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공유킥보드로 누빈 서울은 '위험과 혼돈'[체험기]

김준혁 2020. 12. 6. 14:0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초보자, 자동차도로 위험해 30초도 못달려
자전거도로·인도 경계 불분명한 곳 다수
안전모 등 안전수칙 지키지 않은 이들 많아
세심한 논의와 시설 투자 필요성 대두
[파이낸셜뉴스]
지난 5일 오후 7시께 강남구 한 도로의 모습. 도로로 달리기엔 너무 위험했고, 자전거도로가 명확히 나뉘지 않은 인도 위엔 시민들이 많아 주행하기 쉽지 않았다. 결국 킥보드를 끌고 인근을 통과했다./영상=김준혁 인턴기자
위험’과 ‘ 혼돈
‘킥라니’ 등으로 불리며 논란에 선 공유킥보드를 운전하며 누빈 서울 도로의 현주소다. 전동킥보드는 자전거나 일반킥보드보다 훨씬 속도가 빠르다. 차도나 대로 위 주행을 해보니 차에 닿을까 무섭게 느껴져 30초도 달릴 수 없었다. 자전거도로로 주행할 때도 자전거도로와 인도의 경계가 불분명한 곳이 많아 사람을 요리조리 피해 다녀야 했다.

지난 5일과 6일 공유킥보드의 문제점과 보완점을 파악하기 위해 잠실역에서 강남역까지 직접 공유킥보드를 타면서 이같은 상황을 겪었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전동킥보드 교통사고가 충분히 더 일어날 수 있겠다고 확신할 수 밖에 없었다.

공유킥보드 시속 20km 이상으로 도로에서 주행하는 모습. 속도감이 꽤 느껴지는 가운데 사이드미러가 없어 차가 뒤에서 오는지 확인하기 어렵다./영상=김준혁 인턴기자
앞서 국회와 정부는 전동킥보드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개정된 도로교통법을 다시 개정하고 운전면허 소지 의무 등을 담은 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전문가들은 공유킥보드가 도로 위 ‘뉴노멀’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보다 세심한 법안 논의와 실질적인 시설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자동차도로 너무 위험, 인도·자전거도로 분류 명확하지 않은 데도 여럿
오는 10일 바뀌는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공유 및 전동킥보드는 인도를 제외한 도로나 자전거도로로만 다녀야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 두 유형의 도로만 이용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도로 주행은 생각보다 더 위험했다. 킥보드와 자동차 서로가 서로를 인지하기 어려웠다. 시야가 좁아지는 밤엔 더욱 그랬다.

지난 5일 저녁 7시께 선릉역 인근 역삼역 방향으로 가는 1km 정도를 좁은 골목 도로 갓길로 달렸다. 자전거도로는 없고, 인도는 너무 좁아 선택권이 없었다. 킥보드엔 사이드미러와 같은 주변 확인용 장치가 없어 차가 뒤에서 오는지 안 오는지 직접 고개를 돌려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킥보드 주행을 멈추고 끌어서 골목을 통과했다. 골목 환경이 이런 상황에서 대로에서 킥보드를 운행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자전거도로로 다니는 것도 수월하지 않았다. 보행자가 없어 한산한 길은 그래도 주행하기 괜찮았지만, 인파가 몰리는 번화가나 먹자골목 등 자전거도로와 인도의 영역이 불명확한 곳에선 운전하기 쉽지 않았다. 잠실역 롯데월드 앞부터 잠실새내역까지, 선릉역 인근에서 역삼역 방향으로 강남역까지 도보·자전거 겸용 도로가 많이 볼 수 있었다. 이같은 구간에서 사람들을 요리조리 피해서 다녀야 하는데 조금만 인파가 몰려도 주행하기 어려워 대부분 킥보드를 끌고 다녀야 했다.

지난 6일 잠실역에서 강남역으로 가는 보도에서 겸용도로 표시를 여럿 발견할 수 있었다. 이같은 도로에서는 자전거도로가 따로 없어 사람을 피해 다니거나 킥보드를 끄는 일도 부지기수였다./사진=김준혁 인턴기자
인도에서 공유킥보드를 바라보는 보행자와 운전자의 시선도 곱지 않다.

돌이 갓 지난 딸을 둔 30대 아빠 정모씨도 “유모차를 끌고 다닐 때도 전동킥보드를 보면 더 조심스러워진다”며 “요즘엔 인도와 자전거도로 경계가 무의미한 것 같아 더 긴장한다”고 전했다.

차량운전자들 입장에서도 전동킥보드가 오토바이보다 더 눈에 띄지 않는 점이 불안 요소다.

■전용도로 등 제도적 투자와 세심한 논의 필요
이같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전동킥보드가 편리한 이동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전문가들은 세심한 법안 논의와 함께 제도적 투자도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유킥보드를 도로와 자전거도로 위에서만 주행하는 데 위험성과 어려움이 있는 만큼 공유킥보드 통행실태를 조사해 이에 알맞은 전용도로나 세이프존을 만들어 보행자와 탑승자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안전모 착용 의무화는 개인형 이동수단(PM)기업과 지자체의 투자로 유도할 수 있다. 킥보드와 안전모를 함께 배치해 킥보드 이용자가 안전모 착용을 생활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주 탑승객인 직장인, 대학생 중 공유킥보드 이용을 위해 안전모를 집에서 챙겨 나온 이들은 10명 중 1명꼴이었다. 평소 공유킥보드를 자주 타는 직장인 이모씨(29)는 “출근할 때 공유킥보드 타려고 안전모를 지참하라고 하면 차라리 안 타고 말지"라는 반응을 보였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시민의 생명이 달려 있는 문제인 만큼 앞으로는 지금보다 세심한 법적 시설적 논의가 필요하다”며 “지금은 정치인들의 말이나 문구에만 매달려 우리의 안전을 얘기하고 있지만, 지자체나 기업의 재정적인 투자로 안전시설 등을 확보하는 것이 실질적 안전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전동킥보드 사고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016년 49건에서 작년 890건으로 급증했다. 올해엔 상반기에만 해당 사고는 900건에 육박할 정도로 사고 발생 건수가 늘었다.

서울 송파구 장지동 인근 정비되지 않은 도로의 모습. 이같이 좁고 불안정한 길에선 더욱이 안전에 신경써야 했다./사진=김준혁 인턴기자

#서울시 #안전 #전동킥보드 #도로교통법 #킥보드 #공유킥보드 #킥라니 #PM #PM법
joonhykim@fnnews.com 김준혁 인턴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