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 훼손된다" CVC 허용 '제동'

박상영 기자 2020. 12. 2.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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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투자 활성화' 여야 공감대 속
민주당 박용진 의원 강력 반대
"타인 자본으로 투자..신중해야"
법안심사소위서 '여·여 대립'
"외부출자 제한 등으로 우려 불식"

[경향신문]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해 일반지주회사가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을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두고 ‘여당과 여당’이 대립하고 있다. 여당과 야당 모두 CVC 보유 문턱을 낮추는 것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지만, 금산분리 원칙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여당 내 이견이 표출되면서 법안 통과에 제동이 걸렸다. 자칫 특정 대기업에 특혜가 될 수 있는 만큼 통제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2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는 일반지주사에 CVC 소유를 허용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법안 통과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대기업 계열의 일반지주사가 CVC를 소유할 수 있게 되면, 벤처투자가 활성화되고 혁신기술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게 법안 도입 취지다.

당초 여야 의견이 일치해 통과가 수월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금산분리 원칙이 무너질 것을 우려하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박 의원은 지난달 25일 열린 법안소위에서 “지주회사가 CVC를 소유하는 것은 타인의 돈으로 투자를 하는 사실상 금융행위와 같다”며 “전문가 의견을 듣고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주회사에 적용되는 금산분리 원칙이 허물어질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 쪽에서는 CVC 소유를 허용하더라도, 그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박 의원은 “2013년 박근혜 정부에서도 외국인 투자를 막는다며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외국인 자본과 합작할 경우 예외적으로 지분보유율을 50%로 낮췄다”며 “하지만 그 혜택을 본 기업은 SK종합화학 1건뿐”이라고 했다.

반면 박 의원을 제외한 여당 의원들은 허용을 주장했다.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돈이 귀했을 시기의 금산분리 원칙과 지금처럼 돈이 넘쳐나는 시기의 금산분리 원칙은 바뀌어야 한다”며 “대기업의 여유자금을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동수 민주당 의원도 “부채비율을 200%로 한정하고, 외부출자도 40%로 제한하는 등 경제력 집중(방지)에 염두를 둔 안”이라며 “투자나 소비 활성화를 위해 국가 재정을 풀고 있는 상황에서 CVC 허용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산분리 원칙을 깨트리지 않고, 총수일가가 직접 지분을 출자해 투자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관련 공청회에서 “금융회사를 그룹의 출자 구조에 동원할 경우 타인 자본을 이용해 손쉽게 계열회사를 지배할 수 있다”며 “기업은 철저히 자체 자금으로 투자하도록 하고, 외부 차입을 불허해야 한다”고 말했다. 총수일가가 벤처기업에 투자하려면 자체 자금으로 직접 회사를 설립해서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기국회가 오는 9일 회기 종료될 예정이어서 CVC에 대한 추가 논의는 이달 중순이나 내년 2월에 열릴 임시국회에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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