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에 유기된 세살배기..5살 누나는 동생 죽음 알고있었다

정진호 2020. 12. 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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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추적]
지난 9월 부분 통제된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기사 내용과는 관련 없음. 뉴스1


#지난해 10월 14일 오후 10시쯤. 119로 서울 잠실한강공원 인근 물가에 사람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119특수구조단 뚝섬수난구조대가 출동했고, 사망한 지 며칠이 지난 영아의 시신을 확인했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8개월여의 수사 끝에 영아 시신을 유기한 친모 A씨를 붙잡아 아동학대치사·아동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경찰은 사망한 영아는 생후 22개월짜리 남아였고, 누나(5)는 아동학대를 당했다고 봤다.


아동학대 피해자 기재된 건 '누나'
8일 법원에 따르면 영아를 사망케하고 사체를 유기한 A씨에 대해 최근 징역 10년형을 선고했다. A씨는 재판에서 영아를 사망케하고 유기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고 한다. 재판의 쟁점은 다섯살짜리 딸에 대한 아동학대 여부였다. A씨 측은 “딸과 함께 앉아 아들에게 이유식을 먹이기도 하고, 같이 놀아주기도 했다”며 “딸에게 정신건강에 해를 끼치는 행위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동생 죽은 것, 누나가 알고 있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A씨와 누나에 대한 조사에 주력했다. 사망한 영아와 한 살 터울인 누나가 동생의 죽음을 목격했냐를 밝히기 위해서다. A씨는 “딸아이가 알고 있었다. 엄마의 잘못으로 동생이 죽었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 그는 검찰에서도 “방문을 닫고 보여주지 않았을 뿐이지 나 때문에 동생이 죽은 것을 딸도 안다”고 진술했다.

[중앙포토]



아동보호기관서 상담받은 누나
다섯살짜리 누나는 A씨의 구속 당시 서울에 있는 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머물렀다. 가정에서 마땅히 돌봐줄 사람도 없고 엄마에게서 떼어낼 필요가 있다는 보호당국의 판단에서다. 누나는 A씨가 함께 사는 동생에게만 제대로 밥을 주지 않고, 따로 떼어놓고 외출하는 모습을 지켜본 것으로 조사됐다. 한 소아과 전문의는 “어머니가 동생에게 하는 행위를 본 누나는 자신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스트레스와 위기감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아들이 방치 끝에 사망하자 택배상자에 넣어 잘 사용하지 않는 방 안에 뒀다고 한다. 누나는 동생이 사망한 지 5일쯤 후 “(집 안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엄마에게 얘기했다고 한다. A씨가 지난해 10월 12일 새벽 아이의 시신이 들어 있는 택배상자를 들고 나가 한강에 던진 것도 이 말을 듣고 나서다.


법원 "동생 학대한 것은 누나도 학대한 것"
법원은 A씨가 아들을 사망에 이를 때까지 방치한 건 전 남편과의 불화 때문으로 봤다. 경제적 문제 등으로 남편과 불화를 겪던 A씨는 2018년 11일부터 혼자서 아이들을 양육했다. A씨는 아들에게 “너무 아빠 같아서 싫다. 같이 있는 게 싫다”며 “네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소리치곤 했다고 한다. A씨는 아들에게는 식사를 제대로 챙겨주지도 않았다.

A씨는 수사 과정에서도 남편 관련 질문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전 남편과의 관계나 학대 동기 관련 조사 중 갑자기 흥분해 수사관에게 화를 내기도 했다. A씨는 딸인 누나와 둘이서만 외출하거나 해외여행을 가기도 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아들에 대한 학대는 딸에 대한 학대이기도 하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남편에 대한 분노를 아들에게 투영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이 이유로는 범행이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며 “A씨는 자신이 아들을 학대하는 모습을 누나가 지켜보게 함으로써 누나에 대한 정서적 학대행위를 했다”고 강조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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