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배터리에 칼날 되나..국내 고위급 연구진, 中 대거 이직

문창석 기자 2020. 12. 9.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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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에서 전기차·배터리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는 중국 기업의 고속 성장에는 한국에서 이직한 연구진들의 핵심적인 역할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찬중 전 삼성SDI 배터리사업부 수석엔지니어도 배터리소재 연구개발센터 총책을 맡는 등 과거 국내 배터리 3사의 핵심 인력들이 모두 중국에 모였다.

일본에서 배터리 기술 개발을 이끈 핵심 인력들도 영입됐다.

앞으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서 헝다와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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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배터리 키운 이준수, 헝다그룹 배터리연구원장 부임
부원장·총책도 LG·삼성 출신.."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지난 7일(현지시간) 쉬자인 헝다그룹 회장(오른쪽 세번째)이 글로벌 배터리연구원 본부를 방문해 관계자들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다(중국 시나닷컴). © 뉴스1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부동산에서 전기차·배터리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는 중국 기업의 고속 성장에는 한국에서 이직한 연구진들의 핵심적인 역할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우수 인력이 유출돼 한국 기업에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일이 없도록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그룹의 쉬자인(許家印) 회장은 선전(深圳)에 위치한 글로벌 배터리연구원 본부를 방문했다.

헝다그룹은 이 배터리연구원에서 리튬이온배터리와 배터리 소재,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전고체 배터리, 차세대 배터리 등의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현재 40개의 실험실에서 1만5000개가 넘는 테스트가 진행 중이다.

눈에 띄는 건 연구원의 간부진이다. 이날 중국 시나닷컴 보도에 따르면 방문한 쉬 회장을 맞이한 배터리연구원장은 SK이노베이션 배터리연구소장을 지낸 이준수 전 현대모비스 전무다.

지난 7일(현지시간) 이준수 헝다그룹 글로벌 배터리연구원장(왼쪽)이 본부를 방문한 쉬자인 회장을 맞이하고 있다(중국 시나닷컴). © 뉴스1

이 원장은 SK그룹에서 20년 이상 근무하면서 사업 초기부터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을 키운 전문가다. 2018년에는 현대모비스에서 배터리 기술 개발을 주도했으며 지난해 퇴직한 후 최근 헝다그룹 배터리연구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핵심 간부진의 대다수도 한국인이다. 연구원 부원장은 김상범 전 SK이노베이션 배터리기술총괄이며, 이규성 전 LG화학 배터리팩 개발센터장과 김형남 전 LG화학 배터리ESS 아시아 총괄이 각각 원장보좌를 맡았다. 김찬중 전 삼성SDI 배터리사업부 수석엔지니어도 배터리소재 연구개발센터 총책을 맡는 등 과거 국내 배터리 3사의 핵심 인력들이 모두 중국에 모였다.

일본에서 배터리 기술 개발을 이끈 핵심 인력들도 영입됐다. 장칭 전 야마하 엔진·배터리 연구개발 총책임은 연구원의 상무 부원장을 맡았으며, 연구원의 오사카 분원 명예원장도 세계 최초의 상용 리튬이온 배터리 발명자 중 한명인 오자와 카즈노리다.

업계는 헝다그룹이 이런 고위급 연구진의 영입을 통해 기술격차를 해소하고 빠른 시일 내에 사업이 궤도에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이들은 배터리 사업과 연구개발을 총괄했던 경험이 있어, 사업을 종합적으로 보고 무엇이 부족한지 판단할 수 있다"며 "그렇게 부족한 점을 보완하면 빨리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중국 헝다그룹이 배터리 연구개발 인력을 채용하면서 자격 요건으로 '5년 이상 해외 자동차 동력전지 회사업무 경험'(아래에서 세번째 줄)을 요구하고 있다.(헝다그룹 홈페이지 캡쳐) © 뉴스1

고위급뿐만 아니라 국내 실무 연구진들도 중국으로 자리를 옮겼다. 헝다그룹의 글로벌 배터리연구원에는 총 800명 이상의 연구원들이 근무하고 있는데, 업계는 이들 중 상당수가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에서 영입된 연구 인력이라고 본다.

실제로 지난해 9월 헝다그룹은 배터리 연구개발 인력을 채용하면서 자격 요건으로 '5년 이상 해외 자동차 배터리 회사에서의 업무 경험'을 요구한 바 있다. 당시 일부 국내 핵심 기술 인력들이 기존보다 3배 이상 높은 연봉을 보장받고 대거 자리를 옮긴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전기차와 배터리 사업에 뛰어든 헝다그룹은 2021년 하반기부터 양산 판매에 들어가고, 2025년까지 연산 능력을 100만대까지 높이겠다는 공격적인 사업 확장 계획을 갖고 있다. 앞으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서 헝다와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업계에선 국내 핵심 인력들이 해외에서 한국의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점에 대해 안타깝다는 의견이 많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아무 기술도 없는 부동산 회사인 헝다가 몇 년 만에 전기차와 배터리를 양산하겠다고 공언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이겠냐"며 "사업 경쟁뿐만 아니라 기술 유출 가능성까지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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