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 정체 들통나자 두들겨 맞아" 재소자들 증언

박은주 2020. 12. 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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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소자들도 끔찍한 범행에 분노
독거실 생활 시작되자 폭력적 성향 드러내
"반성없는 태도로 일관"
경북북부 제1교도소 독방에 수감된 조두순의 2010년 3월 16일 CCTV 계호 화면. 오른쪽은 네티즌이 컬러로 복원한 조두순의 모습. 국민일보DB, 온라인 커뮤니티


초등학생 납치·성폭행범 조두순(68)과 함께 교도소 수감생활을 했던 이들이 조두순의 폭력적인 성향과 반성 없는 태도에 대해 증언했다. 이들은 조두순이 자신의 범행을 과시하는 듯한 모습까지 보였다며 교도소 내에서 소란을 피운 적도 여러 번이라고 했다.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는 5일 조두순의 교도소 동기인 최모씨, 강모씨와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최씨와 강씨는 각각 안양교도소, 경북북부제1교도소(옛 청송교도소)에서 조두순과 함께 수감돼 있다가 출소했다. 특히 강씨는 지난봄까지 조두순과 함께 수감생활을 했다.

최씨와 강씨는 조두순이 자신의 범행을 숨김 없이 말하고, 외레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고 입을 모았다. 이상한 성적 욕구를 드러냈다는 주장도 있었다. 특히 최근까지 조두순을 지켜본 강씨는 그가 운동에 집착했다며 “출소 후 (시민들의) 보복에 대비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조두순 ‘감방 동기’들 “반성 안 했다”

조두순은 재판받는 동안 안양교도소에서 지내다 2009년 대법원에서 징역 12년을 확정받은 뒤 경기북부제2교도소로 이감됐다. 이후 제1교도소로 옮겨져 복역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7월부터 약 6개월 동안 포항교도소에서 심리치료를 받기도 했다.

최씨는 안양교도소에서 조두순과 1년간 생활했다고 한다. 그는 “방에 15명 정도가 있었는데 조두순은 오래 있기도 했고, 나이도 많아 그 방의 대장이었다”며 초반까지만 해도 조두순이 정확히 어떤 범행을 저질렀는지 몰랐다고 했다.

그러나 언론을 통해 이 사건이 자세히 알려지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최씨는 “조두순의 정체가 알려진 뒤 사람들이 접견하러 갈 때마다 난리가 났다”며 “경찰이 옆에 있는데도 재소자들이 (조두순을) 두들겨 패고, 쓰레기 취급을 했다”고 말했다. 결국 조두순은 독거실에 수감됐다.

조두순이 쓴 탄원서 중 일부. 자신의 범행 내용을 한 교도소 동기들에게도 말해본 적 없다는 내용.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조두순의 포악한 본성은 그때부터 드러났다. 최씨는 “조두순이 밤마다 고함을 질렀다”면서 “‘내가 잘못했다. 죽어야겠네’라고 소리질렀다. 아침에 가보면 묶여 있었다”고 주장했다. 조두순이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는지에 대해서는 “안양교도소에 있을 땐 전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조두순과 경기북부제1교도소에서 생활한 강씨도 최씨와 비슷한 주장을 했다. 강씨는 “(재소자들끼리) 통성명할 때 나이가 몇이고, 죄명이 뭔지 기본적으로 물어본다. 그런데 그런 범죄를 저지르고 왔으면 하다못해 죄명이라도 얘기를 안 해야 하는데 조두순은 떳떳하게 다 말했다. 이름도 다 밝혔다”고 했다. 또 “살인을 저지른 무기수가 오면 ‘나도 사람 죽인 놈인데 내가 무서울 게 뭐 있느냐’고 했다”면서 상해치사 등 과거 범죄에 대한 반성도 없었다고 말했다.

“TV 전파에 성적 욕구”…조두순 이상 행동

조두순이 비정상적인 성적 욕구를 보였다는 증언도 있었다. 조두순은 24시간 CCTV가 감시하는 독거실에서 지냈다. 강씨는 “조두순이 CCTV나 TV에서 이상한 전파가 나온다고 말했다”며 “자신은 그걸로 인해 성적 욕구를 느낀다고 했다”고 전했다. 사동청소부(교도소의 잡일을 보는 수형자)들이 음란행위를 하는 조두순을 목격한 뒤 강씨에게 얘기해줬다는 것이다.
조두순의 독방 CCTV 화면


조두순 범죄 피해자와 오랫동안 상담해 온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의사는 “아직도 성욕이 과잉하고, 그 성욕이 행동으로 표현된다는 게 걱정된다”며 “전파 신호에 대한 발언은 자꾸 치밀어오르는 성욕을 정당화하기 위해 그렇게 해석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해석도 이상하게 하고, 성적 욕구 과잉과 그것의 행동화”라며 “위험 징후가 굉장히 크다”고 덧붙였다.

조두순은 수감생활 중 550시간의 심리치료를 받았다. 법무부 교정본부 관계자는 “프로그램이 효과가 있나, 없나를 보는 것은 (조두순에게)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보는 것”이라며 “긍정적,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신 교수는 “한 장으로 요약된 조두순의 치료 내용을 우연히 본 적 있다”면서 “적어도 치료라면 효과성이 인증된 심리치료를 해야 하는데 일반적인 교육 수준이었다. 그런 교육 수준의 치료로 500시간을 받았다고 해도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보복 두려워해”…폭력 성향 여전

오는 12일 출소를 앞둔 조두순은 체력 단련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강씨는 “독방 수감자와 하루 한 번 운동시간에만 만날 수 있는데 운동하는 조두순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팔굽혀펴기를 20초 정도에 30개씩 하고, 약 30~40초 쉬었다가 다시 반복했다. 1시간에 1000개 정도씩 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는 “선수 못지않은 체력과 근력”이라며 “30대 체육 전공자도 그건 힘들다”고 말했다.

강씨는 또 “제가 느낀 (조두순의) 몸은 30대가 운동을 많이 한 몸이었다”면서 “출소하면 보복당할까 무서워 힘을 기른다고 하더라. (시민들이) 날 집단 폭행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강씨가 교도소에서 쓴 수기. 조두순이 난동을 피웠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강씨는 조두순의 여전한 폭력적 성향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조두순이 배식량이 적다는 이유로 난동을 피우다 끌려나간 적이 있다. 올해 1월에도 그랬다”면서 “포항교도소에 다녀온 뒤부터 불만이 쌓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시설이 좋은 포항교도소에서 생활하다가 상대적으로 규율이 엄격한 경기북부제1교도소로 돌아오게 되니 쌓여 있던 불만을 폭발시켰다는 것이다.

조두순의 담당 프로파일러였던 권일용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원 겸임교수는 “분노뿐만 아니라 자신을 이런 처지로 만든 대상자에 대한 증오만 높아지는 현상이 반복되는 것”이라며 “그게 반사회적 성향이 있는 사이코패스들의 대표적 특징이다. 그들은 처벌받고, 처벌당할 수 있다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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