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망신' 뉴질랜드 성추행 3년만 사인중재 타결..민·형사는 남아

김다영 2020. 12. 7.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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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뉴질랜드 韓대사관, 피해자와 위로금 등 합의,
"가해자-피해자 사이 민·형사도 원만 해결" 기대
저신다 아던 총리 "범죄인 인도요청 안 할 것"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10월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종합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괴롭혔던 뉴질랜드 한국대사관 외교관의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지 3년 만에 피해자와 '사인 중재' 합의가 이뤄졌다. 지난 7월 문재인 대통령과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와 정상통화에서 양국 간 외교 문제로 비화한 지는 5개월 만이다. 피해자와 가해자 간 민·형사 절차가 아직 남았지만, 외교적으로는 한고비를 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교부는 7일 "지난달 30일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이 성추행 피해자인 대사관 전 행정직원 A 씨와 사인 중재 협의를 진행했다"며 "협의 결과 대사관과 A씨는 우호적으로 상호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이후 공식적으로 합의문에도 서명했다고 한다.

사인 중재(private mediation)는 뉴질랜드 현지 노동법에 따른 고용주-피고용인 사이 분쟁 해결 방법으로, 피고용인이 자신에게 피해를 준 고용주에게 위로금 등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에 따라 A씨의 고용주인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A씨에게 일정 수준의 보상에 합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양측은 하지만 비밀 유지 서약에 따라 구체적 내용은 비공개하기로 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비밀유지 서약은 2차 피해 등을 막기 위해 사인 중재 과정에서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내용"이라며 협의 내용을 공개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은 7월 28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오른쪽)와 전화 통화를 했다. [뉴스1·연합뉴스]

이 사건은 지난 2017년 11월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의 김모 총영사가 현지인 행정직원 A씨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하면서 시작됐다. 김 총영사는 세 차례에 걸쳐 A씨의 엉덩이와 배를 만지는 등 신체 접촉을 했고, A씨는 대사관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대사관 자체조사가 진행되던 도중 가해자와 분리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3차 피해까지 발생했다.

김 총영사에 대한 징계가 '대사 경고' 및 아시아 다른 국가로 전출하는 데 그치자 A씨도 본격 대응에 나섰다. 2018년 10월 외교부 본부의 뉴질랜드 대사관 정기 감사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고, 2019년 7월에는 현지 경찰에 김 총영사를 고소했다. 현지 언론을 통해 사건이 공개되기도 했다.

특히 올해 7월 28일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통화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면서 양국 간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했다. 김 총영사는 외교부 감사에선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받고, 지난 8월 귀국 조치 됐다. 그러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국회 전체 회의 및 국정감사 때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질타를 받는 등 곤욕을 치렀다.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5월 22일 청와대에서 이상진 주뉴질랜드대사에게 신임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번 사인 중재 합의로 고용주인 뉴질랜드 대사관이 피해자 A씨와 분쟁은 종결된 셈이다. 다만 뉴질랜드 사법당국의 수사와 민사 피해 보상 문제가 남았지만, 외교부는 사인 중재 타결을 계기로 피해자와 가해자 간에도 조속히 타결이 이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앞서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지난달 "가해자인 김 총영사에 대한 한국 정부 상대 범죄인 인도 요청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상진 뉴질랜드 대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외교적으로는 원만하게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남은 당사자 간 문제는 외교부가 언급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가 오랫동안 대사관에서 근무한 점을 높이 평가해 사의를 표하고 미래를 향한 도전에 성공을 기원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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