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하면 커피 한 잔?".. 부하직원에 사적 만남 요구한 경찰관 감봉 '정당'

"행실 좋지 못해" 등 험담 하기도.. 징계위 감봉 1개월 처분

같은 부서 부하직원에게 개인적 만남을 요구하고, 행실이 좋지 못하다는 등의 이야기를 동료들에게 한 경찰관에게 감봉 처분을 한 것은 정당하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울산지법 제1행정부(부장판사 정재우)는 A 경찰관이 울산경찰청을 상대로 제기한 감봉 처분 취소 청구를 기각했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6년 9월부터 같은 해 11월 사이 같은 부서의 부하직원 B씨에게 “심심하면 우리 바닷가에 커피 한잔 하러 갈까”, “저녁 먹었어? 뭐해” 등 퇴근 후 개인적 만남을 요구하거나 사적인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B씨는 상급자인 A씨의 잦은 문자에 심적 부담을 느낀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B씨가 외간 남자를 불러들이는 등 행실이 좋지 못하다”는 등의 이야기를 부서 동료들에게 하기도 했다.

이후 B씨의 진정으로 A씨는 경찰공무원 보통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징계위원회는 A씨가 미혼인 B씨에게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었는지 확인되지 않고, 부정적인 내용을 동료들에게 말하고 사적인 문자를 보내 심적 부담을 줬다며 감봉 1개월의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했지만 기각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법정에서 A씨는 “친분이나 연락 경위, 연락 전후의 행동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일방적 진술을 토대로 징계처분이 내려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문자메시지 모두 일과시간 이후인 저녁 무렵 업무와 무관하게 사적인 만남을 요구한 것이고, B씨가 전화를 받지 않음에도 수차례 연락을 시도한 것으로 보여 A씨에게 부적절한 의도가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료들의 진술도 B씨의 진술과 대체로 일치해 진술내용에 허위가 개입됐다고 보이지 않고, 특별히 A씨를 허위로 무고할 만한 사정을 찾아보기도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징계사유가 인정된다”며 “경찰공무원이 다른 공무원보다 더 높은 성실성과 도덕성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감봉 처분은 징계기준에 맞게 내려진 것”이라고 판시했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