놨다.

안내견은 단순히 시각장애인의 눈 정도가 아니다. 캄캄한 세상에 혼자 남겨져 있는 기분이 들 때마다 장애인을 외롭지 않게 해주는 가족, 친구 그 이상의 존재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세찬이를 만나기 전에는 흰지팡이를 이용해 보행했는데 키도 큰 편이어서 경계하는 사람들이 있어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웠다"며 "그때는 혼자였지만 지금은 '이 세상엔 나 혼자가 아니다'는 생각을 하고 산다. 캄캄한 세상에서 옆에 세찬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롯데마트 제지 사건, 비판보다는 인식 개선되는 계기돼야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박씨는 이번 롯데마트 예비 안내견 출입 제지 사건을 통해 무례하게 응대한 회사 측과 해당 직원이 마땅히 비판받아야 하지만 '퍼피워킹'과 안내견에 관한 인식이 바뀌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퍼피워킹은 생후 7주~1년 정도의 강아지를 일반 가정에서 위탁해 돌보면서 시각장애인에게 분양되기 전까지 사회화 훈련을 시키는 과정이다. 훈련 기간 동안 다양한 환경을 접하면서 두려움을 떨쳐내고 안내견으로서 자아를 형성해야 하는 매우 필수적인 절차다.

안내견 품종 역시 골든 레트리버, 래브라도 레트리버 같은 종들만 있는 것도 아니다. 세찬이도 골든 레트리버와 푸들을 교배한 골든 두들이다. 레트리버 종이 아닌 안내견들은 단순 '반려견'이라는 오해를 받고 쫓겨나는 게 일상이다.

박 씨는 "(롯데마트에서 출입 거부를 당한) 그 아이에게 트라우마가 생겼을까봐 걱정된다"면서도 "이번 일로 상처받았을 퍼피워커(자원봉사자)와 예비안내견이 잘 극복하고 다시 힘내서 다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분들이 이번 사건으로 해당 업체에 대한 비난보다는 퍼피워킹과 안내견들에 관해 관심을 많이 가져주고 인식이 개선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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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준 기자 Gjlee10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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