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9일 박근혜 탄핵 사과 못하면 사퇴"
친박 원외 위원장 교체도 검토
내분 확산 조짐 '재·보선 뇌관'
[경향신문]
국민의힘이 김종인 비대위원장(80)이 예고한 ‘탄핵 사과’를 두고 내부 갈등에 휩싸였다. 김 위원장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과오에 대해 9일 사과하겠다고 밝히자 당내 반발이 터져나오면서다.
김 위원장은 “사과를 할 수 없다면 비대위원장직을 던지겠다”고 배수진을 치며 정면 돌파에 나섰다. 당의 과거를 정리하지 않고는 보궐선거 승리도 기약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결과다. 다만 이 같은 시도가 봉합에 그쳤던 ‘박근혜 탄핵’이라는 뇌관을 재점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비공개 회의에서 “사과를 못하게 하면 내가 왜 있느냐”고 말했다. 배현진 원내대변인, 장제원·서병수 의원 등과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김 위원장의 사과 예고를 비판한 데 대한 반박이다.
배 원내대변인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문재인 정권 탄생부터 사과해야 맞다”고 했고, 장 의원도 이날 SNS에 “정치적 정당성도, 사과 주체의 정통성도 확보하지 못한 명백한 월권”이라며 의원총회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회의에서 “오자마자 했어야 했다” “선거를 앞두고 나쁜 낙인 효과를 스스로 찍을 이유가 없다”고 맞섰다.
이에 김 위원장은 “그동안 시기를 봐 왔지만 더 이상 미룰 수 없고, 낙인 효과는 없다”고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우리가 확실하게 변하겠다고 했지만, 보여준 게 없지 않냐”고도 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일부 비대위원은 김 위원장의 발언에 찬성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의 정면 돌파는 대국민 사과가 중도 정당으로 변모하겠다는 진정성을 인정받는 첫 단계라고 보기 때문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김 위원장으로선 사과 없이는 내년 재·보궐 선거도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특히 박근혜 정권 탄생에 책임이 있는 김 위원장이 직접 풀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당무감사위원회가 강경 보수로 분류되는 김소연(대전 유성을)·김진태(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갑)·민경욱(인천 연수을)·전희경(인천 동미추홀갑) 당협위원장을 교체 대상으로 비대위에 보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과와 함께 친박근혜계 색채가 강한 인사를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김 위원장의 결단이 ‘박근혜 탄핵’ 당시처럼 당을 내분으로 몰고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김 위원장의 부족한 당내 입지를 드러낼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사과 논란’이 내년 보궐선거를 앞두고 지분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박순봉·심진용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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