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 올해 거래 1조 육박 비결은.."동네사람인데 속이겠어"

홍성용 2020. 12. 4.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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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가지 성공 키워드
① 주변 4km이내 이웃과 거래..'사기문제' 봉쇄
② 버리기 아까운 물건 무료나눔..재능기부도
③ AI 알고리즘 이용해 관심상품을 최우선 추천

◆ 당근마켓 폭풍성장 ◆

# 수원 영통구에 사는 최지연 씨는 최근 당근마켓에서 마스크 무료 나눔을 했다. 마스크를 전달하기 위해 만나 보니 다름 아닌 같은 아파트 윗집 아주머니였다. 아주머니는 마스크 나눔에 감사를 표하면서 한라봉을 두 봉지나 들고 방문했다. 윗집 아주머니와 최씨는 둘도 없는 이웃사촌이 됐다.

# 서울 마포구에 사는 김지환 씨는 당근마켓에 혈압측정기 판매글을 올렸다. 거래 장소에는 몸이 불편해 보이는 고령의 노부부가 나왔다. 김씨는 노부부에게 사용법을 꼼꼼히 설명했다. 거래를 마친 김씨는 돌아오는 길에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이 났고, 노부부에게 돌아가 받은 돈을 돌려드렸다. 그리고 김씨는 노부부의 손을 꼭 잡아드렸다.

코로나19 두려움에 올해 들어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하는 가운데, 대면 거래 방식인 당근마켓의 폭풍 성장은 이례적이다. 하지만 당근마켓 성공에는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는 몇 가지 핵심 요소가 있었다.

김용현 대표
첫 번째는 '동네 기반'이다. '당신 근처의 마켓'이라는 슬로건을 지닌 당근마켓은 애플리케이션(앱) 내 GPS 기반으로 거주 지역을 확인한다. GPS상 반경 6㎞ 이내(서울은 반경 4㎞) 동네 주민이 판매자와 구매자가 돼 채팅하고 대면 거래하는 구조다. 비대면 중고거래가 그동안 거리와 상관없이 판매자와 구매자가 서로 합의되면 거래가 이뤄진 것과는 정반대 행보다. 당근마켓은 초창기부터 전국이 아닌 지역 기반 '동네 포털'이 되겠다는 포부로 성장해왔다.

이용자들은 동네 기반 대면 거래로 중고거래의 가장 큰 맹점인 '사기 문제'가 해결됐다고 환호한다. 서비스 이용자인 유민준 씨는 "중고거래를 했는데 물건은 안 오고 벽돌이 왔다는 사례가 흔하지 않았나. 직접 만나면 물건을 확인할 수 있고, 값도 더 깎는 '네고'도 가능해 장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지역 주민끼리 소통할 수 있는 게시판 '동네생활' 탭을 통해선 같은 동네에 사는 이웃끼리 유용한 지역 정보 소식을 나눌 수도 있다. '우리동네질문' '분실/실종센터' '관심사' 같은 게시판으로 나뉘는 이 탭에서는 '근처에 남자 머리 잘 자르는 곳 소개 좀 부탁합니다' '강아지를 잃어버렸어요. 눈앞을 가려서 앞머리만 자른 말티즈 찾아주세요'처럼 우리 동네에서만 있을 법한 얘기들이 오간다. 동네 상점 주인과 주민을 연결하는 '내 근처' 서비스도 있다.

종전엔 아파트 문에 전단지를 붙이며 동네 가게를 홍보했다면, 당근마켓에선 접속만 하면 학원부터 헬스장, 마트까지 업종별로 동네 가게를 찾고 주인과 채팅을 통해 예약도 된다.

두 번째 키워드는 '무료 나눔'이다. 과거 중고거래는 무료 나눔이 활성화되지 않았다. 비대면 거래가 이뤄지는 데다 별도 택배 처리도 해야 하는 탓에 내가 쓰지 않는 성한 물건을 나눈다는 데 거리낌이 많았다.

하지만 동네 기반으로 거래가 이뤄지자 '내가 잘 사용하지는 않지만, 누군가는 잘 사용할 수 있는 제품'들을 무료로 나누기 시작했다. 김희정 씨는 "이사를 가거나 아이가 생기면서 치워야 할 물건들이 꽤 있었는데, 버리기엔 아까운 멀쩡한 물건들이 많았다"며 "그냥 버리려고 하는 물건도 돈 주고 버려야 하는 물건이 많았는데, 무료 나눔을 통해 필요한 사람들에게 물건을 떠나 보냈다. 환경에도 일조한 느낌이라 꽤나 뿌듯했다"고 설명했다.

무료 나눔은 단순히 물건을 넘어 '무료 재능 기부'로 선순환되고 있다. 피아노 레슨이나 요리 교실 같은 재능 기부가 이뤄지기도 한다. 최근 '연쇄사랑범'이라는 닉네임의 초등학생 이용자가 무료로 그림 신청을 받고 그림을 그려 주는 일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같은 사례들이 많아지자 당근마켓 측은 지난 11월 무료 나눔 시에도 마음을 표시할 수 있도록 '선물하기 서비스'를 내놓았다. 채팅 창에서 커피, 음료, 빵, 아이스크림 등 간식거리와 편의점 상품권 등 1300여 종의 선물을 모바일 상품권 형태로 전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마지막 키워드는 '초개인화'다. 당근마켓은 이용자 관심사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통해 개인에게 맞춤화된 콘텐츠를 추천한다. 이용자 관심도가 높았던 아이템 순으로 콘텐츠가 노출된다. 예를 들어 '운동화'를 자주 검색하는 사람은 게시물 피드에 새로 업로드되는 운동화 게시물이 빠르게 노출된다. 취향이나 관심사가 비슷한 이용자 게시글을 '모아보기' 할 수도 있다. 내가 원하는 양질의 품목을 반복적으로 내놓는 이용자 게시글이 가장 먼저 뜨도록 모아볼 수 있다.

개인별 신뢰등급제도를 마련해둔 것도 개인화 방식의 하나다. 판매자는 양질의 품목을 내놓고, 매너있는 거래를 완료할 시 판매자의 '매너온도' 탭의 온도가 올라간다. 36.5도를 첫 온도로 시작해 상대방의 좋은 평가가 쌓일수록 매너온도가 올라가는 것이다. 올해만 서른 개의 물건을 판매한 손아현 씨는 "상대방이 내 물건에 대한 만족도가 '재거래희망률'로 표시되고 '응답이 빨라요' '친절하고 매너가 좋아요' '시간 약속을 잘 지켜요' 등 매너 평가도 앱이 알려온다. 물건을 판매하기 전에 남이 안 쓸 것 같은 물건은 스스로 걸러낼 수 있게 하는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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