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걸 넘어 부끄러운 수준"..수능 한국사 '보너스 문제' 논란

신중섭 2020. 12. 7.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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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치러진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한국사 영역에서 `보너스 문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교사들은 한국사 영역이 필수과목으로 지정된 지난 2017학년도 수능부터 난이도 하락이 계속돼왔다며 이번 문제로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한국사 교사 문모(33)씨는 "학습 경감 취지는 이해하지만 이번 문제는 출제·검토 위원들이 수능에 대한 개념을 제대로 갖췄는지 궁금할 정도로 부끄러운 수준"이라며 "국사 교사로서 분노와 허탈감이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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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한국사 1번 문제 예상 정답률 98% 이르러
논란된 노태우 담화문 문제보다 정답률 높아
역사교사 "부끄러운 수준의 문제..허탈감 들어"
"절대평가 전환 이후 난이도 비정상적 하락"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지난 3일 치러진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한국사 영역에서 `보너스 문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사실상 공부를 하지 않아도 맞출 수 있을 정도로 쉬운 문제가 출제됐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되면서다. 교사들은 한국사 영역이 필수과목으로 지정된 지난 2017학년도 수능부터 난이도 하락이 계속돼왔다며 이번 문제로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2021학년도 수능 한국사 영역 1번 문제(사진=한국교육과정평가원)

6일 입시업체 이투스·메가스터디 등이 수험생 가채점 결과를 토대로 추정한 정답률 결과에 따르면 한국사 영역에서 1번 문항 정답률은 98%나 됐다. 해당 문항은 `지금 보고 있는 유물은 OOO 시대에 제작된 뗀석기이다. 이 유물은 사냥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었다고 한다`고 설명한 뒤 이에 해당하는 유물 사진이 무엇인지 물었다. 정답은 1번 주먹도끼다.

수험생 98%가 해당 문제를 맞출 수 있었던 이유는 한국사 학습 유무와 상관없이 사진만 잘 살펴봐도 답을 맞힐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설명에 `뗀석기`라는 힌트가 언급돼 있어 돌로 만들어진 유물이 정답이란 것을 알 수 있으며 이에 해당하는 선택지는 1번뿐이다. 비파형 동검·덩이쇠·앙부일구·상평통보 등 나머지 선택지는 육안으로만 봐도 돌로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 문제는 3점짜리로 배점도 높아 논란이 됐다.

2021학년도 수능 한국사 영역 20번 문제(사진=한국교육과정평가원)

앞서 이보다 먼저 20번 문제가 `보너스 문제`란 지적을 받았다. 해당 문제는 `다음 연설이 행해진 정부에서 추진한 정책으로 옳은 것을 고르라`는 문제로 노태우 전 대통령이 지난 1992년 1월 발표한 담화문을 제시한 뒤 노태우 정부에서 이뤄진 정책을 선택하는 문제였다. 정답은 남북 기본 합의서를 채택했다는 5번이다. 다만 나머지 1~4번 선택지가 현대사와 거리가 멀어 수험생 대다수가 쉽게 정답을 찾을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수험생들 사이에선 `문제를 너무 대충 만든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이 문제의 정답률은 96%로 추정됐다.

반면 쉬운 문제가 출제되는 것이 무엇이 문제냐는 의견도 있다. 온라인 수험생 커뮤니티 `수만휘(수능날만점시험지를휘날리자)`에서 한 수험생은 “왜 한국사가 쉽다고 논란이냐”며 “원래 쉽게 내는 과목인데 괜히 내년 한국사만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또 다른 수험생도 “성의가 없다기보단 점수 주려는 의도 아니냐”며 “원래 한국사 특성이 그렇기도 하고 논란될 게 없다”고 했다.

수능 한국사 영역의 쉬운 난이도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국사 영역은 지난 2017학년도부터 필수과목으로 지정되면서 절대평가로 전환됐다. 학습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였다. 이후 한국사 영역의 1등급 비율은 △2017학년도 21.77% △2018학년도 12.84% △2019학년도 36.52% △2020학년도 20.32%에 달했다. 4% 내외인 상대평가 1등급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한국사 교사 문모(33)씨는 “학습 경감 취지는 이해하지만 이번 문제는 출제·검토 위원들이 수능에 대한 개념을 제대로 갖췄는지 궁금할 정도로 부끄러운 수준”이라며 “국사 교사로서 분노와 허탈감이 든다”고 했다. 한국사 교사 조모(35)씨도 “절대평가 이후 대부분의 대학에서 수능 한국사의 응시 여부만 확인하는 등 자격고사화 되면서 난이도가 점점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며 “그동안 한국사 난이도가 비정상적으로 낮게 설정돼 있었는데 이번 논란을 계기로 터질 게 터졌다”고 지적했다.

신중섭 (dotor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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