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간다] 온갖 잡일에 막말..청년 인턴 "절망 일자리"

신수아 2020. 12. 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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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기자 ▶

'바로간다', 인권사회팀 신수아입니다.

코로나19로 취업이 어렵다보니 각 지자체마다 나랏돈으로 일자리를 제공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바로 '희망 일자리' 사업입니다.

그런데 경기도 파주시의 한 기관에서 20대 청년들을 뽑아놓고는 각종 잡일을 떠넘기고, 모욕적인 말까지 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희망이 아니라 절망감을 느낀다는 이들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현장으로 바로 가보겠습니다.

◀ 리포트 ▶

경기도 파주시의 한 건물.

'도시 재생'이라는 이름으로 10년 넘게 방치된 건물의 리모델링 작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땀을 흘린 사람들은 건설업체 인부가 아니라 파주시 도시재생 지원센터가 선발한 '청년 인턴'들입니다.

건물 바닥에 화학 코팅제를 바르는 일까지 맡았습니다.

[청년인턴 A] "그 3M 마스크를 끼고 했는데 다 어지럼증을 너무 심하게 호소해서, 바깥에서 30분 동안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어요."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한 일이지만 유튜브 영상으로 공부해가며 일을 끝냈다고 합니다.

[청년인턴 B] "'에폭시 코팅'은 유독물질이라 (작업을) 할 줄 아는 사람이 해야 되는데…근데 (센터 측에선) '돈 없다, 우린 돈 없다.'"

파주시 도시재생 지원센터는 지난 7월, 5개월 계약으로 만 18세부터 39세까지 '청년 인턴' 10여 명을 뽑았습니다.

주 5일 8시간 근무에 최저 시급, 자격 요건은 '컴퓨터 활용 능력 우수자'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출근을 해보니 인터넷 연결조차 제대로 안 됐다고 합니다.

[청년인턴 A] "노트북도 인터넷이 안 돼요. 원래 저희가 저희 핫스팟(모바일 인터넷)으로 쓰고 있다가 핫스팟을 너무 많이 쓰니까 핸드폰 요금이 너무 많이 나오는 거예요."

기본적인 사무는 물론 상권 분석 시스템 구축 같은 전문성이 필요한 업무부터 마을 담장에 벽화 칠하기 같은 몸으로 때우는 일까지.

[청년인턴 C] "그냥 '잡부' 같았어요. 또? 왜? 왜 우리만 가야 돼? 그거에 항상 답은 '청년인턴이니까' 그냥 나이 어린 게 죄지 뭐…"

시키는 일은 뭐든지 해내야 했습니다.

"청년의 아이디어, 청년스러운 사업, 생각 이런 걸 좀 가지고 왔으면 좋겠다…"

심지어 센터장은 도시재생 강연을 한다며 청년 인턴들을 모아놓고 모욕적인 말까지 서슴치 않았다는 게 인턴들의 증언입니다.

"(센터장 말이) '솔직히 여기 있는 청년인턴들, 내가 봤을 때 너네 도시에 나가면 경쟁력이 있을 것 같냐, 한 명도 없다. 어디 좋은 회사 못 들어갈 것 같다…'"

이 센터장은 올 해 초엔 또 다른 20대 임시직 여성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다가 징계를 받았습니다.

[피해자] "'오늘 예쁘네요' 하면서 제 어깨 옆에 팔뚝을 이렇게 잡으면서, 같이 엘리베이터에 들어갔어요. 저녁을 먹기 전에도 어깨동무하고 '저기 나중에 밥 먹으러 가자…'"

파주시 도시재생지원센터를 찾아가봤습니다.

센터 측은 '청년 인턴'은 여러 희망 일자리 중에서 모든 업무를 지원하는 일이어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파주시 도시재생지원센터 관계자] "(청년 인턴은) 단순 사무보조 업무만으로 뽑았던 건 아니고요, '센터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일들을 할 수 있다'고 말씀을 드렸었습니다."

파주시는 '시행 착오'라고 해명했습니다.

[파주시청 관계자] "(청년인턴 제도가) 올 해 처음 생긴 거잖아요, 코로나19로 인해서. 그러다 보니까 그런 시행착오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파주시는 문제가 된 센터장에 대해선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징계위원회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대기 발령 중인 센터장은 "할 말이 없다"는 입장만 전해왔습니다.

12월 25일자로 계약이 끝나는 올 해 '희망 일자리' 사업.

5개월 간 페인트칠엔 자신이 생겼습니다.

"((공사일) 그런 거 해보셨던 적 있으세요?) 처음 했죠, 여기 와서 다. 처음 해서 모르니까 유튜브 보고 공부(했어요.) (유튜브에 그런 게 나와요?) 페인트 DIY 그런 거…"

하지만 희망을 심어주진 못했습니다.

"절대 추천하고 싶지 않아요. (인턴들끼리) 이거 희망 일자리 아니고 절망 일자리라고…관리자들의 무능이 정말 이 희망 일자리를 망쳤다고 생각하거든요."

바로간다, 신수아입니다.

(영상취재: 박주영, 윤병순, 김재현 / 영상편집: 김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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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아 기자 (newsua@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0/nwdesk/article/6022356_3252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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