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2분 빨리 울린 종료벨..시험지 걷고 돌려주니 끝 '분통'
지난 3일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서울의 한 시험장에서 4교시 탐구과목 종료 2분을 앞두고 종료 안내벨이 잘못 울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수험생들은 "잘못된 종료벨 때문에 시험지를 미리 걷어가 시험 응시에 지장을 받았다"며 서울시교육청과 해당 시험장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논의하고 있다.
4일 서울 강서구 A고에서 수능에 응시했던 수험생들에 따르면 전날 수능 4교시 탐구 첫번째 선택과목 시험이 진행되던 중 시험시간을 2분여 남겨놓고 종료 안내벨이 잘못 울렸다. '종료 5분 전' 안내벨이 울린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이어서 수험생 모두 혼란스러워했다.
일부 감독관들은 종료벨에 따라 일단 시험지를 수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 "종료 안내가 잘못됐으니 계속 시험을 치라"는 안내방송이 나왔고 방송 후 2분 뒤 종료 안내벨이 다시 울렸다고 수험생들은 밝혔다.
4교시는 한국사와 탐구1·2 등 총 세 과목을 풀게 돼 있다. 시험 시작 전 세 과목의 시험지를 각각 나눠주고 각 과목이 끝날 때마다 해당 시험지를 수거한다. 답안 작성용 OMR 카드는 하나만 배부해 세 과목의 답안을 모두 한곳에 적는다.
수험생들은 오후 2시 50분부터 한국사 시험을 치른 뒤, 오후 3시 30분~4시까지 30분간 탐구1 영역을, 시험지 수거 후 오후 4시 2분~4시 32분까지 탐구2 영역을 치른다. 각 탐구영역은 20문항으로 구성돼 있다.
A고에서 시험을 친 한 수험생은 "답안 작성을 다 마치지도 않았는데 시험지를 걷어갔다"며 "종료 안내가 잘못됐다며 2분을 추가로 주겠다고 시험지를 다시 나눠줬지만, 시험지를 받자마자 다시 종료벨이 울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수험생은 "탐구 과목은 30분 동안 20문항을 푸는 시험이기 때문에 2분이면 1~2문제를 더 볼 수 있는 시간"이라며 "1년간의 준비 과정을 허망하게 만드는 어처구니없는 사고"라고 주장했다.
각 시험실에 배치된 감독관마다 대처 방식이 달랐던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일부 시험실에서는 감독관이 종료시간이 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시험을 계속 치를 수 있도록 안내했기 때문이다. 반면 일부 시험실에서는 2분 추가 시간을 부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시험을 그냥 종료했다고 일부 수험생들은 주장하고 있다.
해당 학교를 관할하는 서울시교육청은 구제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시험장 측에서 잘못을 인지하고 추가 시간을 줬다. 게다가 수능 시험은 이미 끝났기 때문에 더는 방법이 없다"며 "해당 학교에 대한 징계 등은 추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수험생들은 재작년 발생했던 서울 B고의 방송사고를 거론하며 교육당국의 안일함을 질타했다. 지난 2019학년도 수능이 실시된 B고에서는 1교시 국어 시험이 진행되던 도중 스피커에서 라디오 방송이 1분간 송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5교시 제2외국어 시험 때도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시험실에 3분간 송출돼 수험생들이 큰 혼란을 겪었다.
수험생들은 "재작년 B고 사고 때도 별다른 사과나 후속 대처 없이 조용히 마무리 됐다"며 "이번 사고도 이대로 묻히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 수험생은 "A고에서도 수능 시험 종료 후 방송사고에 대한 사과도 없었다. 매뉴얼이 없어 각 시험실에서 다르게 대처했던 것도 큰 문제"라며 교육청과 A고에 대해 법적 대응을 준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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