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골부대가 점령한 육군본부'..남영신 총장 영향력 강화, 우려 목소리도
[경향신문]
육군본부의 주요 보직이 제3사단 출신 인사들로 채워졌다. 지난 9월 학군(ROTC) 사상 처음으로 육군참모총장에 오른 남영신 총장(58·학군 23기)이 3사단장으로 근무할 당시 부하로 있던 이들을 대거 기용한 것이다. 차기 군 인사에서 남 총장의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한 정지작업이지만, 특정 인연만을 중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7일 군에 따르면, 지난 3일 발표된 ‘2020년 후반기 장성급 장교 인사’에서 강인규 육군 제2포병여단장(육사 47기)은 준장에서 소장으로 진급했다. 그는 육군본부 인사참모부장을 맡는다. 이 보직은 육군 장교의 인사를 총괄하는 요직 중 요직으로, ‘군단장 0순위’로 꼽힌다.
‘인사’를 특기로 둔 장성이 아닌 포병 출신이 육군 장교 인사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강 소장의 특기는 ‘인사’가 아니다. 강 소장은 남 총장이 2015년 4월부터 2년간 3사단장으로 근무할 당시 그 밑에서 포병연대장으로 일했다.
남 총장은 지난 9월 육군총장으로 오른 뒤부터 3사단 출신 인사를 발탁했다. 3사단에서 인사계획장교로 근무했던 유광진 대령(학군 36기)은 장군들의 인사를 다루는 육군 장군인사실장으로 뽑혔다. 3사단 인사참모 출신인 이찬희 대령(학사 25기)은 준장 미만 장교·부사관의 인사를 다루는 육군 진급자료관리과장으로 발탁됐다. 3사단에서 작전참모를 맡았던 최석윤 대령(육사 52기)도 남 총장의 수석부관으로 일하고 있다.
이는 차기 육군 인사부터 남 총장이 자신의 영향력을 마음껏 발휘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 3일 발표된 장성급 장교 인사에서 비 육군사관학교(3사관·학군·학사) 출신 인사의 발탁비율이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인 것을 두고, 군 내부에서는 남 총장이 파워게임에서 밀린 것 아니냐는 평이 나왔다.
군 관계자는 “3사단 출신 인사가 육군본부를 점령한 듯한 모습”이라며 “차기 인사부터 남 총장의 영향력이 크게 발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특정 시기에 같이 근무한 경력을 중시한 인사로 인해, 실력이 있는 장교들이 인사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남 총장과 각별한 사이로 알려진 노재천 대령(학군 26기)이 지난 3일 준장으로 진급해 육군 정훈병과장에 발탁됐다. 육사 50기가 이번에 준장으로 승진한 것과 비교하면, 퇴임을 앞두고 6년 후배들과 함께 별을 달은 것이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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