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학원 '텅텅' PC방 '바글바글'..2.5단계 첫날 '극과 극'

CBS노컷뉴스 김태헌·박하얀 기자 입력 2020. 12. 9. 05:03 수정 2020. 12. 9.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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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번화가 오가는 사람 없이 컴컴
소상공인 한숨..발길 끊긴 카페·식당
패스트푸드점·대형마트 몰린 사람들

거리두기 2.5단계 첫날, 서울이 달라졌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수준이 높아지면서 영화관이나 노래방은 물론 학원, 식당 등 평소 시민들로 붐비는 장소에는 사람들 발길이 뚝 끊겼다. 이번 조치는 오는 28일까지 3주간 유지된다.

서울 및 수도권의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상향된 8일 밤 서울 마포구 홍대 앞 거리가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박하얀 기자)
8일 밤 서울 중심가 거리는 한산하고 컴컴했다. 평소 식당이나 고깃집, 술집 등 간판 불빛으로 불야성일 번화가 골목들이 휑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마포구 홍대 앞 거리는 소규모 테이크아웃 카페나 와플 가게 등 일부만 불이 켜져 있었다. 나머지 가게들은 밤 9시가 가까워질수록 하나둘 불이 꺼졌다.

홍대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50대 한모씨는 "오늘 손님이 아예 없었다. 연말이면 일 매출이 150만~200만원 수준인데 오늘 5만원 팔았다"고 말했다. 고깃집 사장 김모(63)씨의 사정도 비슷했다. 김씨는 "오늘 하루 한 테이블 받았고 어제는 아예 손님이 한 명도 안 왔다"며 "임대료 감면도 따로 없고 장사하는 사람들은 거지될 판"이라고 했다.

강남구 삼성동에서 18년째 노래방을 운영한다는 A씨는 "600만원 정도인 월세만 매달 나가 마이너스가 엄청 쌓였다"며 "이제 올해는 그냥 날렸다고 생각하고 있다. 어차피 장사를 못하니 그동안 미뤘던 내부 인테리어를 하려고 출근했다"고 말했다.

8일 밤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계산을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김태헌 기자)
8일 밤 서울의 한 대형마트 입구에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김태헌 기자)
영업시간이 밤 9시로 단축된 대형마트는 퇴근 시간대가 되자 장을 보러온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들었다. 서류가방을 든 정장차림으로 생필품을 사거나, 아이가 탄 유모차를 끌며 바쁘게 장을 보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평일인 화요일 저녁인데도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난 사람들이 계산대 앞에 길게 줄을 서기도 했다. 계산 순서를 기다리던 40대 김모씨는 "마트 시간이 준다는 뉴스를 보고, 다행히 직장이 쉬는 날이라 평소보다 일찍 왔다"며 "불편함이 있지만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8일 오후 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가의 한 학원 좌석이 비어있다. (사진=김태헌 기자)
유일하게 '3단계' 전면 집합금지 조처가 내려진 학원가는 직격타를 맞았다. 이날 오후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는 추워진 날씨만큼이나 썰렁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지상 7층 높이의 건물 대부분을 사용하는 한 대형 입시학원은 강의실마다 자리가 텅텅 비어있었다.

다만 지난주 수능을 본 일부 수험생들은 학원에 나와 대학별 맞춤 논술 강의를 듣고 있었다. 방역당국은 대입을 준비하는 고3 수험생과 취직 등 직업훈련 관련 학원은 폐쇄조치에서 예외로 뒀다.

사라진 아이들은 비교적 가까운 곳에서 발견됐다. 학원 바로 옆 건물 지하에 있는 PC방에서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약 100석에 이르는 좌석에 빈 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로 많은 학생들이 게임을 하고 있었다.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PC방에 많은 학생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 (사진=김태헌 기자)
학생들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바로 옆자리에서 서로 대화를 하며 게임을 즐겼다. 일부는 라면 등 간단한 음식이나 음료를 주문해 먹기도 했다. 입구에서 QR코드를 확인하는 등 방역지침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발열 등 증상을 체크할 장비는 없었다.

학부모들 시름은 깊다. 이날 학원가 거리에서 만난 정모(45)씨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과 초등학생 등 세 자녀를 둔 학부모다. 정씨는 "평소 같으면 학원에서 기말고사를 준비할 시간이지만 지금 모두 집에 있다"며 "일부 학원이 비대면 강의를 하지만 수업을 듣고 있으면 속 터진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8일 오후 서울 신촌의 한 햄버거집에 사람들이 앉아있다. (사진=박하얀 기자)
이번 2.5단계 조치는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뿐 아니라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카페에도 예외 없이 방역 수칙을 적용한다. 사실상 모든 종류 카페가 영업을 못해 적막감이 흘렀다. 반면 매장 내 영업이 가능한 패스트푸드점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날 오후 찾은 신촌의 한 햄버거집은 사실상 거리두기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채 많은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 식사를 하고 있었다. 노트북을 켜고 자리를 잡고 일을 하거나 과제를 하는 이도 적잖았다. 평소라면 인근 카페에서 벌어질 풍경이 그대로 옮겨진 셈이다.

매장 점원은 "커피나 음료만 시킬 경우 좌석이용이 불가능하다. 버거 등 식사메뉴를 시켜야 한다"고 했다. 주문할 때 최대 '1시간'인 이용시간 제한 지침에 대한 안내는 따로 없었다. 매장 앞에서 만난 이모(23)씨는 "스터디 카페만 대여섯곳을 돌아봤는데 시험 기간이라 자리가 없어 왔다. 여기도 자리가 없어 다른 곳을 찾아보러 나가야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도로 맞은 편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45)씨는 정부 방역조치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자영업 20년차라는 김씨는 "프랜차이즈와 개인 사업자에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우리 카페는 2~3층이라 테이크아웃을 하러 올라오지 않는다"고 혀를 찼다.

형평성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김씨는 "오후 9시까지 영업시간을 제한할 때도 매출이 반토막이 났는데 지금은 90% 이상 줄었다"라며 "아예 걸어잠글 때 3단계, 4단계로 강하게 하는 게 낫다. 찔끔찔끔 눈치보면서 할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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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태헌·박하얀 기자] sia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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