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객·흡연자 뒤엉켜.. 대구 '이태원 문화거리' 코로나 불감증

입력 2020. 12. 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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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인 지난 4일 오후 10시 대구 북구 동천동 팔거역 앞 '이태원 문화거리'.

대구도시철도 3호선 팔거역 출구를 따라 내려오자 '문화예술거리 이태원길' 문구가 적힌 간판이 주변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8일 북구에 따르면 '이태원 문화거리'는 팔거역~동천육교 720m 구간에 총 30여억원을 투입해 지난 2월 조성됐으나 신종 코로나 확산에 따라 지난달 14일 공식 오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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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시간에도 유흥 안 멈춰
코로나가 무섭지 않은 모양"
방역 사각지대 우려 목소리
지난 4일 밤 대구 북구 동천동 '이태원 문화거리'에 술집에서 나온 시민들이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다. 이주환 대구한국일보 인턴기자

금요일인 지난 4일 오후 10시 대구 북구 동천동 팔거역 앞 '이태원 문화거리'. 대구도시철도 3호선 팔거역 출구를 따라 내려오자 '문화예술거리 이태원길' 문구가 적힌 간판이 주변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국 확산 국면인데도 밤늦은 거리는 흡연자들과 학생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주변에는 'XX항시 대기, 단체 환영' 문구와 여성이 춤추는 모습이 들어간 LED 전광판이 그대로 송출되고 있었다. 인근에서 만난 한 학생은 "문화거리 일대 구석진 골목은 중고생이 몰래 담배 피기 좋은 곳으로 이름나 있다"며 "늦은 시간에도 유흥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신종 코로나가 무섭지 않은 모양"이라고 말했다.

지난 4일 밤 대구 북구 동천동 '이태원 문화거리'에 술집에서 나온 시민들이 흡연을 하며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다. 이주환 대구한국일보 인턴기자

대구 북구 칠곡3지구 내 새롭게 조성된 '이태원길 문화거리'에 정작 문화가 실종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대구가 신종 코로나 3차 대유행에 대응하기 위해 8일부터 3주간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격상한 가운데 이곳에서는 밤마다 취객과 학원가 학생들이 뒤섞이고 있어 방역 사각지대가 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날 문화거리 일대 화려한 간판 대부분은 주점 노래방과 성인 마사지숍을 홍보하고 있었다. 학원을 마친 학생들은 가방을 메고 걸음을 재촉하다 술집에서 나온 흡연자들이 내뿜는 담배연기에 얼굴을 돌리기도 했다. 밤이 깊자 취객끼리 시비가 붙어 경찰이 출동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8일 북구에 따르면 '이태원 문화거리'는 팔거역~동천육교 720m 구간에 총 30여억원을 투입해 지난 2월 조성됐으나 신종 코로나 확산에 따라 지난달 14일 공식 오픈했다. 칠곡 출신 대표 문인 이태원(1942~2009) 작가를 기리기 위해 버스킹존과 야외공연장, 이태원 문학관 등이 들어섰다.

이태원 문학관에는 작가 작품, 연대기, 드라마 '객사' 등이 상시 상영 된다. 이태원길 관련 프로그램은 행복북구문화재단에서 맡고 있고, 올해 행사는 지난달 14일 모두 끝났다.

이태원길이 있는 칠곡3지구는 주변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로 손꼽힌다. 영화관 3곳을 비롯해 복합쇼핑몰 등이 한 블록 이내 위치해 있다. 학원과 동전노래방, PC방 등도 밀집해 있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은 이태원길의 존재조차 잘 알지 못하는 데다 서울의 이태원을 따라한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많다. 또 일부 건물에는 학원과 PC방, 마사지숍이 함께 입주해 있어 교육 환경에 좋지 않다는 의견이 높다.

청소년 상당수는 술집 직원의 호객행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한 학생은 "친구들 중 대부분이 호객 직원의 술집 쿠폰을 받아 본 적이 있다"며 "학생이라고 말했지만, ‘그럼 커서 놀러 오라’고 말한 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김모(47)씨는 "학생들이 술집 사이를 다니며 좋지 못한 영향을 받을까 걱정된다"며 "학원이 끝나는 시간이면 항상 건물 앞까지 데리러 갈 정도"라고 말했다.

북구와 행복북구문화재단 측도 이 문제를 알고 있지만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문화거리를 조성하긴 했지만, 이태원 문화시설이 유흥시설 한 복판에 있기 때문이다.

북구 관계자는 "술집의 간판 위치 변경 또한 과거에도 추진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워 미뤄진 상태"라고 말했다. 행복북구문화재단 관계자는 "지역 예술가를 발굴하기 위해 문화거리를 조성했는데 주변 환경이 좋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며 "이 문제들을 점차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구 북구 동천동 이태원 문학관 뒤편으로 숙박 시설이 들어서 있다. 이주환 대구한국일보 인턴기자

이주환 · 이혁진 대구한국일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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