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중 1명 감염경로 불명..다음주 '하루 1000명' 현실화 되나

이에스더 2020. 12. 9.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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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지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는 가운데 9일 오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 컨테이너형 치료공간 설치작업이 진행 중이다. 서울시는 오는 10일까지 서울의료원에 컨테이너 치료공간을 설치해 확진자 중 경증과 중경증 환자 치료에 활용한다고 밝혔다. 뉴스1

9일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차 대유행 당시인 지난 2월29일(909명)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686명이다.

국내 신규확진자는 지난달 11월14일(205명) 이후 200명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끌어올리며 방역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지난 3주간 신규 환자는 매주 100단위씩 갱신하며 꾸준히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정부 자체적으로 이대로면 이번 주말~다음주 초 1000명대 찍을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은 상태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은 “총체적 위기 국면이자 수도권은 이미 코로나19 전시상황”이라고 평가했고, 나성웅 중앙방역대책본부 1부본부장은 “코로나19가 국내에 유입된 이래 가장 큰 위기”라고 표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3차 대유행의 파도가 지난 2~3월 대구ㆍ경북, 신천지대구교회를 중심으로 일어났던 1차 대유행보다 훨씬 더 거셀 것이라고 전망한다. 1차 대유행때는 대구ㆍ경북에 환자가 집중됐다. 당시 환자가 폭증하면서 병실 부족 현상이 생겼고, 이송되기 전 자택에서 사망하는 등 안타까운 사연이 다수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방역당국과 의료진, 시민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세자리수 환자가 처음 나온지 일주일만에 정점을 찍었고,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 2주 이내 진화됐다. 집단감염 발생 집단이 비교적 뚜렷하게 확인됐고, 진단 검사와 확진자ㆍ접촉자 격리가 빠르게 이뤄진 덕분이었다.

3차 대유행이 진행 중인 지금 가장 큰 문제는 감염경로 불명 환자가 20.7%(8일 기준)로 급등했다는 점이다. 신규 환자 5명 중 1명꼴로 감염 경로를 모른다는 것은 역학조사가 제때 이뤄지지 못하고 있고, 이에 따라 접촉자 관리도 제대로 안된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지역사회의 깜깜이 감염 규모가 더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동현 한림대의대 교수(한국역학회장)는 “1차 대유행때보다 이번 유행이 기간도 훨씬 길어지고 환자도 훨씬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감염 경로를 모르는 환자 비율이 지난 가을 10%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갔다. 역학조사 역량이 이제 환자 발생 수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라며 “소위 말하는 K-방역의 한 축이 공격적인 추적과 검사, 격리이다. 역학조사를 정밀하게 하고 조기에 검사하고 입원ㆍ격리시켜서 그 과정에서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2차, 3차 감염을 막아왔다. 그런데 경로 모르는 환자가 많아지면서 더이상 추적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넘어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8일 발송된 정부재난문자.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요즘 재난문자 오는 것을 들여다보면 특정 장소에 보름이 넘는 기간 동안 다녀간 사람은 선별 진료소 방문해달라는 식으로 온다. 그만큼 환자 발견이 늦다는 얘기고 결국은 조기에 격리되지 않은 환자가 지역사회 감염을 계속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8일 방대본 재난문자를 보면 ‘11.24~12.8 서울 중구 소재 남대문중앙상가(C동) 방문자는 가까운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받으시기 바랍니다’ ‘11.20~12.4 종로구 소재 하나이발관(수표로 115-1) 방문자는 가까운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받으시기 바랍니다’ 등 감염 우려 기간이 2주 가량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본격화 되면서 병상 부족 사태가 현실화 되고 있는 9일 인천시 동구 인천의료원 음압격리병동에서 의료진이 병상 모니터를 확인하고 있다. 뉴스1


방역망 밖에서 집단감염이 잇따르는 점도 문제다. 서울 종로구 한식당(50명), 이태원 홀덤펍(19명) 등 생활방역망을 벗어나 운영 중단되지 않은 실내 밀집 공간에서 집단 감염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천병철 고려대 의대 교수는 “환자 증가 초기에 거리두기 2.5단계나 3단계로 바로 올렸어야 하는데 단계별로 올리면서 시간이 지나버린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특성상 겨울에 생존력과 전파력이 증가하고 날이 추워져서 실내생활이 늘면 환자가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의 아웃브레이크(환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상황)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됐던 일인데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다. 1차 대유행 때와 달리 지금은 수도권 중심이긴 해도 전국적으로 지역사회 감염 환자가 나타난다. 어디서 감염된지 모르는 환자가 급증하고 있어서 우려스럽다”라고 말했다.

천 교수는 “이미 봄부터 선별진료소와 치료병원, 역학조사관 등 일선 근무자들의 피로감이 누적된 상태인데 이 상태에서 환자가 늘어나면 위험하다고 본다”라며 “백신 계획마저 늦어지면서 백신 없는 겨울을 나야하는 현 상황이 걱정스럽다”라고 덧붙였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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