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킥보드, 보행자·자동차와 공존할 수 있으려면

이은기 2020. 12. 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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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 흉기' 된 전동킥보드를 안전하게 타려면
자전거 도로 늘리고, 최고 속력 줄여야 
헬멧대여소 등 스스로 헬멧 착용할 여건 필요
편집자주
대중교통이 닿지 않는 '마지막 1마일(Last mile)'을 잇는 '전동킥보드'의 인기는 오늘도 고공행진 중입니다. 하지만 전동킥보드를 향한 관심만큼이나 우려와 불만도 쌓여가고 있는데요. 당장 10일부터 개정된 '도로교통법' 및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전동킥보드 이용자에게 큰 변화가 생길 예정입니다. 전동킥보드를 안전하게 탈 방법은 없을까요? 전동킥보드 이용해 관해 두 차례에 걸쳐 보도합니다.
지난달 3일 퇴근 시간 서울 강남구에서 공유 전동 킥보드 한 대가 도로 한 가운데에 주차돼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전동킥보드 자체가 없어져야 한다", "인도에서 전동킥보드 타는 걸 보면 니킥을 날리고 싶더라", "전동킥보드는 사회악입니다"

'도로교통법 등 개정에 따른 전동킥보드 이용 변화'를 다룬 기사(한국일보 11월 14일 자)가 나가자 누리꾼들의 분노가 쏟아졌습니다. 지금껏 차도와 보도(인도)를 넘나드는 전동킥보드가 보행자, 자동차 운전자, 전동킥보드 이용자 모두에게 위협적이었기 때문인데요.


자동차 중심 교통체계에 빈틈을 낸 전동킥보드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매헌지하차도 수서방향 시점부. 연합뉴스

'전동킥보드를 한 번도 이용해본 적 없는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이용한 사람은 없다'는 말처럼 전동킥보드를 애용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출·퇴근, 등·하교길 교통 체증 부담없이 자유롭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업체들은 공유 전동킥보드가 주차 공간 부족, 대기 오염, 교통 혼잡 등 도시의 교통·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타고 싶어도 주차된 전동킥보드가 부족해 못 탄다"와 "전동킥보드가 세상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갈등이 빚어지는 상황. 전동킥보드를 타는 사람이나 주변에 있는 사람 모두가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람 걸어 다니는데 질주하는 전동킥보드

3일 퇴근 시간 서울 강남구에서 공유 전동 킥보드 이용객이 보행도로에서 운행 중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열이면 열 전동킥보드를 보도에서 타는데, 보도에 올라오는 건 아무도 이야기 안 합니다"

대다수의 전동킥보드 이용자들은 보도 위를 씽씽 달립니다. 전동킥보드의 최고 속력은 시간당 25km. 빠른 속도로 차가 달리는 차도가 불안한 이용자들이 보도 위로 올라오기 때문인데요. 그동안 전동킥보드는 도로교통법 상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돼 차도로만 다녀야 했지만, 6월 법이 개정(12월 10일부터 시행)되면서 자전거 도로에서 다닐 수 있게 됐습니다.

자전거 도로에서 탈 수 있게 됐으니 끝난 문제 아니냐고요?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6월에 개정된 도로교통법이 현실과 괴리돼있다고 일갈합니다. 전체 도로 대비 자전거 도로의 비율은 20% 남짓. 자전거 도로가 없을 경우엔 차도 맨 오른쪽 끝에서 달려야 합니다. 위험한 차도를 피해 보도로 다니는 일이 충분히 반복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보도에 올라온 전동킥보드가 보행자에게 매우 위협적이라는 것이죠.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이모(24)씨는 "사람들이 느리게 걸어다니는 보도에 전기를 동력으로 삼는 교통수단이 다니는 것 자체가 위험하고 불안감을 조장한다"고 말합니다. 중구 보광동 주민 민모(24)씨도 "전동킥보드가 속력은 빠른데 움직일 때 소리가 거의 나질 않으니 위험 감지가 잘 안 된다"며 "보도에 전동킥보드 두대가 나란히 지나가면 피하기도 어렵다"고 토로합니다.


퀵보드 위해서 자전거 전용도로를 늘려야 하는데

2019년 자전거 도로 현황. 행정안전부 자료

전체 자전거 도로 중에서도 자전거만 통행 가능한 '자전거 전용도로'의 비율은 14.4%에 불과합니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자전거도로 현황을 살펴 보면, 2019년 전체 자전거 도로 중 자동차와 도로를 공유하는 '자전거 전용차로·우선도로'의 비율이 9.1%. 보행자와 함께 쓰는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의 비율은 76.4%에 달합니다.

