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회 교수 "검찰 개혁, 원점에서 다시 생각할 때"

전종휘 2020. 12. 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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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검찰 개혁 이론가 김인회 교수.. "정치권 싸움보다 현장에서 더 개혁 효과 나도록"
박승화 기자

“정부 리더그룹 안에서 검찰 개혁이 무엇인지에 대한 공감대가 중요한데, 명칭만 같고 그 안의 내용물은 다른 것 같다. 누구는 검찰 개혁이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라 하고 누구는 기소권과 수사권 분리, 누구는 법무부 장관이 총장만 제압하면 된다고 한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노골적으로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개혁이라고 생각한 거다. 그래서 검찰 개혁이 무엇인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 철학을 구현할 사람이 필요하다. 조직적으로 표현하면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국민주권분과 위원장인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사진)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이에 벌어지는 분쟁의 주요 원인으로 검찰 개혁을 둘러싼 정부 차원의 공감대 확보 부족과 미진한 정책 추진 능력을 꼽았다. 윤 총장을 두고 “개혁된 검찰의 상을 대표하는 인물로 보긴 어렵다”면서도, 분명한 개혁 목표를 설정하고 뚝심을 발휘하지 못한 정부의 잘못 또한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노무현 정부 때 대법원 사법개혁위원회(사개위) 전문위원과 대통령 자문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 기획추진단 간사를 지낸 데 이어, 2011년엔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단행본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를 펴냈을 정도로 검찰 개혁 이론가로 통한다.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배제, 감찰과 이를 둘러싼 법무부 장관과의 소송전, 그리고 이 과정에서 실종되는 검찰 개혁 이슈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정은주 편집장이 12월1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사옥에서 김 교수를 만났다.

법무부 장관은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나야

평소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총장이 손발을 맞춰 협력해야 검찰 개혁이 실무적으로 안착한다고 말해왔다. 요즘 두 사람의 갈등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드는가.

“너무 급박하고 치열하게 (다툼이) 진행되니까 주위 사람들은 입을 다물고 있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극단으로 몰고 가는 듯하다. 그래서 나도 발언을 삼가고 있다. 다만 검찰 개혁을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볼 때가 됐다고는 생각한다.”

2020년 초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 △법무부의 탈검찰화 △공수처 설치 등을 검찰 개혁 과제로 꼽았다. 원점이란 그걸 말하는가.

“그렇다. 검찰의 집중된 힘을 분산하고 이를 안착시켜 국민에게 그 효과가 드러나게 하는 게 필요하다. 정치권 싸움보단 현장에서 개혁 효과가 날 수 있게 해야 한다.”

현장 안착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고, 관련 시행령과 시행규칙·훈령·예규에 들어갈 내용을 정리해야 한다. 또 수사권을 받은 경찰이 직접 수사할 때 참고할 매뉴얼을 개발하고 모범 사례를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시 말해, 경찰이 수사한 것을 검찰이 어떻게 견제할 것인가, 검찰과 경찰의 상호협조 관계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인권친화적 수사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현장에서 실현해가야 한다. 이를 위해 법무부 장관은 현장으로 내려가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판사가 결정하는 것이 민주주의인가

김 교수는 추-윤 갈등에 대해 직접적 언급은 자제하면서도 두 기관의 극심한 갈등이 사법부로 넘어간 것(정치의 사법화)은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판사가 결정하는 상황이 민주주의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법은 추 장관과 윤 총장이라는 개인의 권리 문제로 보는 탓에 (판단 과정에서) 여러 맥락을 삭제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에 대한 평가는.

“노무현 정부 때 검찰을 중립화한 성과가 있었다. 다만 공수처를 만들지 못해 실패했다고 했지만, 문재인 정부에선 공수처법이 통과됐다. 이만하면 진전된 거다. 큰 틀의 방향에서 중간 정도 성적은 거뒀다고 할 수 있다. (정보경찰 폐지, 자치경찰제 도입 등) 경찰 쪽은 아직 안 된 것도 있지만, 검찰에 대해선 얘기할 수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너무 많은 갈등이 있었다. 부드럽게 되지 못한 게 아쉽다. 또 정치와 재벌, 공정경제 같은 다른 개혁 과제랑 같이 가지 못한 것도.”

검찰 개혁을 위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지금까지 이룬 게 무엇이고 어떤 과제가 남았는지, 남은 임기 동안 무엇에 집중할지, 시민사회나 학계에 요청할 것은 무엇인지, 차기 정부에 넘길 것은 무엇인지 등을 (정부 안에서) 자체적으로 명백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너무 흐트러졌다. 각 주체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정리해 사회적으로 공유해야 한다.”

추 장관은 윤 총장과 대립각을 세우는 데는 성공했으나 이 과정에서 검찰 개혁 이슈는 방향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 명확한 전략과 이행안을 세우고 접근할 수는 없었을까. 김 교수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노무현 정부 때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사람들이 모여 (검찰 개혁) 전략을 공유해야 했다, 서로 얘기해야 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그것이 약했던 게 아닌가 싶다. 눈앞에 닥친 것에 매몰되면서 목표를 간과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 로드맵이 부재한 탓이지만 리더십도 중요했다. 리더십은 북극성과 같아서 길을 잃을 때 쳐다보고 가는 것인데, 그 리더십이 흔들리니까 문제였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이 사태가 악화하기 전에 주변 사람들을 만나 얘기를 충분히 들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메시지는 대통령한테서 나오는 것”

지금 대통령이 던져야 할 메시지가 있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연설할 때마다 ‘사법 개혁’이란 말을 꼭 했다. 그래야 관련 부처와 법원도 (개혁) 의견을 냈다. 메시지는 대통령한테서 나오는 것이다. 대통령이 검찰 개혁 메시지를 내고 검사들한테 개혁 동참을 호소하고 현장의 변화를 촉구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그럼 윤 총장도 느끼는 바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늦었다. 자칫 법원 결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 곤란한 상태가 됐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윤 총장이 제기한 추 장관의 직무배제 집행정지 신청을 서울행정법원이 받아들였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최악으로 치닫는다고 평했더니 김 교수가 말했다. “매순간이 최악인 것처럼 보이지만 더 나빠질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이제라도) 싸움을 끝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러나 복귀한 윤 총장은 12월2일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의 피의자인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의 사전 구속영장 청구를 승인했다. 추 장관은 12월3일 페이스북에 “검찰 개혁을 위해 흔들림 없이 전진할 것”이라고 사퇴설을 일축했다. 추-윤 갈등은 오늘도 계속된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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