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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편찮으셔서 꼭 결혼해야 하는데".. 예비부부 울상

강보현 입력 2020. 12. 06.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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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신부 A씨(30)는 어머니의 유방암 4기 전이 소식을 들은 뒤 결혼을 서두르기 위해 예식장을 잡았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이 발표돼 결혼식 하객이 50명 미만으로 제한되면서 당장 결혼을 앞둔 예비 부부들의 신음이 커지고 있다.

3번이나 예식을 미루다 오는 19일 결혼하는 예비 신부 C씨(29)는 말도 거동도 못할 정도로 병세가 심해지는 아버지 모습에 발만 구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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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신부 A씨(30)는 어머니의 유방암 4기 전이 소식을 들은 뒤 결혼을 서두르기 위해 예식장을 잡았다. 오는 19일이 결혼식인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면서 이미 청첩장을 건넨 친지·지인들을 초대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A씨는 6일 “어머니의 건강이 언제 악화될지 몰라 미룰 수도 없고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막막해했다.

필라테스 강사인 A씨는 심지어 지난달 근무하던 센터에서 해고됐다. 유아체육강사인 A씨의 예비 신랑 또한 월급이 5개월간 밀렸고 현재 75%의 급여만 받으며 일하고 있다. A씨는 “어머니에게 행복한 순간을 만들어 주고 싶었는데, 오히려 ‘코로나 악재’가 계속 겹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이 발표돼 결혼식 하객이 50명 미만으로 제한되면서 당장 결혼을 앞둔 예비 부부들의 신음이 커지고 있다. 최소 1년간 준비한 일정을 단 며칠만에 바꿔야 할 뿐만 아니라 금전적 손해도 떠안아야 한다. 앞서 웨딩업체들은 ‘홀을 분리해 스크린으로 결혼식을 보는 식으로 진행한다’며 예약을 받았으나 지난 1일 방역당국이 갑자기 인원제한 기준을 ‘공간별’에서 ‘행사별’로 바꾸는 바람에 혼란은 더 가중됐다.

오는 12일 결혼을 앞둔 B씨(29·여)는 초대한 하객 200명 중 누구를 불러야 할지 몰라 주말 내내 명단을 뽑아보고 있다. B씨는 “150명에게 ‘‘선착순 49명만 입장’이라는 전체 메시지를 돌리거나 일부에게 참석 불가를 통보해야 한다”며 “내 인간관계는 다 망했다”고 한탄했다.

정부 방침에 따른 보증 인원만 만회될 뿐 손해는 오롯이 예비 부부의 몫이다. B씨는 “웨딩업체가 보증 인원 10%를 제외한 130명 밥값 5만원을 그대로 내라고 하더라”며 “내 몇 달치 월급인 750만원이 밥도 안 먹고 청구되는 셈”이라고 전했다.

정부가 위약금 없이 6개월간 결혼 연기를 가능하게 했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은 사람도 있다. 3번이나 예식을 미루다 오는 19일 결혼하는 예비 신부 C씨(29)는 말도 거동도 못할 정도로 병세가 심해지는 아버지 모습에 발만 구르고 있다. C씨는 “아버지에게 스케치북에 글을 써 ‘죽기 전 웨딩드레스 입은 거 보여주고 싶다’고 하니 아버지가 ‘나도’ 두 글자를 적더라”며 울먹였다.

지방자치단체의 ‘소비자보호 중재센터’가 중재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결혼을 앞둔 D씨(30)는 “서울시 센터로부터 ‘예식홀 제안이 맘에 들지 않으면 잔금 치를 때 돈을 내지 말라’는 답변을 들었다”며 “너무 무책임한 거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코로나19 방역지침은 좋지만 적어도 대안을 내 달라는 것이 예비 부부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B씨는 “방역 협조에는 동의하지만 모든 정책에는 보완책이 수반돼야 하는 것 아니냐”며 “웨딩홀과 손해를 분담할 수 있게 하거나, 홀 분리 예식이라도 가능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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