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코로나백신 '스푸트니크V'..1월 국내 양산

김병호 2020. 12. 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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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 한국코러스 공장서
위탁생산 '지엘라파' 화제
"韓업체 생산 신뢰 높아
러 백신 위탁생산 수주"
중동 갑부 만수르 회사에
1억5천만회분 전량 공급
러정부 지난주 접종 개시
백신 조기승인 논란 불구
3상 중간 결과 95% 효능
러시아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브이(V)' 접종이 5일(현지시간) 시작되면서 이 백신을 위탁생산하는 국내 업체인 의약품 무역기업 지엘라파(GL Rapha)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엘라파는 지난달 12일 러시아 국부펀드인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와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내년 1월부터 스푸트니크V 백신 1억5000만회분 위탁생산에 들어간다. 스푸트니크V는 러시아를 포함해 독립국가연합(CIS), 중남미, 중동, 동남아시아 각국과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공급 물량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 등 해외에서 위탁생산에 나선 상태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무실을 둔 지엘라파는 의약품 생산·연구개발 업체인 한국코러스를 2007년 11월 자회사 형태로 인수하면서 제약·바이오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번 백신 계약은 지엘라파가 체결했지만 실제 생산은 자회사인 한국코러스가 맡는 구조다.

한국코러스는 충북 제천과 음성 공장에서 제네릭(합성의약품 복제약) 30여 종을 생산하며, 바이오 의약품은 강원도 춘천 공장에서 나온다.

스푸트니크V 백신은 춘천 공장에서 생산되는데, 이달 중 백신 시험 생산 물량을 러시아에 보낼 예정이다. 현지에서 품질 비교 테스트를 거친 뒤 이상이 없으면 내년 1월 중 본격적으로 생산에 들어간다. 한국코러스 관계자는 "국내 위탁생산에 대한 해외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러시아 측에서 당초 계약한 1억5000만회분이 넘는 추가 물량을 공급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공장에 추가 장비를 들여오는 것은 물론이고, 부족 물량을 국내 다른 업체 시설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회사 측은 그동안 만성 빈혈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 치료제인 '코로몬'을 주로 생산하던 춘천 공장 생산라인을 개조해 당분간 러시아 백신 제조 전용 공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한국코러스가 생산하는 스푸트니크V 물량은 모두 중동 지역에 수출될 예정이다. 당초 지엘라파는 중동 최고 갑부인 셰이크 만수르가 오너로 있는 다스(DAS)홀딩스와 바이오 의약품 생산을 위한 합작회사(JV) 설립을 추진하던 중 다스홀딩스 자회사인 야스(YAS)파마수티컬스가 러시아 백신을 들여오기로 하면서 위탁생산을 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엘라파 측은 "야스파마 측에서 스푸트니크V를 쓰기로 했는데, 야스파마와 협력 관계인 한국 업체가 생산해야 백신 제품을 믿을 수 있다고 러시아 측에 주장해 우리가 위탁생산 업체로 선택된 것"이라며 "지난 9~10월 러시아, 야스파마 측과 수차례 3자 간 협의를 진행하고, 자체 백신 물질 검증을 거쳐 지난달 최종 계약을 맺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사내 전문가들이 러시아 백신 자료들을 정밀 검토한 결과 서구 제품에 뒤지지 않는 품질을 갖췄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러시아의 기초의학과 과학은 상당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스푸트니크V는 다국적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 존슨앤드존슨이 개발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과 같은 아데노바이러스에 기반한 백신이다. 바이러스의 항원 유전자를 아데노바이러스에 넣어 재조합한 뒤 인체 세포에 주입해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항체 생성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스푸트니크V는 3주(21일) 간격으로 2회에 걸쳐 접종하면 된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8월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연구소가 개발한 스푸트니크V에 대해 임상 3상을 완료하지 않은 상태에서 세계 첫 코로나19 백신으로 승인해 논란을 키운 바 있다. 임상 2상 후 조건부 허가(긴급사용승인)와 유사한 것이지만 안전성을 무시하고 서두른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주 말 세계 최초로 실제 백신 접종에 들어가는 한편 임상 3상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스푸트니크V 개발을 지원한 국부펀드 RDIF는 최근 중간 임상 3상 결과에서 백신 효능이 92~95% 관찰됐다고 밝혔다.

2007년 4월 설립된 지엘라파는 한국코러스를 자회사로 두고 의약품을 수출하는 등 전 세계적인 사업을 하고 있다. 한국코러스 매출액은 지난해 380억원에서 올해 400억원을 넘길 것으로 보이며 내년에는 러시아 백신 판매로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코러스는 빈혈 바이오시밀러 치료제인 코로몬과 항생제 분말 주사제 등을 생산한다. 항암제를 투여할 때 면역력을 높이는 지속형 호중구 감소증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으며 연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 1상을 신청할 예정이다. 국내 주요 제약사들이 내놓는 각종 복합비타민제 등도 주문 생산하고 있다.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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