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요"라는 말에 미성년자 간음한 군인..대법 "무죄 선고한 1·2심 부당"

강현수 기자 2020. 12. 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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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1일 새벽 4시, 당시 만 16세였던 피해자 A씨는 가정집 화장실에서 최모씨로부터 준강간을 당한 뒤 알몸으로 욕조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대법원 제2부(주심 박상옥)는 피해자가 "당시 고등학생이던 피해자가 술을 먹고 구토하는 등으로 상당히 취한 상태였고 최씨로부터 준강간을 당한 직후라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피해자가 간음행위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상황을 일부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경험칙에 비춰 피해자의 진술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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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정다운

2014년 7월 1일 새벽 4시, 당시 만 16세였던 피해자 A씨는 가정집 화장실에서 최모씨로부터 준강간을 당한 뒤 알몸으로 욕조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술을 먹고 구토한 직후 당한 일이었다. 그러던 중 함께 술을 먹던 현역 육군 김모 하사가 화장실에 들어왔다. 김 하사는 "괜찮냐"고 물어봤고, A씨는 "괜찮아요"라고 답했다. 이를 들은 김 하사는 A씨를 화장실 바닥에 눕혀 간음했다.

A씨는 당시 일을 잊고 싶어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후 2017년 겨울 A씨는 최씨로부터 페이스북 친구 요청을 받았다. 이를 본 A씨는는 당시 일이 생각나 우울증 상담을 받기 시작했고, 사과를 받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에 A씨는 최씨에게 메시지를 보내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최씨는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모른다고 답했다. A씨는 최씨와 김 하사를 고소하기로 결정했다. A씨는 고소장에 ‘화장실에서 최씨가 옷을 벗기고 강간했고, 이후 김 하사가 들어와 정신없는 사이에 동의하지 않은 성행위가 이뤄졌다’는 취지로 기재했다. 결국 최씨와 김 하사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준강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2심 "A씨 간음 시작 상황 유독 기억 못 해" 무죄판결
김 하사는 간음 행위 직전 A씨가 "괜찮아요"라고 대답한 점을 두고 합의 하에 이뤄진 성행위라며 공소사실을 줄곧 부인했다.

1심 재판부는 김 하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은 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김 하사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 A씨를 간음해 A씨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A씨가 ‘간음 직전 상황’과 ‘간음 중의 상황’은 명확히 기억하면서도 ‘간음이 어떻게 시작됐는지의 상황’만 유독 기억하지 못하는 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봤다.

2심도 1심의 판결을 인용해 김 하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군 검사 측은 납득할 수 없다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 "만취 상태 고려해야… 사건 다시 심리하라"
대법원은 1심과 2심 판결이 모두 잘못됐다며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제2부(주심 박상옥)는 피해자가 "당시 고등학생이던 피해자가 술을 먹고 구토하는 등으로 상당히 취한 상태였고 최씨로부터 준강간을 당한 직후라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피해자가 간음행위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상황을 일부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경험칙에 비춰 피해자의 진술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인이 간음행위를 할 당시 피해자는 이미 술에 취해 있었다. 또 직전에 최씨로부터 준강간을 당한 상태였다"며 "이로 인해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였다고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피고인이 화장실에 알몸으로 있는 피해자를 구조하거나 별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괜찮은지’ 물어본 상황이었다"며 "이후 호감이 있다고 하면서 성행위를 해도 되는지 동의를 구했다는 것은 진술 내용 자체로도 모순되고 경험칙상으로도 이례적이라고 보인다"고 말했다.

A씨가 "괜찮아요"라고 답변한 점에 대해 대법원은 "피해자는 검찰에서 ‘스스로가 강간의 피해자가 되는 부분이 가장 무서웠던 것 같고 강간 피해 사실을 외면하고 싶어서 그냥 무슨 대답이든 괜찮다고 했던 것 같아요. 당시에는 제가 괜찮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어요’라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그러면서 "피해자의 ‘괜찮다’는 답변은 이미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정상적인 판단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형식적인 답변을 한 것에 불과해 보일 뿐, 피고인과의 성행위에 동의하는 취지의 답변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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