공유 전동킥보드 '씽씽'을 운영하는 윤문진 피유엠피 대표는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안전 문제를 해결하려면) 자전거 전용도로를 늘려서 전동킥보드가 보행자나 자동차와 섞이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지난달 10일 서울시는 전동킥보드 사고를 줄이기 위해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 '지정차로제' 지정을 추진하겠다고 나섰습니다. 3차로 이상 도로 가장 오른쪽 차로를 개인형 이동장치가 이용하게끔 정부와 국회에 법률 개정을 건의할 예정이라고요.


강제로라도 전동킥보드 속도 줄이는 게 먼저

전방에 보행자를 발견하면 스스로 속도를 줄이도록 하는 기술. 올룰로 제공

현행 최고 시속 25km인 전동킥보드 속도를 더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김필수 교수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속도 제한 장치를 걸어, 부딪히더라도 부상이 크지 않은 시속 20km 미만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비보호 좌회전 때 모든 책임이 자동차 운전자에게 있는 것처럼 전동킥보드가 보도에 있으면 모든 책임을 전동킥보드 운전자에게 부과해야 한다"며 "일본은 최고 속력을 보행자의 걸음 걸이보다 약간 빠른 시속 6km로 제한해 운영한다"고 말합니다.

지난달 10일 최정연 KSTI(한국안전기술정보) 전무는 서울시 팟캐스트 '걱정말아요 서울'에 출연해 "미국에서는 시스템 조절을 통해 상황에 따라 속력을 시속 5km까지 강제로 줄이고 넓고 안전한 장소에서 다시 높일 수 있게 한다"라며 "시속 10km까지 속력을 줄이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습니다.

네이버 홈페이지 캡처

공유 전동킥보드와 달리 개인 소유 전동킥보드는 사용자가 속도 제한을 해제, 시속 4~50km로 달려 더욱 문제인데요. 온라인에서는 '속도제한 해제 방법'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김 교수는 "이 경우 불법으로 강하게 단속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지난달 30일 국토교통부는 행안부, 경찰청과 15개 공유 개인형 이동수단(Personal Mobility·PM)업체가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개최하고 전동킥보드를 불법으로 개조하거나, 불법 개조된 전동킥보드를 운행하면 벌금이나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쓰라고 해도 아무도 착용하지 않는 헬멧

한 공유 전동킥보드에 적힌 안내문. 헬멧 착용과 바른 주차를 지키는 이용자는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전동킥보드는 이용자가 서서 타기 때문에 무게 중심이 높고 바퀴의 지름이 작아 충돌에 매우 취약합니다. 하지만 헬멧 등 보호 장구를 착용하며 전동킥보드를 타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전동킥보드가 원동기 장치 자전거로 여겨지던 시절, 이륜자동차용 안전모 등 보호 장구를 착용하지 않으면 범칙금 2만원 처분을 받았는데요. 하지만 6월 법이 개정되면서 이달부터 자전거용 안전모 등 보호장구를 착용해야 하고, 벌금이나 구류·과료 등의 처분을 받지 않게 됐습니다.

6월 개정된 도로교통법의 시행을 일주일 앞둔 3일 또 한번 변화가 생깁니다. 전동킥보드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가 지속해서 제기되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전동킥보드 안전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의결했습니다. 이번에 통과된 법안에서 '다시' 헬멧 등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는 경우 범칙금을 부과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습니다.

범칙금 부과 외에도 전동킥보드 이용자가 쉽게 헬멧을 쓰도록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전동킥보드 이용자인 박모(26)씨는 "(공유)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편리함 때문인데 (집에서) 헬멧 들고 가서 탈 바에야 안 탈 것 같다"고 말합니다.

신정민 서울교통공사 전략사업부 과장은 지난달 '걱정말아요 서울'에 출연해 "지하철역에 무인 헬멧 대여소를 시범적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지하철에서 내려 전동킥보드로 갈아 타려는 사람이 주요 대상입니다.

윤문진 피유엠피 대표는 "서울시에서 따릉이 보관대에 헬멧을 배치한 적이 있는데 회수가 거의 안 됐다"며 "안전 운행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높이는 방법밖에 없다"고 주장합니다.

박씨의 생각은 다릅니다. 박씨는 "전동킥보드 업체에서 돈을 더 쓰든 헬멧이랑 킥보드를 한 세트로 만드는 게 현실적"이라는 입장입니다. 헬멧을 유선 혹은 블루투스로 연결해 헬멧을 써야만 출발하게 만드는 식입니다.

이은기 인턴기자 mate5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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